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긴 겨울잠 끝…또 다른 시작[인터뷰]
입력 2025. 09.16. 08:00:00

이현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가수 이현이 오랜 공백 끝에 미니 3집 ‘A(E)ND’로 돌아왔다. 보컬 실력은 이미 대중에 익히 알려진 이현이지만 준비 기간 동안 꾸준한 연습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담아냈다.

‘A(E)ND’는 지난 2021년 7월 발표한 싱글 ‘바닷속 달’ 이후 4년 만에 공개하는 신곡이자 음반으로는 2012년 1월 발매한 정규 1집 ‘The Healing Echo’ 이후 무려 13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이현은 본인의 이름을 걸고 내놓는 음반인 만큼 준비 과정이 오래 걸렸다.

"기쁘다기 보다 기사를 보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걸 알아서 팬분들한테 너무 미안해지더라. 따로 뮤지컬 활동 같은 걸 한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활동이 전무한 상황에서의 기다림이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이번에 꽤 열심히 잘 만든 것 같아서 조금의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크레디트에 '이현'이 올라간 앨범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서 한 3년 정도 미디로 곡을 쓰고 컴펌받는 과정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다"

앨범명 ‘A(E)ND’는 철자와 발음은 유사하지만 의미는 상반되는 ‘AND’와 ‘END’를 결합한 표현이다. 관계의 양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현은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 ‘Day & Dream’, ‘What’s On Your Mind’, ‘Tree of Life’, ‘너에게 (마중 pt.2)’ 등 5곡의 작사에 참여해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녹였다. 여기에 하이브 뮤직그룹의 레이블 빅히트 뮤직의 대표 프로듀서 피독(Pdogg)도 여러 수록곡의 프로듀싱, 작곡, 작사를 맡아 힘을 보탰다.

"개인적으로 사랑이라는 게 뭘까, 요즘 시대 사랑은 어떠한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인터스텔라'도 다시 봤다. 우주를 돌아다니는데 결국은 사랑을 찾는, 어떻게 보면 허무하지만 찡한 결말이다. 가사가 경험담은 아니지만, 세상의 힘듦을 담아내려 했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삶의 하루하루가 힘들다. 사랑이라는 것들이 다른 색을 갖게 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담고 싶었다"

타이틀 곡 '이쯤에서 널'은 브리티시 록에 기반한 팝 발라드 장르로 지키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한 시간과 그 끝에서 마침내 놓아주기로 결심한 순간의 아픔을 담았다.

"'이쯤에서 널'은 직관적으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이 곡을 불렀을 때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그려졌다. 멜로디가 중간중간 이탈하는 느낌들이 있다. 그런것들이 매력적으로 와닿았다. 다만 가사가 나올 때까지 오래 걸렸다. 발음이나 내용적으로나 가사가 좋아야 한다. 상황을 던저 놓고 작사를 받다 보니까 너무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되더라. 벼랑 끝에 있으니까 또 쓰게 됐다(웃음)"


특히 이현은 헤어짐을 생각하는 화자의 복합적인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자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창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후렴 부분에 안정적으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음 이탈 처럼 들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헤어짐을 생각하는 화자의 감정선 자체가 온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짜증도 나고 미안하기도 하고 놓는 순간에 안타까움도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있을 거다. 그런 흔들림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기존에 제가 별로 안 쓰고 좋아하지 않았던 방식을 이 곡을 부를 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너무 장난처럼 들리면 안 되기 때문에 그 중간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이밖에 ‘Day & Dream’은 그의 매력적인 중저음과 소울풀한 알앤비(R&B) 창법을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우리의 중력’은 프로미스나인의 메인 보컬 송하영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Tree of Life’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나무처럼 한결같이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전한다. ‘What’s On Your Mind’에서는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음악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너에게 (마중 pt.2)’는 지난 2009년 발매된 에이트(8Eight)의 정규 3집 ‘The Golden Age’에 수록된 ‘마중’이 떠오르는 곡이다. 이현은 2000년대 초반의 느낌의 곡들이지만, 누구나 처음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피독 프로듀서와 내가 잘하는 것, 연습생 때부터 연습해 왔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앨범을 찾아보니까 2000년대 초반 알앤비를 거의 안 했더라. 피독이 그쪽에 일가견이 있기도 해서 하기로 했다. 요즘 세대가 듣기에 힘든 음악은 아니다. 이번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처음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자였다. 이지리스닝까지는 아니지만 아마 들으면 괜찮다고 느끼실 실 거다. '너에게'는 처음으로 만든 팬송이다. 팬들이 우리의 추억을 생각하는 감성적인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이처럼 이현은 특유의 애절함이 묻어나는 발라드는 물론 트렌디한 팝,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 확장을 꾀했다. 뿐만 아니라 꾸준한 발성연습을 통해 폭넓은 음역대로 짙은 감성을 극대화했다.

"예전에 했던 무거운 톤보다는 가벼운 톤으로 할 수 있어야 해서 1년 정도 발성 연습을 매일 한 시간씩 했다. 보컬적으로도 많이 늘고 사용할 수 있는 음역대가 늘었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으시면 다양한 톤이 있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준비 과정이 길었던 만큼 이현에게 이번 앨범은 음악에 대한 갈증을 확실히 해소하는 계기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이현의 음악적 시도가 빛나는 이번 음반은 16일 오후 6시 공개된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음 앨범에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장르적인 콘셉트를 잡을 때 하드락, 퇴폐적인 분위기의 곡 등 다양한 장르곡을 받고 가이드까지 해본다. 그 과정에서 내 보컬에 이런 것도 있었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긴 겨울잠을 끝내고 이제는 정말 음악적인 욕심이 생겼다.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빅히트 뮤직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