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드래곤+송강호와 소속사, 관념론과 경험론
- 입력 2025. 08.20. 09:44:36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배우 송강호가 가수 지드래곤의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각각 이 회사의 1호 가수, 1호 배우가 되었다. 또 배우 고준희가 이 회사와 전속 계약을 논의 중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지드래곤이 2023년 12월 쟁쟁한 연예 기획사가 아닌,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회사에 둥지를 튼다고 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지드래곤-송강호
하지만 이후 '신선한'이 사라진 충격만 주었다. 이 회사 소개란에는 'AI 기술과 메타버스, IP(지식 재산권), 콘텐츠 제작 역량을 융합하여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영위함.'이라고 적혀 있다. 첨단 IT 기업으로서 디지털 엔터 테크를 추구한다는 것. 2019년 설립된 이 회사는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1박2일'이 대표적이었다.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 콜을 받았을 슈퍼스타 지드래곤과 송강호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경험이 일천한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타 기획사와는 다른 수준의 전속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드래곤은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송강호는 백전노장이니 관리보다는 보호만 받으면 활동에 큰 이상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미 지드래곤 '관리'에서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실수를 보여 주고 있기에 송강호의 이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예계 역시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흐름이다. 지드래곤은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이곳에 둥지를 튼 이후 계속 팬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가수라기보다는 회사 홍보 대사나 사업가를 연상케 하는 행보를 보였다.
방송 출연이나 공연보다는 신기술과 문물을 공개하는 산업적 행사에 참석하거나 재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쌓는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마치 소속 회사를 홍보하고 회사의 힘을 입증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려는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급기야 팬들의 불만이 터졌다. 최근 글로벌 팬덤은 소속사 운영 전반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불투명한 공연 등의 예매 시스템, 팬클럽 회원에 대한 차별 논란, 지드래곤의 체력과 일정 등에 대한 부실 관리, 정보 고지의 지연, 최용호 대표의 과도한 노출 등에 대해 비난을 쏟아 낸 것. 결국 트럭 시위까지 벌어졌다. 일부 해외 공연에서는 VIP 좌석 판매가 팬클럽에 앞서 외부 플랫폼에 먼저 배정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해 팬들을 분노케 했다.
트럭 시위 때 팬들은 ▲악성 루머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대응과 정기 고소 체계 마련 ▲공정한 예매 시스템 구축 및 팬클럽·현지 팬 우선권 보장 ▲아티스트의 체력과 수요를 고려한 합리적 투어 운영 ▲공연 정보의 사전 고지와 리세일 방지 정책 수립 ▲소속사 대표의 과도한 노출 자제 및 브랜드 분리 등을 요구하며 시위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지드래곤의 ‘위버맨쉬’ 공연이 특별한 이유 없이 74분 지연되는가 하면 지드래곤이 하이볼 론칭 파티에 40분 정도 지각하면서 소속사의 운영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미숙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압권은 지난달 돌연 태국 공연을 취소해 글로벌 팬들을 분기탱천하게 만들었던 사건이다. 그야말로 미숙의 미숙이다.
최용호 대표는 지난 14일 송강호 영입을 발표하며 "글로벌 영화 산업 세계화에 크게 기여한 송강호 배우와 함께 새로운 AI 엔터 테크 시대를 열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100% 믿어도 될 감정이다. 비상장기업인 갤럭시코퍼레이션이 하이브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급 이상의 상장 엔터테인먼트사를 향해 약진할 크나큰 원동력의 엔진을 양쪽 어깨에 얹은 셈이니까. 한마디로 좌청룡-우백호를 거느린 양상이니 영광일 수밖에.
그런데 과연 지드래곤도, 송강호도 든든한 배경을 거느리게 된 걸까? 지드래곤은 실질적으로 그룹 빅뱅의 음악의 방향을 제시하고 적지 않은 레퍼터리를 직접 만든, 작가 겸 프로듀서이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음반 제작 경험이 없다는 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제적 지원만 해 준다면 그는 알아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 능력이 차고 넘친다.
그에게는 별다른 매니지먼트도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들어오는 스케줄을 그가 평가해 선택하면 그만이다. 매니저와 회사는 그를 믿으면서 앞만 보고 달리면 된다. 과연 그러면 될까? 그는 연예인, 작가, 예술가이다. 그중 한 가지만 하는 사람일지라도 계산을 하거나 비즈니스를 하면 본업이 힘들어진다. 풍부해야 할 정서 일부가 피폐해질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연예인을 케어해 주어야지 연예인이 회사를 고려해 준다면 그건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연예인은 아무런 잡생각 없이 오직 작곡, 작사, 프로듀싱, 노래, 연기만 해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 연예인은 최상의 완성도와 재미와 감동의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게 팬들에 대한 최대한도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어떨까? 일단 그는 또래의 남자 배우 중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1996년부터 단역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밑바닥부터 자수성가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 시나리오를 보는 혜안이 남다르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안에서 그보다 연기와 영화를 잘 알고, 시나리오를 잘 볼 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바로 그게 문제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분석해 작가와 감독의 의도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인물로 완성한 뒤 작품 전체의 흐름도 분석해 감독과 스태프, 그리고 동료 배우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과 제안을 해야 하는 위치이다. 그런데 들어오는 시나리오마다 일일이 읽어 본다? 매니저가 건넨 여러 시나리오를 읽어 본다?
과연 그에게 그럴 시간이 있을까? 그가 그런 위치밖에 안 될까? 게다가 벌써 58살이 넘었다. 요즘 나이의 80%만 계산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그래도 40대 후반이다. 나이, 경력, 클래스 등으로 보아 그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일일이 읽어 보는 행위는 신인, 무명 배우나 할 일이다.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 사실상 영화 부문에서 흥행과 평가 양쪽에서 별로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사실상 참담하다. 드라마는 더 비참하다. 그가 소속사의 더욱더 자상하고 전문적인 케어를 받아야 얄 근거이다. 연예인은 유물론보다는 관념론적 관점이 유용하다. 경험론보다는 사변적 사고가 유리하다. 단 기획사와 매니저는 경험론적 가치가 우선한다.
[유진모 칼럼/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