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좋아해요' 남규리의 깊은 고백 [인터뷰]
- 입력 2025. 09.04. 15:30:04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남규리가 프로젝트 앨범 '기억'으로 가수 활동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힘겨운 시간을 딛고 내놓은 신곡 '그래도 좋아해요'에는 음악을 향한 그의 진정성과 간절함이 담겨 있다.
남규리
남규리는 지난달 17일 2025 프로젝트 앨범 '기억'의 두 번째 디지털 싱글 '그래도 좋아해요'를 발매했다. '기억' 프로젝트는 지난 5월 리메이크곡 '가슴앓이'로 시작을 알린 바 있다.
최근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것과 관련해 남규리는 "반응을 많이 보다 보니 외워서 어떤 영상에 댓글이 몇 개인지 다 알 정도다. 유튜브부터 제 인스타까지 정말 많이 본다"며 "원래 제가 12시면 자는데, 요즘에는 새벽 내내 그걸 본다. 반응이 한 개만 올라와도 너무 소중하다. 그 댓글들을 보면서 '이 댓글을 무슨 생각으로 달아주셨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좋다는 걸까' 돌아보면서 생각을 되새김질하다가 자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 '귤멍'에 다큐멘터리를 하나 올렸는데, 길게 정성 들인 댓글을 정말 많이 남겨주셨다. '버텨줘서 고맙다',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같은 반응들이 기억에 남고, 다른 댓글들 하나하나도 다 주옥같았다. 그런 댓글들은 저를 잘 아는 사람, 저의 발자취를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들이라서 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더 의미가 남달랐다"고 얘기했다.
신곡 '그래도 좋아해요'는 인디팝과 드림팝을 바탕으로 한 밴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으로, 멀어져 가는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망설임을 몽환적인 질감으로 표현했다. 남규리는 이번 곡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다고.
"이 곡을 꼭 내고 싶었는데, 사실 못할 수도 있었다. 원래는 잠은 잘 자는 편인데, 이때만큼은 잠도 잘 못 잤다.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이 노래를 못할까 봐 가슴 졸였던 시간이 많았다. 간절했다가 화도 났다가 짜증도 나면서 노래가 저를 정말 많이 흔들더라. 하지만 이 곡을 꼭 하고 싶었다. 가사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담겨 있었다. 또 저만의 솔로 색깔이 필요했는데, 이 곡은 저만의 느릿하고 오묘한 목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꼭 이 노래여야만 한다는 확신이 있었고, 이 노래를 해야만 진정성이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에 녹음실에 갔던 날 30분 만에 쫓겨났다. 예전에 씨야를 할 때도, 후시녹음을 할 때도 늘 녹음실에서는 자신이 있던 사람이라 그렇게 쫓겨난 역사가 처음이었다. 그때 '네가 이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연습해온 게 맞냐'는 말을 듣자마자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원하는 음색이 씨야 때의 톤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30분 만에 쫓겨나고서 이 노래를 정말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3주의 시간을 주고서 그때도 안되면 이 노래는 운명이 아닌 거라고 못을 박아놓았는데, 다행히 3주 후에 녹음실에 가서 노래를 잘 녹음했다."
힘겹게 나의 것이 된 만큼 발매 후에도 곡에 대한 남규리의 애정은 여전하다. 심지어 그는 "노래에 미안하다"는 말까지 하며 이번 곡에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제 노래 중에 이렇게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게 처음이다. 어떻게 듣고 들어도 안 질리나 싶다.(웃음) 내 감정을 다 담아내서 그런가 싶은데, 아직 확실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 노래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계속 생긴다. '내가 조금 더 가수로서의 입지가 생겨있었으면 좋은 방송, 무대를 잘 잡았을 텐데', '내가 조금 더 자리를 잡은 가수였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더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물론 최근 가요계에는 신나는 음악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비율이라는 게 있기에 선과 악도 있듯이 신나기만 하면 성장할 수 없다. 세상이 힘들 때 그런 메마른 감정들을 따뜻하게 만져줄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둡고 고된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이 노래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렬했다. 제가 그걸 경험해서 더 그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이 곡은 발매하고서 1~2주 정도 홍보하는 게 아니고, 계속 왼쪽 어깨에 간직하면서 알린다고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다. 제게 첫사랑 같은 느낌의 곡이다. 아련하면서 애틋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랑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래도 좋아해요' 뮤직비디오에서 남규리가 지금까지 보내온 여정도 엿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 속 소품, 연출 등에는 어두웠던 과거를 딛고 새로운 시작에 나서는 남규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남규리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있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 직접 연출에 많이 관여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그냥 맡겨서는 알 수 없다.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얘기를 드렸기에 이런 메타포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나올 수 있었고,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좋아해요'라는 곡처럼 저는 원래 그렇게 살고 있던 사람이다. 주변에서는 저처럼 많은 일들을 겪으면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줬는데, 저는 누구한테 큰 상처를 받아도 정말 잘 자고 굉장히 건강하다. 제가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좋았던 것만 기억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끝나도 좋았을 때를 생각하면 다 괜찮았다. 그때 그 순간에 그 친구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생각했고, 그걸로 오히려 상처가 묻어지더라.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다 좋았던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일들을, 시간들을 지나온 건 다 겪어야 될 일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잘 버틸 수 있었다."
2025 프로젝트 앨범 '기억'를 통해 가수 활동을 재개한 남규리. 이 앨범은 남규리가 지난 시간 동안 아티스트로서 경험한 감정과 순간들을 다양한 장르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올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신곡이 공개될 예정이다.
남규리는 남은 올해의 계획을 묻자 "시간은 한정돼 있고, 할 건 많아서 올해 안에 다 풀 수 있을까 싶을 정도"라며 "올해가 네 달 정도 남았으니 구조를 잘 짜서 최대한 공개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페스티벌이나 해외 공연도 서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내년에 제가 주체적인 공연을 보여드리려면, 함께 즐기고 호흡할 수 있는 제 노래가 더 많이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06년 그룹 씨야로 데뷔한 남규리는 '사랑의 인사', '미친 사랑의 노래', '구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노래가 아닌 연기에서도 소질을 보이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남규리는 "제가 다방면을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 만능 엔터테이너가 돼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이것저것 만들고 참여하는걸 원래도 좋아했다"며 "사실 씨야 시절에도 작사를 배웠다. 당시에는 가수들이 작곡이나 작사를 많이 하던 시기가 아니었는데, 한번 참여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작사를 많이 배우고 있었다. 원래도 뭔가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한다. 작품에서도 스핀오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두 번째 주인공 같은 역할을 많이 했었고, 그래서 영화도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패션 공부도 하고, 어떤 브랜드의 역사나 역할을 공부하면서 인문학들도 공부했었다"고 얘기했다.
지난 2009년 소속사 이전 문제로 계약 분쟁으로 힘겨운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남규리가 힘들었던 시간도 모두 버텨낼 수 있었던 건 팬들 덕분이었다. 남규리는 팬들을 "고비 때마다 나를 살게 해준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좋건 나쁘건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살았다 보니 세상 밖에 나가서 가끔 인사하는 정도였다"며 "그러다가 제 음악이 세상에 나왔는데 그제야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았구나'라는 걸 깨달아서 정말 놀랐다. 처음에는 인지가 아예 안되다가 나중에서야 사람들이 나를 되게 좋아했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이런저런 이슈가 많았지만, 음악을 사랑해 주셨던 사람들에게는 제가 예쁘게 노래하는 아이였다는 게 정말 감사하더라"고 털어놨다.
긴 시간 끝에 가수로서의 활동을 재개한 그는 '노래'나 '작품'으로 기억되는 남규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동시에 자신처럼 홀로서기에 나선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한 남규리, 한층 단단해진 모습은 자연스레 그의 새로운 여정까지 응원하게 만들었다.
"저는 노래나 작품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규리를 모르시더라도 '그 노래', '그 작품' 이런 식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사람들이 노래나 작품보다는 저라는 사람 자체를 많이 아셨던 것 같다. 노래가 정말 사랑받아서 저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 노래만 안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저로 인해서 혼자 음악하시는 분들이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발판이 생겼으면 좋겠다. 저도 어쨌든 곧 20년 차고, 누군가는 먼저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더 열심히 해서 '이런 방법도 있더라' 하고 알려주고,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YS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