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2역=시너지 효과"…연상호·박정민이 들춰낸 내면의 '얼굴'[종합]
- 입력 2025. 09.10. 17:25:47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는 '얼굴'로 세상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이 그린 숨겨진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얼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얼굴'(각본·감독 연상호) 언론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연상호 감독,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이 참석했다.
또한 "박정민의 인기가 저스틴 비버 수준"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박정민은 "2년 사이에 저의 인기가 한층 올라간 걸 느꼈다. 토론토에서 한국 동포의 힘을 이렇게 느낄 줄은 몰랐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 감독은 "이 작품은 제 자신이 성과, 성취에 집착하는 게 어디서부터 만들어졌는지부터 생각하며 시작했다. 그 질문이 70년대 한국의 성장을 이룬 근대사는 무엇을 잃어버렸고, 무엇을 착취했는가의 질문으로 넘어왔다. 그 이후에 핸디캡을 이겨낸 영규와 그 반대의 인물인 영희를 만들어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작품을 만든 계기에 대해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박정민은 1인 2역 연기 첫 도전으로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얼굴'에서 시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도장을 파며 성실히 살아가는 '젊은 임영규'와 40년 만에 백골 사체로 돌아온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아들 '임동환'으로 분했다.
박정민은 "큰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던 건 아니다. 1인 2역을 제안해놓고 보니 주제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아버지 역할을 먼저 촬영했었다. 그러다보니 아들 역할을 이후에 촬영할 때 아버지를 연기하며 쌓였던 수치심들을 아들로서 바라보는 느낌이 있었다. 1인 2역이 도전의 느낌이라기보다는 두 역할이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받아서 연기에 꽤 자연스레 도움이 됐다"고 얘기했다.
특히 이와 같은 1인 2역은 박정민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져 더욱 눈길을 끈다. 연 감독은 "처음에 박정민 배우가 참여해주기로 결정하고서 1인 2역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이 영화에 꼭 필요한 핵심이었다고 생각했다. 한 배우가 두 역할을 연기하면 이 영화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세대의 이야기도 잘 담기는 형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 대본 수정 작업에 들어갔었다"고 설명했다.
권해효는 현재의 임영규를 연기한다. 그는 "시각장애에 접근할 때 특별히 일반적인 모습을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고민은 안 했다"며 "15년 넘게 함께 살았던 장인어른이 시각장애를 갖고 있었다. 익숙한 공간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익숙하지 못한 곳에서 조심스러워지는 것처럼 오랜 시간 옆에서 보며 느낀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태생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서 시각 미술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자 걱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권해효와 부자 지간으로 호흡을 맡게 된 박정민은 "데뷔 15년 동안 한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끊지 않고 15분 동안 연기하는 걸 처음 봤다. 굉장히 압도적이었다"며 "선배님께서 그 장면을 몰입해서 계속 이어나가는데, '관객분들에게 이 장면 만으로도 꽤 큰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 제가 있는 게 장했을 정도"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신현빈은 얼굴이 노출되면 안 되는 '정영희' 역으로 파격 연기를 선보였다. 신현빈은 "준비할 때 어렵고 두렵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재밌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 사람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보이진 않기에 보시는 분들이 상상으로 얼굴을 그려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사람의 표정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어떤 감정인지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그런 것들을 얼굴의 표정이 아닌 다른 걸로 어떻게 표현할지 이런저런 시도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앞서 신현빈은 영화 '변산'에서 박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바, 이번 부부 연기에서도 흡족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전에 '변산'에서 처음 만나 연기를 하고, 이번에 부부로 연기를 하게 됐다.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촬영하는 상황도 많았고, 함께 하는 장면 중에는 편하지만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서로 잘 알고 믿기 때문에 나오는 호흡들이 많았다. 미리 말하지 않아도 서로 받아들여준다는 믿음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회상했다.
임성재는 '청풍피복' 공장의 사장 백주상을 연기하며 1970년대를 가장 리얼하게 표현했다. 임성재는 "'부산행'부터 해서 '계시록'까지 제가 느끼기에는 연 감독님은 지금까지 큰 망치를 들고 박력 있게 작품을 만들어내셨다"면서 "이번 작품은 그런 감독님이 바늘을 들고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상호의 바느질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고 참여 계기를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와 관련해 "스스로가 대단한 악행을 저질렀다고 생각을 안 했을 것 같았다. 자신이 훌륭하게 해낸 일들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고, 이는 결국 상당 부분 시대가 허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지현은 임영규를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PD 김수진 역을 맡아 사건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캐릭터를 그려냈다. 그는 "오늘 영화를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제가 연기했을 땐 이기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내려는 PD였다가 점점 진심으로 빠져들고 궁금해하는 인물이었고, 마지막에 임동환을 보고 그가 선인지 악인지 판단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악이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뜨는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오늘 다시 보니 저 또한 조금은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제 역할도 그렇게 선이라고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얼굴'은 2억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 감독은 "처음에는 사실 1억 원으로 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제가 물정을 잘 모르는 거였더라. 처음엔 그냥 핸드폰으로 찍거나, 재연드라마처럼 해서 만들면 되겠다 싶었는데 한편으론 별로일까 봐 걱정이 됐다"면서 "그래도 일단 시작해 보자고 결심했다. 첫 단추부터 박정민이 들어오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스태프들도 하나하나 모이기 시작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퀄리티가 높아졌다. 이 자리를 빌려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공식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예산이 워낙 적다 보니 배우나 스태프들한테 미안하다. 이번만큼 흥행에 목말라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도와주셨으니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간절한 적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뒤이어 박정민은 "저도 흥행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도 "그보다는 조금 더 딥하게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는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 많은 관객분들이 이 시대에 해볼 법한 이야기를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얼굴'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