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욱, 프로 야구 '헤드 샷' 논란의 본질
입력 2025. 10.13. 10:05:06

최현욱

[유진모 칼럼]지난 3월 종영된 tvN 드라마 '그놈은 흑염룡'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배우 최현욱이 프로 야구 시구 후 뭇매를 맞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시작 전 시구자로 마운드 위에 올라 공을 던졌는데 시속 120km의 공이 시타자로 타석에 선 한 어린이 팬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그는 포수와만 소통했을 뿐 시타자나 그의 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이에 SNS와 각종 매체를 통해 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시타 아동의 어머니 A 씨는 지난 11일 시구 영상이 올라온 한 SNS 게시물에 “이날 시타를 했던 아이 엄마입니다. 안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타 했는데 지금 보니 아찔하네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최현욱은 10일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어제 시구는 정말 떨려서 공이 빠졌다. 시타자인 친구와 부모님께 연락이 되면 사과드리겠다. 어린 친구가 서 있으면 가까이에서 천천히 던졌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 했다. 정말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야구 선수로 활동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에는 수원북중학교 야구부의 포수로 활동하며 제47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평소 SSG 랜더스의 열렬한 팬임을 공개적으로 알려 왔다. 랜더스나 최현욱 입장에서는 이 시구가 나름대로 의미가 컸을 것이다. KBO까지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퍼포먼스였다.

실제 우리나라이든,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 리그이든 유명 연예인, 혹은 상징성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의 시구 및 시타 행사는 자주 있어 왔다. 선수들에게는 힘을 주고, 시구(시타)자에게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며, 리그에는 흥행에 불을 지펴 주기 때문이다. 야구인이든, 연예인이든 그들은 프로이고, 프로는 돈으로 평가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이날의 시구는 야구계에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 어떠한 스포츠이든 위험은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며 특히 야구에서 공과 배트는 살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매우 중요한 현실이다. 1920년 8월 메이저 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유격수 레이 채프먼은 투수 칼 메이스가 던진 공을 관자놀이에 맞고 쓰러졌다.

당시만 해도 선수들 사이에 헬멧은 겁쟁이나 쓰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고 그 역시도 안전장치 없이 타석에 섰다 강속구에 얼굴을 맞았고 결국 그날 밤 사망했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의 조성환은 얼굴에 공을 맞아 왼쪽 광대뼈 3곳이 산산조각이 나는 바람에 재건 수술을 받았다. 두산 베어스 홍성흔도 머리에 공을 맞은 뒤 장기 결장했다.

2013년 LG 트윈스 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던진 공이 삼성 라이온스 타자 배영섭의 헬멧에 맞았다. 그는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는 강했기에 곧바로 쓰러졌다. KBO는 이듬해부터 고의성과 상관없이 직구로 타자의 머리를 맞힌 투수는 자동 퇴장이라는 ‘헤드 샷 룰’을 도입했다.

요즘 국내 프로 야구에서 시속 15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는 많다. 160km를 던지는 투수가 나올 정도이다. 이 공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는 일반인 중 100km 이상 던지기 쉽지 않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공 중에서 단단하기로는 야구공과 골프공을 선두에 놓는다. 골프 클럽에서 일행 혹은 뒤 팀이 샷한 공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는 뉴스도 가끔 들려온다.

헤드 샷 규정에서 보듯 매일 공을 뿌리는 프로 야구 투수도 실수로 타자의 머리에 공을 던질 수 있다. 최현욱은 한때 야구를 했다고 하지만 그건 한참 전의 일이고 투수도 아닌 포수였다. 그런데 야구 선수 출신이고 젊다. 피지컬도 좋다. 이날 시속 120km나 되는, 일반인으로서는 엄청난(?) 강속구를 던진 게 그 증거이다.

그는 SSG 랜더스의 팬이다. 랜더스는 정규 시즌 3위에 올라 이날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맞이했다. 팬인 최현욱이 떨렸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하다.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수많은 관중이 모인 커다란 프로 무대에 올랐다. 과거가 생각났을 법도 하고, 자신의 시구로 랜더스 선수들이 기운을 받아 이날 승리한 뒤 내리 이겨 플레이오프에 출전하기도 바랐을 것이다.

물론 시타자가 어린이라는 점을 고려해 마운드에서 앞으로 더 옮겨 살살 던지지 못한 것은 절대적 판단 미스였다. 젊은 그로서는 자신이 한때 야구 선수였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멋지게 포수 미트 한가운데에 공을 꽂아 인천 팬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타석을 한 번 더 쳐다보았어야 했다.

또 시구 후 곧바로 타석으로 달려가 어린이의 안전을 확인한 뒤 진심으로 사과하지 못한 점 역시 다시 한 번 고개를 조아린 뒤 이를 평생의 교훈으로 삼고 아동 보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출산율 최악의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이 비난의 화살을 오롯이 최현욱 한 사람이 받아 내야 마땅한가?

그는 현재 야구인이 아니다. 배우이다. 소속사와의 협의대로 스케줄을 소화할 따름이고, 이날 현장의 지휘권은 SSS 랜더스와 KBO가 쥐고 있었다. 시타 아동, 그의 부모, 그리고 수많은 팬들에게 가장 깊게 고개를 조아려야 할 사람은 최현욱보다 랜더스와 KBO의 고위직 관계자들이다.

프로 야구 팬들은 선수가 아닌 사람들의 시구와 시타를 자주 본다. 그중 시구자의 공이 시타자 근처로 가는 장면도 종종 목격한다. 그때마다 시타자, 시구자, 관계자는 물론 팬들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럼에도 선수가 아닌 시구자와 시타자의 등장 때 특별한 조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배영섭 룰'처럼 '최현욱 룰'도 만들어져야 한다.

KBO 및 10개 구단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시타자를 타석 바깥에 위치하도록 조치 혹은 조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가 시구자가 다치기라도 해야 시구 룰을 새로 만들 것인가? 최현욱은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기 위해 구단의 요청을 받아 마운드에 섰을 뿐이고, 실력이 프로 수준이 안 되어 실수했을 따름이다.

정작 뭇매를 맞아야 할 사람은 랜더스와 KBO 관계자 중에서도 높은 사람들이다. 이런 결과만 놓고 본다면 향후 어떤 연예인이 프로 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하겠다고 나설 것인가? 연말 대형 가요제를 축하하기 위해 유명 프로 야구 선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실력이 안 되어서 무대를 망쳐 비난을 받았다. 그 선수를 야단칠 것인가, 그에게 노래를 시킨 주최 측을 비난할 것인가?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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