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포커스] OTT 피해구제 5년간 300건…‘방치된 약관’ 소비자 피해 키웠다
- 입력 2025. 10.20.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공정위, 넷플릭스·쿠팡 등 ‘중도해지 제한’ 심의 종료…제도 공백 여전
OTT와 구독경제 시장이 급성장하는 사이, 소비자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5년간 OTT 피해구제 건수가 300건을 넘은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넷플릭스·쿠팡·네이버 등 주요 구독서비스 사업자의 ‘중도해지 방해’ 의혹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 채 심의를 종료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넷플릭스), 왓챠, 네이버, 쿠팡, 컬리, 스포티파이 등 6개 사업자가 운영하는 구독·멤버십 서비스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한 결과, 법 위반성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절차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사업자가 구독 중도해지 기능을 제공하지 않거나, 일반해지만 가능하도록 설계해 소비자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조사를 진행했다. 실제로 일부 OTT나 멤버십 서비스는 ‘즉시 해지’가 불가능해 해지 신청 이후에도 결제 주기 전체가 유지되며 환불이 불가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중도해지와 일반해지 중 어떤 방식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단정하기 어렵고, 관련 민원 실태도 명확하지 않다”라며 위법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제도상 공백을 드러낸 결정으로 해석된다.
5년간 약관 심사 ‘공백’…“소비자 피해 방치한 결과”
앞서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 주요 OTT 사업자의 약관은 2020년 12월 이후 공정위의 약관 심사를 받지 않았다. OTT 시장이 급팽창한 5년 동안, 약관의 적법성과 소비자 보호 장치는 사실상 방치돼 온 셈이다.
이 같은 관리 공백 속에서 피해 구제 신청은 꾸준히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OTT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최근 5년간 300건을 넘어섰으며 계약 해제·해지 위약금 분쟁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자동 결제 해지 불가’, ‘환불 거부’, ‘해지 절차 안내 미흡’ 등은 반복적으로 지적된 항목이다.
소비자 단체들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해지 조건을 불리하게 설정해 놓고도 법 위반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피해자는 보호받을 길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플랫폼 중심 구조에 대한 근본적 점검 필요 지적
전문가들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단순한 ‘무혐의’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 체계가 현 시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OTT와 구독경제는 기존 전자상거래법 체계로는 규율하기 어려운 신유형거래”라며 “소비자에게 불리한 해지 구조나 불투명한 약관 운영을 제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플랫폼 중심의 구독경제 구조는 ‘편리함’이라는 명분 아래 소비자 권리 행사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라며 “중도해지권 보장, 환불 기준 명확화, 약관 정기심사제 도입 등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공정위의 ‘심의 종료’ 결정은 구독경제 확산 속 소비자 권리와 규제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약관 심사 부재와 피해구제 제도의 실효성 부족이 맞물린 가운데 OTT 시대의 소비자 보호는 여전히 진행 중 과제로 남아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