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이슈] 남다른 돌파력 '트라이', 럭비공처럼 튀어 오른다
- 입력 2025. 08.19. 16:37:37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날아오는 럭비공을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은 안다. 럭비공이 얼마나 예측할 수 없는 궤적을 가지는지" 스포츠 드라마, 거기에 룰도 잘 모르는 럭비라는 종목으로 주말극에 출사표를 던진 '트라이'가 예상치 못한 궤적을 그려가고 있다.
트라이
지난 16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트라이: 우리들은 기적이 된다'(극본 임진아, 연출 장영석, 이하 '트라이') 8회가 6.8%(이하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랬던 '트라이'가 심상치 않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첫 회 4.1%로 출발하더니 매회 조금씩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6회 5.7%를 기록했다. 이후 7회에서 0.3%포인트 하락하며 주춤하는 듯했지만, 곧바로 1.4%포인트 상승하며 6%대의 벽을 훌쩍 넘었다.
"예측불허 괴짜 감독 주가람(윤계상)과 만년 꼴찌 한양체고 럭비부가 전국체전 우승을 향해 질주하는 코믹 스포츠 성장 드라마" 이것이 '트라이'에 대한 공식적인 소개다. 만년 꼴찌가 참된 리더를 만나 눈부신 성과를 내는 서사, 스포츠물의 클리셰이긴 하지만 "우리 기적이 되어보자"라고 외치는 럭비부 앞에서 뭉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익숙한 서사 속에 녹여진 럭비라는 신선한 볼거리가 '트라이'에 특별함을 더했다. 구구절절 룰을 설명하는 대신, 온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는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럭비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묵직하게 꽂아 넣고 있다.
물론 얼핏 보면 '트라이'는 뻔한 언더독(상대적 약자)의 성장 스토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트라이'를 보고 있으면, 작품을 단순하게 포장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트라이'는 작품 소개에는 드러나지 않는 엘리트 체육의 씁쓸한 이면을 짚고 있다. 성적을 내지 못하다는 이유로 럭비부를 폐지하려는 교감 성종만(김민상)에게는 교장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숨어있다. 부교육감 나규원(장혁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럭비부를 폐지하고 그의 딸 나설현(성지영)이 속한 사격부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
사격부 감독 전낙균(이성욱)이 나설현의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배이지(임세미)를 협박하고, 성적 1등 서우진(박정연)이 아닌 나설현의 추천서를 쓰는 등 권력에 의한 성적 조작, 입시 비리에 대한 문제도 가볍지 않게 다룬다.
이러한 서사 속에서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쉰다. 윤계상은 약물 도핑에 걸려 선수 생명을 끝낸 한양체고 럭비부 감독 주가람으로 분했다. 남들의 손가락질에도 능청스럽게 대처하는 코믹함으로 극 초반 발랄한 분위기를 돋웠다. 극 중반부에는 그가 중증 근무력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약쟁이' 꼬리표를 달고서라도 럭비를 다시 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안방극장을 울렸다.
반면, 사격부 코치 배이지의 서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임세미는 배이지 역을 맡아 10년 연애 중 갑자기 사라진 주가람을 증오하면서도 신경 쓰는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선수촌에 발을 들여보지도 못했다는 이유로 전낙균에게 무시당하고, 입스가 온 상황에서도 선수 생명을 끝내지 못하는 모습으로 먹먹함을 자아내고 있다.
신예 배우 김요한, 김단의 활약도 눈부시다. 우선 김요한은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학교 2021'에서보다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는 한양체고 럭비부 주장 윤성준 역을 맡아 주가람에 대한 반감이 호감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극 초반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또 축구 국가대표 쌍둥이 동생에게 갖는 열등감, 짝사랑하는 서우진(박정연) 앞에서 뚝딱거림, 럭비부 주장으로서의 듬직한 면모 등 윤성준의 다양한 모습들을 입체적으로 살려 호평받고 있다.
안방극장에 나타난 낯선 얼굴, 김단은 갑자기 럭비부에 똑 떨어진 '피지컬 천재' 문웅 역을 맡았다. 풋풋한 미모에 완성형 피지컬을 가진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풋풋한 사투리 연기로 문웅이 가진 분위기를 십분 살렸다.
여기에 서우진과 윤성준 사이에서 귀여운 삼각관계의 한 꼭짓점이 되었다가, 태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문웅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 단숨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사, 리얼리티, 연기 삼박자가 어우러진 '트라이'가 힘차게 종반부로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한양체고 럭비부의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주가람의 중증근무력증 상태가 당장 수술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고, 럭비부는 계속되는 폐부 위기 속에서 전국 체전에 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
그러나 럭비공은 바닥을 쳐야만 튀어 오른다. 지금껏 '트라이'는 불협화음같던 주가람과 한양체고 럭비부가 비로소 '원 팀'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니 이제 날아오를 차례. 한양체고 럭비부의 마지막 '트라이'는 어떤 모습일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