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국과 결혼 '피로(疲勞)'宴
- 입력 2025. 09.16. 10:11:52
- [유진모 칼럼] 그룹 터보 출신 가수 김종국이 결혼식과 아내를 콘텐츠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부터 유튜브 채널까지 연일 도배하다시피 수놓고 있다. 이에 적지 않은 대중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결혼식을 마치 대단한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듯 치른 내용부터 아내의 정체를 꽁꽁 숨기는 신비주의 전략까지 지나치게 반복 재생산하면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김종국
그는 결혼식을 조용히 치른 이유에 대해 "아내가 조용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나도 조용히 하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 사정으로 조용하게 식을 치르느라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해 한편으로 죄송하다. 많은 이해 부탁드린다. 저와 관련된 소식으로 피로감을 느낀 분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앞뒤가 안 맞는다. 아내도, 자신도 식을 조용히 치르고 싶었다? 남들의 관심이나 눈길을 받는 게 싫었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 역시 원치 않았다는 뜻이다. 그럴 수 있다. 아내는 유명 연예인도, 정치인도 아니므로 남들의 이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김종국은 연예인이다. 팬들의 성원으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은 있다. 그의 아내의 정체와 얼굴을 공개할 의무는 없지만 최소한 팬들의 '알 권리'에 대해 어느 정도 무게감은 느껴야 마땅하다. 그가 결혼을 언론 매체가 아닌, 자신의 채널을 통해 팬들에게 먼저 알린 게 바로 그런 맥락이다. 그는 팬들을 제일 무서워하고, 어려워해야 마땅하다. 연인이 아닌, 아내가 된 이상 그 책임도 공유해야 한다.
유명 연예인과의 결혼을 결심한 배경은 그녀만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김종국의 재산이나 유명세를 전혀 거들떠보지 않고 오직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의 엄청난 재산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까? 만약 의식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어떤 풍요로움이 보장되었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에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라는 명대사가 있다.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의 초능력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김종국 정도 스타의 영향력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능력에 다름없다. 그러니 그런 혜택과 부귀영화를 누릴 때는 그만한 책임이 수반되는 게 마땅하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게 팬 서비스이다.
물론 아무리 대중의 지지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다고 해도 그도 자신만의 사생활을 보호받고 자신만의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법을 떠나 체감 온도라는 게 있다. 즉 연예 스타의 팬 서비스 정도에 대한 규준은 없더라도 느낌상 어느 정도 자신의 일상 중 일정 부분을 양보할 것인지 자신만의 근거는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그가 아내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했다면 조용히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끝났어야 했다. 결혼식을 전후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마치 차원이 다른 신적인 존재들이 올림푸스 정상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치르는 듯 유난을 떨며 차별성을 부각하는 예능 콘텐츠를 만들지 말았어야 앞뒤가 맞았다.
물론 그게 김종국이 아닌, 프로그램 제작진의 뜻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종국은 이미 방송사 제작진에게 휘둘릴 위치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한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그런 위치에 있다. 게다가 그는 굳이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료에 연연할 만큼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사람도 아니다. 지금부터 숨만 쉬어도 가진 돈을 다 못 쓰고 떠날 부자이다.
모든 생물은 번식을 한다. 생명체 중 유일하게 인류만 결혼을 통해 번식하고, 가정을 일군다. 만약 외도와 이혼이 없다면 결혼은 완벽하게 신성한 제도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때 간통죄가 성립되었지만 현재는 폐지된 상태이다. 그것만 보아도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 감춰진 현실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즉 이 시대의 결혼은 예전만큼 격조 있고, 고상한 행사와는 다르다는 의미이다. 현재 'N포 세대'가 가장 많이 포기하는 게 '내 집 마련'과 결혼이다. 그런데 김종국은 65억 원짜리 호화 주택을 구매한 뒤 결혼식을 올리고 그런 여러 가지 내용들로 예능 프로그램을 수놓고 있다. 일반인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바탕이다.
물론 결혼이 잘못은 아니다. 당연히 축복받아야 한다. 다만 위화감을 조성한다거나,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면 보는 이가 축복보다는 논총을 주기 마련인 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다. 1993년 제4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타이완 리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은 해프닝을 통해 가족이 되는 훈훈한 이야기를 그려 호평을 받았다.
여기서 피로연(披露宴)은 결혼이나 출생 따위의 기쁜 일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베푸는 연회를 뜻한다. 김종국은 결혼식 후 가족, 지인들과 성대하고 뜻깊은 피로연을 치렀을지 모르지만 그의 '넘사벽' 호사스러운 삶과 아내의 신격화 같은 신비주의는 대중에게 '피로(疲勞)'宴으로 다가오는 모양새이다. 예능 프로그램도 '사골 국물'은 그만 차리는 게 어떨
[유진모 칼럼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