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 디지털 스트리밍 시장의 눈부신 성장…기획사는 오히려 배고프다
입력 2025. 09.21. 07:00:00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음원 다운로드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가 막을 연 지도 10년이 흘렀다. 그사이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7억 달러에서 2023년 13.2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기획사는 그 파이에서 한 발 멀어졌다.

◆ 음원 스트리밍은 왜 대세가 됐는가?

지난 5월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추가열, 이하 한음저협)가 국내·외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대한 심층 분석을 위해 국내 최대 회계·컨설팅 법인 중 하나인 EY한영에 연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해 국내 음악 창작자의 저작권 수익 배분 구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7억 달러에서 2023년 13.2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하며, 아시아 대표 음악 시장인 일본을 뛰어넘는 규모로 확인되었다. 특히 스트리밍 부문은 5년간 약 100% 성장하며 전체 디지털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스트리밍 시장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와 맞물린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우리는 다양한 매체로 즐기던 음악, 동영상 등을 하나의 기기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콘텐츠 양이 증가했고, 소유가 아닌 '구독형 소비'로 패러다임이 전환했다. 음원 시장 역시 이 흐름에 따라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패권이 넘어갔다.

통신기술 발달도 한몫했지만 2019년 징수 규정 개정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정안을 통해 30곡(곡당 원가 700원) 이상 다운로드 묶음 상품에 50~65%까지 적용하던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2021년에는 할인율이 0%로 줄어, 다운로드 상품에 대한 혜택은 사라졌다. 다운로드 상품의 가격이 급증하자, 소비자는 1만 원대로 음원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한 국내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다운로드 상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이유가 맞물려 다운로드 상품은 거의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각각 얼마씩 받을까?

그렇다면 다운로드 음원과 스트리밍 음원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현재 국내 음원 플랫폼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의거하여 저작권료를 정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다운로드는 건당 700원, 월정액 스트리밍 1회당 단가는 7원이다.

다운로드의 경우 음반 제작자가 52.5%, 저작권자(작사, 작곡, 편곡 참여) 11%, 실연자(보컬, 악기 연주 등) 6.5%로 수익을 분배하며, 음원 플랫폼 등 서비스사업자는 30%를 가져간다. 반면 스트리밍에서는 음반 제작자가 48.25%, 저작권자가 10.5%, 실연자 6.25%로 수익을 나눈다. 플랫폼의 비중은 음원 다운로드보다 높은 35%다.

즉, 스트리밍 1회당 제작자는 약 3.38원, 저작권자는 0.74원, 실연자는 0.44원을 가져가며, 음원사이트는 2.45원을 가져갈 수 있다.

제작자가 가장 높은 금액을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금액에서 유통사 수수료를 떼고 나면 실제로 제작사가 가져가는 금액은 2.4~2.7원 정도다. 약 4167번당 1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낮은 스트리밍 단가에서 플랫폼·유통·저작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분배가 끝나고 나면 기획사에 떨어지는 몫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 A씨는 "앨범 제작과 아티스트 육성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현재의 스트리밍 단가 구조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 회수가 쉽지 않다. 또한 스트리밍 중심 시장은 음악의 퀄리티와 창작 가치보다 트렌드 소모 속도를 중시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음원 성과가 일부 아티스트에게 편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신인이나 중소기획사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점점 협소해지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 B씨는 "신곡 발매 후 활동기 한 달 동안 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이후에는 수익이 확 줄어든다. 히트곡이 없는 경우 (평소 음원 수익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라고 토로했다.

◆ 낮은 기획사 마진, 다른 수익을 찾는다

이러한 이유로 기획사는 콘서트, MD 등 다른 수익 창출을 위해 눈을 돌리고 있다. B씨는 음반, 콘서트, MD 등 부가 비용을 비롯해 최근에는 팬 플랫폼을 통한 수익이 안정적이고 쏠쏠한 수익원이라고 꼽았다.

A씨 역시 "기획사들은 SNS 바이럴, 숏폼 콘텐츠 등 새로운 프로모션 방식에 집중하고, 공연·MD·팬덤 기반의 직접적 수익화 구조를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전략을 통해 수익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동시에 음원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곡의 콘셉트, 기획, 홍보 방식까지 스트리밍 환경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작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음원형'과 '앨범형' 아티스트의 구분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즉, 차트 성과나 대중적 소비를 목표로 하는 아티스트와, 팬덤을 중심으로 앨범 판매 성과를 중시하는 아티스트로 전략이 나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기획사 역시 이에 맞춰 콘텐츠 기획·콘셉트 설정·마케팅 방식을 차별화하고 있다. 엔터의 대기업화와 SNS 마케팅 변화의 흐름에 스트리밍 점유율이 집중되고 있다"라면서도 "이는 시장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 K팝 존속을 위해서는 제작사도 같이 웃어야 한다

수익을 다각화하는 일은 이제 필수적인 방안이 됐지만,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음악의 힘'이다. 음원을 제작했는데 그것으로 수익을 낼 수 없으면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음원 수익 배분 방식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서 2021년 음원수익 분배에 있어 '이용자별 정산방식'이 도입됐다. 이용자별 정산방식은 이용자가 낸 이용료를 이용자가 들은 음악의 아티스트에게 배분하는 구조로, 특정 음원 정산 편중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네이버 바이브에서 시작된 이 정산 방식은 업계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질적으로 이용자별 정산방식을 통해 수익을 분배하는 플랫폼은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약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체감할 만한 실질적 변화는 크지 않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결 방안도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음원 유통 프로세스를 탈중앙화하고, 중간자를 없애 정당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비전이다.

갈라뮤직은 지난 2월 디지털스트리밍플랫폼의 재생 횟수를 기반으로 하는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갈라뮤직 음원이 스트리밍되면 아티스트 및 곡 소유자는 갈라뮤직 생태계에서 활용되는 '뮤직' 토큰으로 보상을 받는다. 곡이 재생된 총 횟수와 특정 아티스트에 관련하여 보유한 뮤직 토큰, DSP 청취자 평점 등 다양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러한 대안과 함께 스트리밍 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은 현 수익 분배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 양측은 2026년 종료를 앞둔 '음악 저작권 사용료 상생안'을 두고 다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측은 상생안과 관련해 "저작권료 정산 요율은 그대로인 반면 기준 매출이 줄어들면서 저작권자의 실질 수익은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저작권자의 권익을 위한 요율 인상과 정책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음악 플랫폼 관계자는 "현재는 매출액 정의에 대한 차이가 있음을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이해하였고 차이 해소를 위한 징수규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멜론, 바이브 뮤직, 지니뮤직, 갈라뮤직 로고,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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