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빈, 15년째 활동 없는데 '국보 배우'?
- 입력 2025. 10.17. 16:11:13
- [유진모 칼럼] 과연 원빈을 '국보' 배우라고 할 수 있을까?
원빈
원빈은 2010년 영화 '아저씨' 이후 15년째 영화나 드라마 출연이 전무하다. 그러나 서너 편의 광고에 모델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최근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샤부샤부 브랜드 샤브20이 그를 '국보 배우'라고 칭해 눈길을 끌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국보'는 1. 우편, 전신 따위에 관한 업무 연락으로 우체국 사이에 주고받는 전보, 2. 나라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나라의 운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나라의 보배, 4. 허리를 구부리고 걸음 등으로 풀이되고 있다.
샤브20에서 국보 배우라고 표시한 것은 3번의 뜻으로 보인다. 1이나 4는 전혀 아닐 것이 확실하고 2 역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배우 한 명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고 원빈의 지금까지의 행보와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대한민국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샤브20 측은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국보 배우이시자 상징 '원빈느님'을 모시고 왔다", "대한민국에서 원빈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국보 배우', 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없습니다"라는 등 극찬을 늘어놓았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 창출이다. 원빈은 지금까지 대기업 광고 위주로 출연해 왔다. 샤브20 입장에서는 원빈이라는 '거물'을 '모시게' 된 게 매우 영광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흥분해 그에 대해 최상의 수식어를 늘어놓았을 수 있다. 문제는 받아들이는 대중의 입장이다.
원빈이 누가 뭐라고 해도 정상급 배우인 것은 맞는다.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을 망라해 당연히 정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원빈을 모르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에게 '국보 배우'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15년째 아무런 활동이 없는 원빈보다는 OTT, 드라마, 영화로 한류 열풍의 주역 역할을 하는 '현역'들이 '국보 배우'이다.
'아저씨' 전까지 원빈을 대표하는 작품은 드라마는 KBS2 드라마 '가을동화'였고,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였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이 두드러진 배경에는 불명예스럽게도 원빈의 부족한 연기력이 있었다. '얼마면 되겠니?'와 '내 핑계 대지 마"라는 매우 비장한 분위기의 대사였지만 시청자(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데뷔 이후 그는 '조각 미남'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잘생긴 용모로 부각되었지만 정작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연기력에 있어서는 매번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쥐어야 했다. 그런 그를 '배우'로 만들어 준 장본인이 바로 봉준호 감독. 2009년 개봉된 영화 '마더'에서 원빈은 연기력 논란을 단숨에 쓸어 버리며 연기의 대가 김혜자의 아들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이어 다음 작품 '아저씨'로 이제 연기파의 대열에 합류하는 듯했지만 이후 감감무소식. 그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건, 쉬건 그것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왜 15년째 후속 작품을 선택하지 못하고, 혹은 안 하고 있는지는 그의 판단력에 달려 있다.
그런데 원빈과 샤브20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첫째, 원빈의 경우 팬 서비스 정신이다. 2004년 개봉된 '태극기 휘날리며'에 출연했을 때만 하더라도 사실 그는 장동건에 가려져 있었다. 장동건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생긴 외모에 비해 형편없는 연기력으로 매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야 했고 2001년 영화 '친구'로 비로소 연기 솜씨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연기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이듬해 당시 출연료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단돈 5000만 원을 받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안선'에 출연했다. 그런 장동건과 원빈은 당시 비교가 안 되었다.
원빈은 그런 굴욕을 극복하고 '마더'와 '아저씨'로 드디어 완벽한 배우에 근접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숨만 고르고 있다. 이는 인간적으로 볼 때에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유명 배우라는 절반의 공인의 자격에서 볼 때에는 책임 회피이고 직무 태만이다.
그가 스타가 된 데에는 타고난 외모와 자신만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전폭적인 사랑과 성원이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유명 연예인은 팬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감을 갖고 활동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예의이다.
둘째, 샤브20이 간과하거나 착각한 점. 사람에게는 인격과 인권이라는 게 있다. 현행법상 모든 국민의 인권은 동등하다. 그러나 인격까지 동등하지는 않다. 현재 계급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없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에서 회장과 말단 직원이 같은 대우를 받을까? 공무원들이 대통령과 주민 센터의 말단 직원을 동급으로 여길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원빈이 그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런데 기업에게 광고 모델이 더 소중할까, 소비자가 더 귀할까?
기업이 유명 연예인을 큰돈을 주고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이유는 매출 증대를 위해서이다. 매출은 누가 올려 줄까? 연예인의 몸값을 올려 주는 사람은 팬, 즉 소비자이다. 결국 기업도, 연예인도 고개를 조아려야 할 대상은 대중이다.
그런 대중에게 15년 동안 팬들을 외면한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보'라며 극찬하는 게 정서적으로 과연 적확한 표현일까?
[유진모 칼럼/ 샤브20 SNS, 인셀덤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