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장관급 임명의 의의와 아폴론
입력 2025. 09.11. 18:25:47
[유진모 칼럼]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 총괄 책임자(CCO) 박진영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되었다. 9일 대통령실의 발표 이후 박진영은 "대중문화교류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기구의 일을 맡아서 하게 됐다."라고 알렸다.

그는 "정부 일을 맡는다는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로서는 여러 면에서 너무나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운 일이라 많이 고민했지만 지금 K-팝이 너무나도 특별한 기회를 맞이했고, 이 기회를 꼭 잘 살려야만 한다는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 2003년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음반사들에 우리 가수들의 홍보 자료를 돌릴 때, 2009년 원더걸스가 한국 가수 처음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했을 때,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제 꿈은 똑같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이다."라고 알렸다.

이어 "그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잘 정리해서 실효적인 지원이 갈 수 있도록 하고, 또 후배 아티스트들이 더 좋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K-팝이 한 단계 더 도약해 우리 문화를 알리는 걸 넘어 세계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많은 고민 끝에 시작하는 일인 만큼 여러분들의 조언과 응원 부탁드린다. 이 일을 함께 맡아 해 주기로 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마무리했다.

박진영은 평소 자신을 '딴따라'라고 부르는 걸 주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당하게 즐겼다. 딴따라라는 호칭에는 비하의 의미가 있었지만 그는 그걸 자랑스럽게 내세운 것이다. 그의 위원장 발탁은 바로 그런 자긍심의 결과에 다름없다.

현재 K-팝의 스타들은 신곡을 발표했다 하면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빌보드의 영역은 하드리아누스의 방벽으로 막혀 있었다. 당시 이미 HOT 등의 인기 아이돌 그룹이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팝과 록의 본고장 미국, 그것도 최고 권위의 빌보드 차트 진입은 철옹성이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빌보드를 공략한 장본인이 바로 박진영이다. 그는 2007년 원더걸스를 데뷔시킨 후 연속해서 성공을 거두자 2009년 미국 데뷔 싱글 'Nobody'를 발표하며 현지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기준 50년 만에 빌보드 핫 100에 진입시켜 76위에 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K-팝의 선구자가 HOT의 SM엔터테인먼트(이수만)와 젝스키스의 DSP(고 이호연)라면 빌보드 공략의 선봉장은 박진영이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팩트이다.

그동안 연예인이 정부 고위직에 발탁된 사례는 몇 번 있었다. 그런데 가수의 실무진 장관급 발탁은 최초이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첫 번째, 그만큼 K-팝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K-드라마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두 번째, 박진영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싱어 송 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이다. 직접 노래를 부르는 한편 작사, 작곡, 편곡 등의 창작 활동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속 가수들의 음악을 프로듀싱한다. 그야말로 종합 아티스트의 모든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는 '예술' 활동에만 전념할 뿐 비즈니스와는 적당하게 거리를 둔다.

세 번째, 그가 JYP 내에 세워 둔 방침이 빛을 발했다. 그는 소속 연예인에게 가장 중요한 게 인성이라는 철칙을 세워 놓고 있다. 또한 간부나 홍보팀 임직원들에게 그 어떤 비즈니스일지라도 유흥업소에 출입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할 정도로 철벽 방어하고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이스라엘 등의 음악이 서양 음악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서양 음악의 직접적인 모체가 된 것은 고대 그리스의 음악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음악과 관련된 인물은 아폴론, 오르페우스, 판 등인데 당연히 올림푸스 12신 중의 하나인 아폴론이 선두 주자이다.

라틴어의 musica와 영어의 music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출발했다. 아폴론은 태양, 음악, 시, 궁술, 의술, 예언의 신이다. 알려졌다시피 그리스 신화는 철저하게 인간의 삶을 반영한다. 아폴론이 태양의 신이면서 음악과 시의 신이라는 것은 그만큼 오래전부터 음악과 시가 인간의 정서와 생활과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증거이다.

또한 생명과도 관계가 있다는 암시이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고 향유함으로써 차별화된 인생을 산다.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는 의식주라고 하지만 사실상 인류는 그 외의 많은 것으로써 더욱 윤택하고 풍요로우며 발전적인 삶을 추구했다.

박진영은 전술한 능력 외에도 악기 연주 및 춤에 능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별로 재미를 못 본 것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대표적인 만능 엔터테이너이다. 물론 그게 음악 분야에 한정된다는 핸디캡은 있지만 그래서 그게 음악 산업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박진영의 어깨에 중책을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외교 무대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 그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현재 전 세계의 외교와 경제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 넷플릭스가 우리의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만들어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진영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놓인 이유이다. 과연 그는 K-팝계의 아폴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꿈을 꾸고, 사색을 하며, 정서의 바다를 항해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 바다에 영화, 드라마 그리고 음악이 있다. 음악이 대중문화 콘텐츠의 필수적인 기초 요소라는 것은 이미 고대 그리스 때부터 증명된 정석이다.

[유진모 칼럼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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