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포커스]MZ 슈퍼팬을 잡아라…팬 플랫폼→맞춤형 요금제까지
- 입력 2025. 10.20. 07: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슈퍼팬(Superfan)’ 문화가 K콘텐츠 산업을 넘어 유통과 통신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팬을 넘어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이들은 이제 기업이 가장 주목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슈퍼팬’만의 공간 만든다…팬덤 플랫폼 진화
하이브의 팬 플랫폼 ‘위버스(Weverse)’는 BTS, 뉴진스 등 글로벌 K팝 아티스트의 팬들을 한데 모은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한 팬 커뮤니티를 넘어 콘텐츠 감상, 굿즈 구매, 팬미팅 참여까지 가능한 ‘올인원 팬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SM엔터테인먼트는 ‘SM 3.0’ 전략의 일환으로 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디어유(DearU)의 주식 271만1351주(약 1356억 원)를 취득해 지분 11.4%를 확보,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SM은 “IP(지적재산)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팬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디어유는 아티스트와 팬이 1:1로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 서비스 ‘버블(Bubble)’을 운영 중이다. 2024년 3분기 기준 유료 구독자 수는 약 200만 명으로, 157개 소속사 6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고 있다.
CJ ENM 역시 자체 K팝 플랫폼 ‘엠넷플러스(Mnet Plus)’를 통해 팬덤 경제에 본격 진입했다. 특히 ‘2024 MAMA 어워즈’에 ‘슈퍼팬’ 제도를 도입, 팬들이 아티스트의 무대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2024년 3월 팬 플랫폼 ‘베리즈(Berriz)’를 전 세계에 공식 론칭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베리즈는 K팝 아티스트뿐 아니라 드라마·예능·배우 오디션 등 다양한 콘텐츠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SBS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들의 발라드’ 커뮤니티를 개설해, 시청자들이 참가자 무대 감상평과 응원 메시지를 공유하며 활발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OTT도 팬덤 전략 가동…‘같이볼래?’
OTT업계도 팬덤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티빙은 최근 실시간 소통을 통해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같이볼래?'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같이볼래?'는 여러 이용자가 특별 호스트와 함께 같은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동시에 시청하며,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서비스다.
이는 팬들의 반응이 폭발하는 순간에 맞춰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팬들끼리의 ‘동시대 경험’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팬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하나의 ‘커뮤니티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서비스는 '콘텐츠 같이볼래?'와 '스포츠 팬덤중계' 두 종류로 구분된다. '콘텐츠 같이볼래?'는 티빙 오리지널, tvN을 비롯한 채널 인기작, 독점 공개작 등 다양한 콘텐츠를 때로는 실시간으로 때로는 하이라이트를 모아 호스트와 함께 라이브로 시청하며 소통하는 서비스이며, '스포츠 팬덤중계'는 KBO리그 경기를 중심으로 각 구단을 사랑하는 스페셜 호스트가 출연해 실시간 응원과 해설을 더하는 방식이다.
올해 7월 론칭 이후 예능 '대탈출: 더 스토리', 드라마 '서초동', '냥육권전쟁', 프로야구 '팬덤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침착맨과 인기 일본 애니메티션 '귀멸의 칼날' 1기 전편을 함께 시청하는 '같이볼래?' 라이브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국내 OTT 가운데 최초로 시도된 10시간 이상의 실시간 연속 방송이다.
티빙 관계자는 “OTT에서 장시간 실시간 방송을 도입한 첫 사례로, 크리에이터의 개성과 인터랙티브 기능을 결합해 새로운 시청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과 팬덤의 결합…맞춤형 요금제 등장
슈퍼팬은 콘텐츠만 소비하지 않는다. 이들은 아티스트의 상품, 굿즈, 관련 서비스에 높은 소비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유통은 물론 통신업계도 ‘슈퍼팬’을 겨냥한 맞춤형 요금제 및 마케팅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8월 KT에서 BTS, 블랙핑크, 변우석 등 인기 아티스트의 팬덤을 위한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팬덤 플랫폼 '위버스'와 제휴해 신규 요금제 '5G 위버스 초이스'를 출시한 것. '5G 위버스 초이스'는 팬덤 활동을 즐기는 이용자를 위한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로, 위버스의 디지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위버스 젤리'를 매월 최대 40개(약 1만2000원 상당) 기본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권희근 KT 마케팅혁신본부장은 “위버스 초이스는 국내 통신사 최초로 팬덤 고객을 위한 맞춤형 혜택을 담은 요금제”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된 상품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팬’이 곧 ‘고객’…업계, 슈퍼팬덤을 핵심 자산으로
'슈퍼팬'은 기존 고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에 접근한다.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아티스트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높은 충성도와 전환율을 보이는 핵심 고객층이다.
최근에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 이용자 분석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한국소비자학연구에 게재된 논문 '팬덤 플랫폼 유료 이용 고객에 대한 잠재계층 분석: 위버스의 사례'(이승환·이지수, 2025)에 따르면, 위버스 유료 이용자 약 700명을 분석한 결과 앱 이용 빈도와 체류 시간이 높은 ‘헤비형’ 이용자가 구매 전환 속도와 총 지출 금액 모두 가장 높았다.
해당 논문의 연구진은 “활발한 팬일수록 유료 상품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위버스는 단순한 커뮤니티를 넘어 상업적 팬덤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팬은 팬덤을 기반으로 한 자발적 홍보자이자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라며 “이들의 행동 패턴과 소비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위버스, 베리즈, 디어유, 엠넷플러스, 티빙, KT,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