- ‘좀비딸’ 이정은, 공감과 웃음을 품은 힙한 변신[인터뷰]
- 입력 2025. 08.02.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배우 이정은은 늘 ‘살아 숨 쉬는 사람’을 연기한다. 겉모습만 흉내 내는 연기를 넘어서, 인물의 감정과 삶의 결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힘이 있다. 신작 영화 '좀비딸'에서도 그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물로 다시 한 번 변신했다. 이번엔 트렌디하고 유쾌한 ‘밤순 할머니’다. 트로트 대신 투애니원을 즐기고, 손녀의 마음을 먼저 읽는 감각적인 할머니. 이정은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캐릭터는 세대의 틀을 넘어선 공감과 진심을 품고 있다.
이정은
이정은은 극 중 정환(조정석)의 어머니이자 수아(최유리)의 할어미 밤순 역을 맡았다. 밤순은 전통적인 할머니상과는 다르다. 보아와 투애니원 등 아이돌 노래를 즐기는 ‘힙한’ 인물이다.
“칠곡 어머니들의 삶을 참고했어요. 정통적인 어르신일 줄 알았는데, 랩도 좋아하고 흥도 많으시더라고요. 실제로 만난 어머니들의 삶 속엔 슬픔도, 활력도 함께 있었어요. 그 분들이 저에게 좋은 교과서가 됐어요. 그런 현실적인 매력을 밤순에게 담고 싶었죠.”
실제 밤순의 의상은 색감부터 양말 하나까지 정교하게 맞춘 ‘패션쇼 수준’의 코디였다. 이정은은 “처음엔 너무 힙해서 당황했지만, 덕분에 귀엽게 잘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이정은은 이번 영화에서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은 연배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처음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끌렸는데, 관객이 내가 이 역할을 믿어줄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의상도 최대한 표정이 가려지지 않게 단순화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배우에겐 표정이 가장 중요한 도구니까요.”
작품 속 이정은은 투애니원의 음악에 맞춰 무대를 꾸민다. 손녀보다 힙한 춤선에 많은 관객이 웃고, 놀랄 장면이다.
“춤추는 걸 정말 좋아해요. 라틴댄스를 배운 적도 있고, 뮤지컬도 했으니까요. 실제로는 그렇게 잘 추는 건 아니지만, 그냥 즐기는 편이에요. 치매 예방도 되고요. (웃음)”
그는 이번 무대를 위해 1달 반 이상 연습을 했고, 칠곡 할머니의 움직임과 케이팝 안무를 결합해 독특한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이정은 “결과물은 정말 만족스럽다.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라며 웃었다.
상대 배우 조정석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예전에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맞춰본 적이 있어서 (조정석과의 호흡이) 익숙했어요. 조정석은 정말 센스있고,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손녀 역을 맡은 최유리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친구는 저보다 더 어른 같았어요. 현장에서 늘 차분했고, 고맙다는 말을 공평하게 나눌 줄 아는 배우였어요. 진심이 보였죠.”
실제로 이정은은 완성본을 보며 “내가 잘한 줄 알았는데, 유리 덕을 많이 봤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손녀 덕 많이 본 할머니였다”며 웃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정은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한 기준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작품은 꼭 하고 싶었어요. 전 세대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건강한 콘텐츠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는 인터뷰 내내 ‘함께 보는 문화’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요즘은 다 개인화된 취향의 시대잖아요. 하지만 영화관에서 한 공간에서 웃고 울던 감정을 다시 느껴봤으면 해요. 그게 문화고, 그게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이거든요.”
코미디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진지했다. 그는 “의도가 보이면 안 웃긴다”며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진짜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 ‘천국보다 아름다운’ 촬영장에서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완전히 놀랐어요. 그분의 코미디는 맑은 영혼에서 나오는 진짜였거든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정은은 평소에도 지하철을 애용하며 사람들을 관찰한다. “사진도 찍고, 사람을 많이 봐요. 일상에서 얻는 것이 많아요.”
그는 연기를 잘하는 후배들에게도 “사람을 보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창조력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조연부터 주연까지, 70편이 넘는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배우 이정은. 그는 지금도 ‘배우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너무 잘하려고만 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걸 놓칠 수 있어요. 요즘은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요. 부담은 내려놓고, 좋아서 시작한 이 길을 다시 생각해보려 해요.”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