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포커스] "특색 살려야 롱런해"…K-음악 페스티벌의 미래를 위하여
- 입력 2025. 10.20. 07: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주말마다 전국 곳곳에서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다. 관객들은 맑은 가을하늘과 음악을 즐기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딘다. 그러나 돌연 페스티벌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페스티벌계의 역대급 호황 속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걸까.
이에 따르면 여름과 가을 페스티벌 대목을 맞이하는 3분기에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부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등 줄줄이 페스티벌 개최가 예정돼 있어 시장의 호황이 기대된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코로나 이후 보복 관람의 분위기가 음악인구에게 공유되어 있어 공연 문화가 활성화됐다고 본다"라며, 특히 음악 페스티벌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일반 K-팝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 음악 인구를 페스티벌로 이끌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페스티벌 업계 관계자 A씨는 "문화 콘텐츠적으로 본다면 다양한 형태의 페스티벌이 있는 것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이니 호재다. 요즘 관객들을 보면 정말 음악을 좋아해서 오는 분들 반, 레저처럼 즐기는 사람 반인 듯싶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페스티벌 관람을 종종 즐긴다는 관객 B씨는 "페스티벌에서는 내가 듣지 않는 장르의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야외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노래를 듣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음악 페스티벌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개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관계자 A씨는 "전통과 역사, 트렌드 및 자체 브랜딩을 하지 않고 이익만 바라보며 우후죽순 페스티벌이 생겨난 지 2년 정도 됐다"라며 "이렇게 하면 수익이 날 것으로 생각하고 뛰어드는 곳이 많아지면서 이런 무분별한 공연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 특색 없는 공연과 페스티벌은 금방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페스티벌이 가진 고유의 콘셉트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라인업이다. 그러나 페스티벌 간 티켓팔이 경쟁이 붙으면서 라인업을 통해 페스티벌의 특색을 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7회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에는 국외 아티스트인 아라벨라 루스티코 올스타 퀸텟, 로스 오로라, ELP와 국내 아티스트 이은미·나상현씨밴드·허주·이상은·데이브레이크가 출연했다. 재즈페스티벌이 재즈만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고도 국내 아티스트 라인업에 정통 재즈 아티스트가 한 팀도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샀다.
반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는 음악 페스티벌들에서는 유사한 라인업이 계속되고 있다. 관객 B씨는 "이름값이 있는 아티스트가 주로 나오다 보니 라인업이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페스티벌마다 아티스트 셋리스트에 차별화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관계자 A씨 역시 "페스티벌이 무분별하게 생겨나면서 티케싱 팔리지 않아 취소된 페스티벌이 너무 많다"라며 "헤드라이너 빼고 돌려막기 라인업이 너무 많다. 겹치기 라인업에는 팬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눈에 띄는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임진모 평론가는 "페스티벌 라인업이 헤드라이너에 집중돼 허리가 약하다. 균형 있는 즐거움을 즐기기 어려운 구조다"라며 "페스티벌 관람이 문화적 흐름이 된 만큼 특색있는 페스티벌을 만들어 예술인이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한 것 역시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앞서 올해 '한터 음악 페스티벌'은 현장 점검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며 일정을 변경했고,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악천후가 예고돼 연기를 결정했다.
관계자 A씨는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우는 저희도 있었다"라며 "야외와 실내를 같이 써야 하는 경우나 야외에서만 진행되는 경우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적정 수준의 비가 내리는 경우 우천이어도 진행하지만, 그 이상일 겨우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한다. 이럴 때 기획 단계부터 셋업, 공연까지 모든 게 제로로 돌아가 손실이 엄청나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공연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A씨는 "다양한 공연과 페스티벌을 동시에 개최할 수 있는 공연장이 생긴다면 해외에서도 눈여겨보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공연장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공연들이 기획된다면 관객들에게도, 기획자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