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 ‘300조 K컬처’ 청사진에도…中 공연 줄줄이 좌초
입력 2025. 09.21. 07:00:00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K컬처 시장을 30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새 정부의 청사진이 발표되면서 글로벌 한류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에서의 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최근 예정됐던 K팝 공연들이 줄줄이 무산되면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 가로막혀온 중국 시장 진출의 벽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드림콘서트 무산, 무기한 연기

오는 26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드림콘서트’는 개최를 불과 보름 앞두고 돌연 연기가 결정됐다. 한국연예제작사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4만명 규모로, 2016년 빅뱅 이후 9년 만의 대형 K팝 공연으로 주목받았다.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며 업계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무기한 연기로 사실상 불발됐다.

이달 13일 중국 푸저우에서 예정됐던 그룹 케플러의 단독 공연 역시 돌연 취소됐다. 앞서 이펙스도 같은 상황을 겪은 바, 한국 아티스트들의 중국 무대 진출은 여전히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과 현실의 괴리

이 같은 상황에서도 중국 외교부는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데 여전히 제약을 받는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 측은 중한 간 건강하고 유익한 문화교류에 이견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내린 적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공연 취소의 배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정을 알지 못한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대형 공연은 9년째 불허되고 있지만 팝업스토어, 팬미팅 등 소규모 이벤트는 허용된다. 지난달 블랙핑크의 팝업스토어는 상하이를 비롯해 선전, 우한, 청두, 베이징 등 5개 대형 쇼핑몰에서 성황리에 열린 것.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중국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별적으로 관리·허용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300조 K컬처’ 구상과 중국 변수

정부는 최근 박진영을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장에 임명하며 K컬처 시장을 30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한류의 세계적 인기를 산업적 이익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중국이라는 거대한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않는 한 정책 목표 달성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한령 이후 중국에서는 굿즈 판매, 기업 협찬 이벤트, 팬미팅은 가능하지만 한국 가수의 단독 콘서트 허가는 단 한 차례도 떨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공연이 성사된다면 폭발적인 반응은 보장돼 있다”라며 “K컬처 300조 시대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APEC 회담과 시진핑 변수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기대감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시 주석이 방한한다면 한한령 해제와 같은 상징적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무게를 얻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하다. 한 엔터사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문이 변화를 촉발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실제 공연이 열려야 한다”라며 “공식 발표보다 현실의 무대가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

중국 변수만 있는 것도 아니다. K팝은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문화적 전유·젠더 및 인종차별 논란 같은 글로벌 이슈에 휘말리며 성장의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 없이는 K컬처의 장기적 확산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한 관계자는 “문화적 민감성을 간과한 사례들이 잦았다”라며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장 진출이나 장기적 확산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결국 K컬처 300조 시대를 향한 길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벽과, 다양성을 향한 자성의 과제를 동시에 넘어야 가능하다.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K컬처 300조 비전은 장밋빛 전망이지만 결국 중국이라는 외부 변수와 내부적 자정 노력이 함께 맞물려야만 실현 가능하다”라며 “공연장의 문이 열리지 않는 한, 정부의 화려한 비전도 현실에서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케플러, 이펙스, 박진영), 연제협,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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