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케데헌' 열풍에 K-푸드 주가 '껑충'…K-콘텐츠의 다음 과제는
입력 2025. 09.21. 07:00:00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케데헌)'가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며 전 세계의 시선을 한국으로 모으고 있다. '케데헌' 효과는 국내 증시에도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K팝과 한국적 정서를 담은 작품의 성공이 콘텐츠에 그치지 않고 식품·관광·전자 등 연관 산업 주가까지 끌어올리는 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케데헌’에 라면·김밥까지…K-푸드 테마주 강세

최근 구글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부터 전 세계에서 '한국'(Korea) 검색량은 2022년말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구글에서 '한국' 키워드 검색량은 '케데헌'이 공개된 지난 6월 20일 이후 거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케데헌' 공개 후 '한국 음식'(Korean Food) 검색량은 무려 75% 증가했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이 김밥, 라면은 물론 순대, 설렁탕, 냉면, 과자 등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각종 SNS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 루미가 김밥 한줄을 통째로 베어 무는 장면을 따라하는 '김밥 챌린지'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K-푸드 관련 기업 중에서도 농심은 '케데헌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20일 신라면과 새우깡, 소스 신제품 '신라면 툼바 만능소스'의 국내외 포장에 '케데헌'에 등장하는 헌트릭스의 루미, 미라, 조이와 사자보이즈, 호랑이 더피 등 캐릭터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런 협업 소식을 알린 당일 농심 주가는 6.3% 올랐다.

이후 농심몰에서 지난달 29일 '케데헌' 캐릭터를 포장지에 적용한 라면 6000개를 판매했는데, 1분 40초 만에 모두 완판됐다. 업계에서는 '콘텐츠와 음식은 함께 흥한다'는 공식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평가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데헌 협업 제품이 출시된 지난달 29일 농심 주가는 장중 한때 41만6000원을 기록했다가 41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계속돼 지난 12일에는 장중 57만9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불닭볶음면' 흥행으로 주가가 급등한 삼양식품과 함께 농심을 '면비디아(라면+엔비디아)' 종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라면주' 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루미가 김밥을 통째로 먹는 장면 덕분에, 이른바 '김밥주'도 덩달아 상승세다. 냉동김밥을 수출하는 우양, 사조대림, 풀무원 등도 '케데헌' 테마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꼬마김밥'을 판매하는 풀무원은 지난달 1만7000원까지 오른 바 있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데헌 협업 업체 가운데 9월부터 협업 제품의 실적 기여가 나타날 농심에 주목하고 있다"며 "협업 제품의 인기는 콘텐츠 트렌드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지만 작품 속에서 신라면, 새우깡을 떠올리는 제품이 직접적으로 노출된 농심의 지속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저평가 지주사’로 여겨지던 농심홀딩스도 덩달아 증시 중심으로 떠올랐다. '케데헌'과 협업한 한저판 제품이 흥행하면서 농심 주가가 상승했고, 투자심리가 자연스럽게 농심홀딩스로 확산된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오전 11시 20분 코스피 시장에서 농심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2.29% 오른 12만 53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21년 만에 상한가(11만4400원)로 마감했다. 주가 기준으로는 2018년 6월 이후 약 7년 만의 최고치다.



◆'케데헌' 속 거기 어디? 방한 외국인 관광객 급증

'케데헌'의 전 세계적 열풍에 방한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이 공개한 한국행 항공권 예약 증가율에 따르면 스페인발 한국행 항공편 예약은 전년 대비(6월 20일 ~ 8월 31일 기준) 146% 증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서 독일 122%, 이탈리아는 107%로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이어 러시아 94%, 스위스 75% 증가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예약 역시 79% 증가했다.

유럽 외 다른 국가들의 증가세도 이어졌다. 캐나다와 호주발 한국행 항공편 예약은 각각 전년 대비 50%, 20% 이상 늘었고, 아시아 국가 내에서는 중국, 일본, 베트남이 예약 증가율 상위 3개국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6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영화 속 배경지였던 북촌 한옥마을, 국립중앙박물관, 경복궁은 글로벌 팬들의 성지순례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트립닷컴 데이터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검색량은 전년 대비 34% 늘었고, 경복궁 예약 건수는 115% 이상 급증했다. 특히, 북촌 한옥마을 도보 투어는 자사 트렌드 차트 트립펄스에서 3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홍종민 트립닷컴 한국 지사장은 "K컬처는 이제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이를 경험하고 체험하고자 하는 글로벌 여행자들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문화·관광 시너지가 앞으로도 한국 관광산업 성장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도 "'케데헌'에는 K팝 뿐만 아니라 한국의 패션, 길거리 음식 문화가 녹아 있어 시청자들에게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를 높이고, 실제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 K-기업들, ‘케데헌’ 마케팅 러시

농심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케데헌'과 손잡고 협업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팬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SPC 파리바게뜨는 사자보이즈, 헌트릭스 등 캐릭터를 활용한 ‘소다팝 케이크’, ‘골든 버터번’, ‘행운의 단팥빵’, ‘케데헌 스티커 케이크’ 등을 순차 출시한다.

GS25는 ‘참치마요&전주비빔 반반김밥’, ‘모둠 분식세트’ 등 K푸드를 활용한 간편식과 ‘아이스 브륄레 골든망고’, ‘소다팝’ 등 디저트를 선보이며, 모든 상품에 캐릭터 스티커를 동봉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시리즈 홍보 영상에 케데헌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에버랜드는 오는 26일부터 케데헌 테마 공간을 열어 OST, 명장면, 분식, 굿즈 등 체험 콘텐츠를 제공한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데헌'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흥행에 그치지 않고 음식, 패션, 관광 등 문화 전반에 걸쳐서 소비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케데헌' 신드롬 후 남은 과제, ‘한국형 IP 전략’

'케데헌' 신드롬은 씁쓸한 뒷말을 남긴다. '케데헌'의 지식재산권(IP) 가치가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흥행 수익은 말 그대로 ‘남의 몫’이다.

'케데헌'의 가장 핵심적인 원재료와 영감을 제공했지만, 정작 이 작품의 IP는 해외 제작사와 플랫폼 소유다. 정작 한국 기업은 IP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글로벌 시장에서 ‘조연’으로 남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지식재산권 산업화 역량을 보여주는 ‘세계적 라이센서(Global Top Licensor) 50’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명단에는 미국이 32개, 일본 7개, 중국·프랑스가 각 2개, 스웨덴·영국·캐나다·이탈리아·독일·핀란드·덴마크가 각 1개의 IP를 보유했지만 한국은 단 한 건도 없다. 반면 일본 산리오(헬로키티), 핀란드 무민 캐릭터즈, 중국 알파그룹(양과 회색늑대) 등은 연 수천억 원대의 IP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디즈니를 포함한 미국 상위 32개 기업은 연간 약 338조 원에 달하는 파생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한국 IP 산업화 부진의 원인으로 ▲원천 IP 부족 ▲다각적 활용 전략 미흡 ▲투자 여력 부족을 꼽았다. 그러면서 “제조업 위주의 하드 머니에서 벗어나, IP 기반의 소프트 머니를 벌어들이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IP 주권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최근 ‘오징어 게임’ ‘무빙’ 등 제작비 전액을 해외 플랫폼이 선투자하면서 저작권과 파생 수익이 모두 해외로 귀속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제작사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 플랫폼과 공동 투자·공동 IP 소유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속지주의에 기반한 지재권 특성상 한국 기업이 해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균 1000만 원 이상의 출원비용이 필요하다. 대한상의는 “문화 기업과 핵심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정부의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과거에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잘 팔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지재권 산업화를 통한 지속 수요 창출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K-푸드·K콘텐츠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 2의 '케데헌' 기대…국회에 등장한 '케데헌법'

최근에는 국회에서 일명 '케데헌법'이 발의 돼 이목을 끌었다. 전통문화 요소를 활용한 콘텐츠를 지원하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입법 취지다.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은 설화, 전통놀이, 한복 등 전통문화적 요소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지원하기 위해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0일 대표발의했다.

민 의원 측은 "최근 세계적 흥행을 거둔 케데헌은 설화, 민화, 한복 등을 대중문화와 결합해 독창적인 서사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며 "콘텐츠 산업의 미래가 '전통의 재창조'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현행법에는 전통문화와 융합된 콘텐츠에 대한 정의나 별도의 지원 체계가 없다. 이번 개정안은 우리 전통문화가 K-콘텐츠와 함께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민 의원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전통과 대중문화의 융합이 세계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세계는 이미 준비됐고, 이제 제도가 뒷받침할 차례"라고 밝혔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농심, SPC, 삼성전자, 트립닷컴, 대한상공위원회 넷플릭스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