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역할은 씨를 뿌리는 것"…李 대통령, '케데헌' 업고 문화강국 꿈꾼다[종합]
- 입력 2025. 08.20. 18:34:32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매기 강 감독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케이팝(K-Pop), 나아가 케이컬처(K-CULTURE)가 다음 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조언했다.
케이팝 : 넥스트 챕터
20일 오후 아리랑 국제방송에서 방송된 '케이팝 : 넥스트 챕터(K-Pop : The Next Chapter)'에는 매기 강 감독, 트와이스 멤버 지효, 정연, 음악 프로듀서 알티(R.Tee), 대중음악 평론가 김영대가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스페셜 게스트로 자리했다.
우선 매기 강 감독은 '케데헌'을 연출한 계기에 대해 "처음부터 케이팝에 대한 작품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애니 업계에 종사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처음 했을 때부터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 없더라"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한국적인 작품을 먼저 찾은 쪽은 넷플릭스와 소니였다고. 매기 강 감독은 "'위시 드래곤'이라고 중국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는데 그게 잘됐다. 그 뒤로 넷플릭스 쪽에서 한국적인 작품이 있냐고 먼저 물었다. 이런 영화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라며 "저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해서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5살 때 이민을 간 매기 강 감독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잘 알 수 있었을까. 그는 "한국에 계속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방학에는 한국에 계속 있었다. 그런 연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또 학창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남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지도에서 못 찾더라. 중국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또 지도를 보니까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 다른 색이었다. 덜 발전한 나라라고 나와 있는 게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때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케데헌'에는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 음식을 비롯해 갓, 저승사자, 호랑이 등 한국적 요소가 그대로 담겨 호평을 받았다. 매기 강 감독은 "목욕탕 같은 것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낯설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아이슬란드나 러시아 가면 야외 스파도 많다. 그냥 '한국 스타일이구나'라고 이해한다. 저는 우리 문화를 설명하거나 숨기지 않고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논의에 참석한 프로듀서 알티, 김영대 평론가는 각자의 위치에서 느낀 케이팝의 한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알티는 프로듀싱 외에 전자음악 작업도 하고 있다며 "아이돌 음악 말고도 대단한 분들이 많다. 다양한 장르가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아티스트들이 대중에게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라며 공연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케이팝의 역사를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비유하며, 현시점 케이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열과 성을 갈아 넣어 국위선양 해서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부분에 신경을 못 썼다. 토종 IP나 OTT 플랫폼도 그렇고, 뮤지션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봉준호, 방탄소년단, 트와이스를 기대하는 데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와 다양한 음악 지원 사업을 통해 전반적인 케이뮤직(K-MUSIC)이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위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해외에는 대규모 공연장이 많지만, 한국은 여전히 부족하다. 도지사 시절 아레나 건립을 추진했지만 잘 안된 경험이 있다. 대규모 공연 시설이 없다면 기존 시설이라도 변형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거목이 자라려면 풀밭이 잘 가꿔져 있어야 하듯, 순수예술과 다양한 문화 분야에 토대가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역할은 간섭이 아닌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력은 예술을 통제하려는 본능이 있다. 하지만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 예술가들이 경쟁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정 분야에 기회를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기회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가 토양을 마련해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서 트와이스나 메기 강 감독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라고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케이팝에 머무르지 않고, 푸드, 드라마, 영화, 한국어, 뷰티 등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문화 강국'이라는 국가 비전으로 연결 지었다.
그는 "대한민국은 자원이 풍부하지 않지만, 사람이 자원인 나라다. 앞으로 세상이 물질적 풍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미래 과제가 된다"라며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지면 자랑스러운 문화 강국으로 나갈 수 있다. 정부가 더 많은 국민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리랑 국제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