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 연극·뮤지컬 호황?…대극장만의 이야기
입력 2025. 09.12. 12:25:22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최근 국내 공연 시장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 대극장 무대에만 이 호황이 머무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 예매 데이터를 분석한 '2025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은 1,070만 매의 티켓예매와 7,414억 원의 티켓판매액을 기록하며 역대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연극과 뮤지컬은 각각 티켓판매액 기준 7.3%, 5.0%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두 분야 모두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공연계'의 전체적인 호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잘 알려진 몇몇 대극장 작품들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 이면에서는 중소극장 제작사들의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KOPIS에서 발표했던 '2024년 예매 티켓 판매액 상위 뮤지컬' 순위에 따르면, 1위에는 '알라딘', 2위에 '프랑켄슈타인', 3위에 '시카고'가 올랐다. 이외 '킹키부츠' 서울 공연, '지킬앤하이드' 20주년 공연, '헤드윅', '하데스타운' 서울 공연, '15주년 기념 공연, 영웅', '레미제라블', '베르사유의 장미'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물론 티켓 가격이 높게 책정된 대극장 작품이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대극장 작품 위주로만 쏠린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오픈런 공연의 대명사인 15년 장수 연극 '옥탑방 고양이'가 잠정 폐막을 결정한 바. '오픈런'을 비롯한 대학로 공연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 스타 캐스팅·라이선스…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큰 차이

대극장과 중소극장의 공연을 비교했을 때, 가장 표면적으로 크게 드러나는 차이는 라이선스의 유무다. 지난해 티켓 판매액 상위권에 들어섰던 10개 뮤지컬 작품 중 국내 창작 뮤지컬은 '프랑켄슈타인', '영웅', '베르사유의 장미'로 세 작품이었다. '알라딘', '시카고', '킹키부츠', '지킬앤하이드' 등 나머지 7개 작품은 외국에서 창작된 작품의 판권을 수입해 국내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작품이었다.

공연계 관계자 A씨는 "라이선스 작품은 이미 해외에서 흥행으로 검증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고, 홍보에서도 '브로드웨이 히트작' 같은 문구는 쉽게 관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창작 작품은 매번 처음부터 스토리와 가치를 설득해야 하니, 홍보마케팅 난이도가 훨씬 높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스타배우 캐스팅이다. 작품의 브랜드 파워만큼 출연 배우의 인지도와 인기도 관객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같은 공연이어도 출연 배우에 따라 회차마다 티켓 판매율이 큰 격차를 보이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홍보·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스타 배우의 이름은 가장 강력한 브랜드다. 관객은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안전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스타 캐스팅이 흥행의 필수 요소처럼 굳어졌다"며 "결국 스타를 확보할 수 있는 자본력 있는 제작사만 시장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 B씨 역시 "매니아 층이 탄탄하고, 그 시기에 인기를 끄는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것"을 흥행 요인으로 꼽으며 의견에 힘을 실었다.

또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마케팅 차이도 양극화 요인으로 언급했다. 지하철이나 대형 LED에서 쉽게 옥외 광고를 접할 수 있는 대극장 뮤지컬들과 달리 대학로 공연들은 SNS 숏폼 등에 공을 들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결국 제작사의 자본력에 따라 마케팅의 방식과 정도도 달라진다는 것.

A씨는 "온라인 광고, 옥외물, 영상 콘텐츠 제작, PR 이벤트까지 모두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대형 제작사는 이를 대규모로 집행할 수 있고, 중소 제작사는 자체 SNS나 관객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가 결국 공연 매출 격차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 제작비 상승 계속…결국 모두 자본력 싸움

제작비 상승 문제 역시 공연 산업이 직면한 큰 문제로 꼽힌다. 해외 라이선스 구입 비용, 배우 섭외비 뿐만 아니라 무대 기술과 인건비까지 매년 상승하면서 한 작품을 올리는 데 드는 제작사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계자 C씨는 "현재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제작사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잘 되는 공연들이 가끔 나올 뿐, 대부분이 매출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물리적으로 작품 수가 많아진데 반해 관객 수 확장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가운데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서 BEP(손익분기점)가 너무 올라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흥행을 보장하던 스타 캐스팅 효과도 점차 약화되며, 투자 대비 안정적인 회수 구조를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졌는 것. 관계자 C씨는 "최근에 매체 배우들이 공연으로 정말 많이 넘어오는 추세"라며 "이로 인해 유명한 몇몇 배우를 제외하고는 배우들의 티켓 파워도 하향 평준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자본을 가진 대형 제작사에 기회가 집중되고, 중소 규모의 제작사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 심지어 티켓 파워가 분산되며 흥행 안전장치로 여겨지던 스타 캐스팅도 효과가 미미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 홍보 지원 확대→할인 정책 강화…관객 선점이 우선

그렇다면 이와 같은 양극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공연계에서는 지원 정책 방향이 단순히 제작비에만 몰려있는 점을 언급하며, 홍보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A씨는 "지원사업은 제작비도 중요하지만, 사실 마케팅과 홍보 지원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며 "아무리 좋은 창작 작품이라도 관객에게 닿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제작 이후에 '관객과 만나는 단계'를 지원해주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대극장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임대료 및 운영비 지원, 지역 문화재단이나 시·구 단위의 공공 공연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덧붙였다.

또한 높은 티켓값의 장벽을 낮추는 할인 정책도 해결 방안으로 꼽을 수 있다. 뮤지컬 마니아인 관객 D씨는 "최근 티켓 가격이 만만찮아서 대부분 공연은 타임 세일, 현장 예매 할인 등의 특가로 예매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을 가장 빠르고 쉽게 끌어들이는 방법인 만큼 이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현실적으로 여기는 해결법이다. B씨는 "현재처럼 작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수많은 공연 속에서 관객의 선택을 먼저 받아내는 게 제작사에게 가장 중요하다"며 "할인 정책이나 홍보성 콘텐츠, 입소문 전략 등으로 선점 효과를 가져오는 게 사실상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A씨 역시 "청소년, 대학생 등 새로운 관객층을 위한 티켓 제도나 창작 작품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가격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접근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관객 유입과 공연계의 지속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며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것을 강조했다.

결국 일부 작품만이 호황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공연계의 양극화는 더욱 깊어질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제작사와 관객이 균형을 맞추는 때에 모두가 체감하는 공연계의 호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엔에이치엔링크,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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