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th BIFF] 손예진의 연기 열정은 '어쩔수가없다'[종합]
- 입력 2025. 09.18. 18:21:34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데뷔 26년 차 배우 손예진의 연기 원동력은 '열정'이었다. 이제는 현장이 즐겁고, 연기를 어느정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손예진이다.
손예진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행사가 열렸다.
손예진이 출연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어쩔수가 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날 손예진은 "어제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게 되는 날이었다. 베니스랑 다른 설렘과 기대를 안고 왔다. '어쩔수가없다'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게 배우로서 영광이었다"라며 "큰 무대, 큰 야외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는 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부산의 바람도 좋고, 어제 그 순간은 딴 한순간인 거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고 행복하게 영화를 관람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베니스는 베니스대로 영광스러운 자리었는데 한국관객들을 위해 만든 영화인만큼 어떤 리액션으로 어떤 부분에서 가슴 아파하고 슬퍼할지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14일 폐막한 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 관객상을 수상,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해외 영화제는 처음이었다는 손예진은 "현지에서 박찬욱 감독을 리스펙하는 마음과 한국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걸 몸소 느끼면서 너무 감격스러웠다"라며 "이 자리에 경쟁부문으로 참여해서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게, 이것이야말로 다시 올 수 있을까?되게 벅찼다. 마지막에 기립박수 치고 인사하는데 되게 뭉클하더라. 지못미로 못생기게 나온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어느덧 데뷔 26년차에 접어든 손예진은 여전히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과거의 모습도 귀하다는 걸 알아가는 시기라고.
손예진은 "대중이 아는 표정, 아는 말투, 제 식의 어떤 연기 패턴이 있을 거다. 예전에는 그런 부분이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극복하고 싶은 부분이었다. 얼굴을 바꾸고 싶고 목소리를 바꾸고 싶었는데 결국 그것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인정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라며 "계속 다양한 캐릭터, 장르를 도전하는 것도 그 전이랑 달라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다. 관객분들이 조금이라도 지루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제가 찍은 과거 영화들을 보면서 느낀다. 무슨 생각으로 저 연기를 했지? 지금 경력도 쌓이고 기술적으로도 발전했지만 저때의 순수한 표정, 저런 눈물, 웃음을 이제는 못할 것 같다는 걸 이제 와서 아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손예진은 20대에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드라마 '여름향기', '연애시대' 등 실제 나이보다 성숙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손예진은 "지금 돌이켜보면 빨리 나이가 들고 싶었다. 성숙한 연기가 하고 싶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어설프고 20대의 불안함이 아니라 굉장히 농밀하고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그런 욕망, 열정이 있었다. 애늙은이다운 선택이 아니었나"라며 웃어보였다.
올해로 26년 차 데뷔를 맞이한 손예진. 그의 원동력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꼽았다. 손예진은 "과거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괴롭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욕심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라며 "결혼 후 멜로를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날 찾아줄까 불안감도 있었다. 그런 불안함 속에서도 선배님들이 가는 발자취를 보면 당연히 우리 나이에도 길이 있을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지금 보여줄 수 있는 나의 연기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때가 돼서 또 나를 찾아주실 때 멋지게 성장해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단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이처럼 손예진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함을 느낀 상태에서 만난 작품이 '어쩔수가없다'였다. 손예진은 "'어쩔수가없다' 현장이 행복했다. 이전엔 부담감, 책임감, 압박감에 연기를 했다면 이번 작품은 저한테 부담이 덜했다. 특히 엄마 역할이다 보니까 굳이 무엇인가 하지 않아도 난 이미 엄마다. 어색하지 않겠다는 믿음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손예진은 같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제 20대 청춘은 작품만 있다. 인생을 즐기지 못했다"라면서도 "다행히 그 순간이 박제돼 있어 감사하다. 어떤 일을 하든 죽도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빛이 날 것이다"라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