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이슈] ‘마지막 간호’ 김신영→‘임종 지킨’ 조혜련, 故전유성 마지막 길 배웅
- 입력 2025. 09.26. 09:23:08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개그계 대부’로 불리던 故 전유성이 별세하자 개그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후배 코미디언들은 평생 웃음을 위해 살아온 선배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함께 나눴던 무대 위의 순간과 따뜻한 조언들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당신 덕분에 꿈꿀 수 있었다”는 감사의 고백이 곳곳에서 이어지며 선배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이 애틋한 추모로 번지고 있다.
고 전유성
그는 “수요일 녹화 끝나고 비가 무섭게 내리고 있는데,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후 2시쯤 출발해 전북대병원 5시 30분쯤 도착해 오빠를 뵐 수 있었다”라며 “오빠의 가족 따님·사위와 함께 울 후배 김신영이 옆에서 떠나질 않고 물수건을 갈아가며 간호하고 있었다. 오빠가 신영이의 교수님이었다고 제자로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고마웠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오빠는 열이 나는지 환자복 바지를 걷어 올리고, 상의는 물수건으로 열을 내리며 산소호흡기를 하고 계셨다. 자연스럽게 오빠에게 다가가 ‘하하하 우리 오빠 섹시하게 누워계시네?’ 하고 농을 건네니, 오빠도 ‘너희들 보라고 이러고 있지’라며 받아주셨다”라고 이야기했다.
이경실은 “오빠와 짧지만 깊은 얘기를 나눴다. ‘경실아. 와 줘서 고맙고 난 너희들이 늘 자랑스럽다. 건강해라’, ‘우리도 오빠가 있어 늘 든든했죠. 그리고 먼저 전화해서 챙겨주는 오빠가 늘 고마웠어요. 감사해요, 오빠’, ‘아냐. 내가 더 고마워’”라며 “한마디라도 나에게 더 전하려 애쓰셨다. 난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감추려 오빠 손을 물수건으로 닦아드렸다. 그리고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숨 쉬는 걸 힘들어하셔서 너무 안타까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젯밤 9시 5분에 영면에 드셨다는 문자를 받았다”라며 “오빠. 수고하셨어요. 오빠의 삶은 멋지고 장하셨어요. 이제 아프지 마시고 편안하게 잠드시길요. 오빠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 행복했어요. 즐거웠어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늘 그리울 거예요. 안녕 오빠 잘 가요”라고 덧붙여 먹먹함을 자아냈다.
조혜련도 전유성의 임종을 지키며 추모했다. 그는 “유성 오빠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기도 끝에 오빠가 ‘아멘’을 하셔서 감사했다”라며 “내가 드린 가죽 십자가를 손에 꼭 쥐고, 오빠가 마지막까지 성경을 읽으시고, 찬송가를 들으셔서 감사했다. ‘하나님, 우리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너무 후회가 됩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빠가 스스로 소리내어 회개의 기도를 하셔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또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오빠를 위해 오랫동안 기도했는데 결국 그 기도가 이루어졌다. 이제 오빠는 천국으로 가셨고,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다. 오빠는 지금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하고 계실 거다. 오빠가 마지막에 깨달은 그 진리를 모두가 알게 되길 소망한다”라며 “유성오빠! 힘든 국민들이 웃을 수 있게 개그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해요.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라고 덧붙였다.
박준형 역시 생전 전유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는 “지난 6월 코미디언들이 쓴 책으로 남산도서관에 서가를 만드는 행사가 있었다. 개그맨들이 직접 쓴 책이 많으니까 하나 분류해 모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전유성 선배님의 아이디어였다”라며 “공식 석상에서 축사하시는데 어지럽다고 손잡아달라고 해서 말씀하시는 내내 부축해 드렸던 기억이 난다. 손은 가늘고 야위었으나 말씀하신 기백과 유머는 참 대단했다. 불과 석 달 전인데. 웃음은 길게 남기셨으니 선배님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이라고 추모했다.
가수 남궁옥분도 고인과의 생전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며 “전유성! 유성처럼 별이 되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8월 28일 딸 제비가 운영하는 카페에 오빠 뵙고 왔는데 이리 빨리 가실 줄 몰랐다. 어제 전대병원 응급 상황에서도 근력 운동하시라는 카톡에 밤 9시 4분에 ‘응’이라는 답을 주신 뒤 하루 만에 오늘 밤 9시 5분에 가셨다. 연명 치료도 거부하시고, 따님 제비와 얘기도 많이 나누시고 전유성 답게 떠나셨다”라고 이야기했다.
남궁옥분은 “세상 돌아가는 걸 핸드폰으로 모두 살피며 SNS도 모두 보시고, 책을 끝까지 손에 멀리하지 않으신 귀한 사람! 정말 멋진 일들을 많이 만들어주신 멋진 분이 떠나심에 허망한 마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도 추모의 뜻을 남겼다. 조직위는 “개그계의 큰 별, 전유성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 선생님은 ‘개그맨’이라는 명칭을 직접 창시하시고, 한국 최초의 공개 코미디 무대와 개그 콘서트 실험 무대를 선보이며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코미디 페스티벌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만들어지는데 주춧돌이 되어주셨고, 한국 코미디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 전파하셨다”라며 “선생님은 언제나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한국 코미디의 선구자셨다”라고 평가했다.
또 “웃음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 주셨던 선생님의 발자취는 한국 코미디 역사 속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무대 뒤편에서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고 계실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전유성은 1969년 TBC ‘쑈쑈쑈’ 방송작가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이후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등에서 활약했다.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로, 한국 코미디의 초석을 다지고 후배들의 길을 넓힌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개그맨 지망생들과 무명 후배들을 발굴하고 사비를 들여 지원했으며 ‘개그콘서트’의 출범과 정착에도 기여해 한국 코미디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전유성은 폐기흉으로 최근 폐 일부 절제 수술을 받았으나, 증세가 악화돼 치료를 이어오다 지난 25일 오후 9시 5분께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전유성의 유족으로는 딸 제비 씨가 있으며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다. 고인이 생전 활발히 활동했던 KBS 일대에서 노제도 진행될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