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악마가 이사왔다' 무해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다
입력 2025. 08.14. 15:39:18

악마가 이사왔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요즘 보기 드문 그야말로 무해한 영화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웃음과 감동을 다 잡으며 올여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13일 개봉한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고군분투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 2019년 데뷔작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동원한 이상근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영화는 ‘낮에는 천사, 밤에는 악마’라는 독특한 설정의 선지(임윤아)와, 소심하지만 성실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길구는 같은 아파트 아래층으로 이사 온 청순한 낮선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후 엘리베이터에서 기괴하게 반한 선지를 목격하며 혼란을 겪음과 동시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밤선지는 매일 새벽 2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악마로 변하는 저주에 걸려 있으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버지 정장수(성동일) 뿐이다. 정장수는 선지의 비밀을 오랜 세월 묵묵히 감당해 오다 마침내 허리까지 다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길구에게 새벽마다 자신의 딸을 보호해달라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호기심에 찬 길구는 이 제안을 수락한다.


영화는 낮에는 낮선지와 길구의 로맨스를, 새벽에는 예측 불가 하는 스릴러로 변주하며 재미를 배가시킨다. 다만 단순히 두 인물의 로맨스를 그리는 것이 아닌, 선지를 지키며 점차 자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길구의 성장 서사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여기에 임윤아, 안보현의 신선한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 하다.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해 낸 임윤아는 섬세한 표정 변화부터 말투, 웃음소리, 행동 하나하나까지 차별화한 입체적인 표현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외적으로는 강렬한 파마머리와 비비드컬러의 의상을 착용해 낮과 밤의 두 인물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구현했다.

안보현은 강렬한 이미지의 전작들과 달리 담백하고 순수한 길구로 완벽 변신한다. 안보현은 좋아하는 여자에게 뚝딱대며 무채색이었던 길구의 삶이 점차 다양한 색을 띠는 과정을 섬세하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주현영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외향형 MZ 캐릭터 아라로 등장해 활력을 더한다. 아라는 사촌 언니 선지와 함께 정셋빵집을 운영하며 밤마다 악마로 변하는 언니의 오싹한 비밀을 사수하는 인물. 아라는 선지와 길구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인물로, 현란한 말솜씨와 재치 있는 유머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여태껏 보지 못한 장르. 로맨스도 가미되어 있고 스릴러적으로 놀라는 포인트도 있다. 각자 해석이 달라서 찾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라던 안보현의 말처럼 이 영화는 로맨스부터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만약 '엑시트'처럼 빠른 전개와 긴박함, 웃음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으나, 감정의 깊이와 각 인물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엑시트'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은 113분이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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