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가 이사왔다' 안보현, 틀을 깬 도전[인터뷰]
- 입력 2025. 08.10.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안보현이 '악마가 이사왔다'를 통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아직 해본 것보다 못 해본 것들이 더 많아 다양한 부분에서 계속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안보현이다.
안보현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영혼 탈탈 털리는 이야기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 지난 2022년 촬영을 마치고 약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안보현이 맡은 길구는 퇴사 후 무미건조 집콕 일상을 보내는 청년 백수로, 낮과 밤이 다른 선지의 특별한 비밀을 듣게 되고 새벽마다 선지의 보호자가 되는 험난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는 인물이다. 강인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안보현에게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였던 느낌은 남성미가 있고 강인한 모습이 많았는데 그걸 잘하고 고집하거나 피지컬적으로 좋다고 해서 했던 건 아니다. 감사하게도 그런 작품 제안들이 들어와서 열심히 임했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 결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긴 한데 부담감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강인한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남아있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걱정을 가지고 영화를 봤는데 안보현이 아닌 길구로서의 서사가 완벽했다는 생각이 들고, 많은 분이 길구로 봐주신 것 같아서 좋았다"
안보현은 무해한 느낌을 주는 대본과 어딘가에 있을 법한 길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품의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
"해석이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대본을 받았을 때 무해한 느낌을 주는 대본이 오랜만이었다. 여태껏 보지 못한 장르였다. 로맨스도 가미되어 있고 스릴러적으로 놀라는 포인트도 있다. 가장 큰 포인트는 힐링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 길구, 선지가 주는 재미나 사연들이 특이하긴 한데 각자 해석이 달라서 찾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길구 같은 경우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결핍이 있다기 보다 내 안에 있는 상처와 힘듦을 혼자 이겨내려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길구는 선지를 만나면서 마음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에게 치유받는 처지가 아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느낀다. 길구의 성장하는 부분에 끌렸다"
길구는 이상근 감독이 직접 자기 모습을 투영해 만든 캐릭터이기도 하다. 안보현은 대사톤과 세세한 표현까지 이 감독과 상의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길구는 겉으로는 백수지만, 잠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심스러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했다. 저도 어릴 때 운동하면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채찍질하면서 살아왔다. 그런 내성적인 부분이 좀 오버랩되면서 잘 녹여보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이 가장 많이 투영된 인물이라서 디테일을 많이 잡아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후반부로 갈수록 저도 길구화가 되어 있더라"
길구의 조심스럽고 내성적인 성향이 실제 본인과 많이 닮았다면서도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길구가 선지에게 첫눈에 반했을 때의 표정이 잘 안돼서 여러 번 테이크를 갔다. 저도 길구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첫눈에 반하면 고장 날 것 같은 느낌"
액션 부분에선 베테랑 다운 내공을 발휘했다. 다만 이전에 선보였던 화려한 액션과 달리 코미디적인 요소를 함께 가져가야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이 있었지만, 배역에 몰입하면서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맞는 건 자신 있었다. 맞는 게 멋있어야 때리는 사람이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멋있게는 맞는 건 많이 해봤는데 어떻게 길구스럽게 해야 되는지 초반엔 고민이 많았다. 코미디적인 부분과 액션을 함께 가져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지만 (제가) 길구화 되면서 넘어질 때도 길구처럼 아파했던 것 같다. 관객분들이 조금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매 현장에서 인복이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는 안보현은 이번 상대역인 임윤아와의 호흡도 너무 좋았단다.
"저는 인복이 있는 사람 같다. 모든 현장이 똑같겠지만 영화 같은 경우 두세 달 바짝 촬영하면서 더 가족 같은 분위기가 든다고 느꼈다. 윤아 같은 경우 소녀시대 윤아가 아닌 배우 임윤아로 굉장히 털털하고 밤선지에 가까울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감독님과의 호흡도 좋아서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들 수 있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악마선지를 연기할 때도 거부감 없이 잘 해냈다. 사석에서도 소주 한잔할 정도로 친해졌다.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든 안보현. 복싱 선수 출신으로 늦은 나이 배우에 도전했지만, 오히려 운동으로 인해 버틸 수 있는 힘이 다져져 번아웃 없이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다.
"제 인생에 번아웃이 크게 있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끈기나 이런 것들이 저한테 자양분이 돼서 버틸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됐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오랜 기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이건 힘든 것도 아니다'라고 저 자신을 많이 채찍질했던 것 같다"
이전보단 스스로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낀다는 안보현은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단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가능성을 봤다기 보단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다양한 부분에서 도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고. 안보현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악마가 이사왔다'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다. 예전엔 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소통하지 않고 고군분투했었다. 좋은 시너지 효과도 내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미숙했고 지금 많이 성장하고 개선됐다고 느낀다. 너무 감사함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으로 도전을 했는데 가능성을 봤다기 보다 앞으로 계속 도전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잘하는 것만 하는 게 제 성향에 맞지도 않고 뭘 잘하는 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장르, 직업군을 거부감 없이 열심히 도전해 봐도 되겠다고 느꼈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