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 포커스] 넷플릭스 독주 속 위기에 처한 토종 OTT
- 입력 2025. 10.20.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한때 국내 OTT 시장의 기대주였던 왓챠가 지난 8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 토종 OTT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 왓챠는 왜 무너졌나…팬덤은 있었지만 좁았던 시장
2011년 설립된 왓챠는 영화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6년 OTT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독립영화, 해외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한 큐레이션은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OTT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왓챠는 국내 이용자 기반의 한정된 시장에서 콘텐츠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1년 49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지만, 이후에도 매년 심각한 영업이익 적자가 이어졌다. LG유플러스 등과의 M&A 논의도 끝내 무산됐다.
결국 지난해 11월 전환사채 만기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200억 원을 투자한 주요 채권자 인라이트벤처스가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왓챠는 "서비스는 차질 없이 정상 운영된다"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왓챠의 지난해 매출은 338억 원으로, 전년 438억원보다 22.8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8억 4600만 원, 당기순손실은 82억 9600만 원을 기록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022년 100만 명대 수준에서 지난해 59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왓챠는 초창기 해외 유명 콘텐츠를 국내에 독점 유통하며 구독자들을 모았지만 현재는 경쟁 OTT 플랫폼들에 밀려 우위에서 밀려난 상태"라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왓챠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더욱 뒤처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쏠림 심화…국내 OTT는 적자 늪
왓차의 몰락은 국내 OTT 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넷플릭스가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대부분의 국내 플랫폼들이 막대한 콘텐츠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2025년 상반기 이동통신 기획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OTT 구독률은 넷플릭스가 54%로 1위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만족도 역시 넷플릭스가 62%로 앞섰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의 경우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710억원, 277억원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닌 자본 데이터·기술의 결합이다. 넷플릭스는 추천 알고리즘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 이탈률을 최소화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광고형 요금제 도입 등 유연한 요금 구조를 확장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023년 5월 500만명에서 올해 5월 9천400만명으로 19배 수준 늘어났다. 넷플릭스는 자사의 광고 플랫폼 기술이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 내용과 광고 간의 관련성을 높여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더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광고형 요금제가 가입자 확대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광고형 모델이 확산하고 있으며, 국내 OTT 역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고 나섰다.
◆토종 OTT ‘합종연횡’ 본격화
넷플릭스 독주 속 넷플릭스가 구독료 수익에 이어 광고 수익마저 독차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국내 OTT들은 요금 인하와 제휴 확대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먼저,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을 추진 중이다. 합병 시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합병에 앞서 최근 통합 광고 플랫폼 출범을 발표하며 "강력한 광고 신뢰도를 보장할 수 있는 방송사들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타깃팅할 수 있는 국내 유일무이 디지털 광고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성현 티빙 최고사업책임자(CBO)는 "OTT는 이제 부가 채널이 아니라 광고 시장의 메인 무대"라며 "티빙과 웨이브 통합은 월간 1000만 이상의 이용자와 라이브 기반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광고주에게 강력한 도달과 타깃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환점"이라고 전했다.
또한 "통합 광고 상품은 거의 85% 정도의 조회율을 보이고 있다"며 "한 번 만든 광고를 많은 사람들에게 끝까지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게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플레이 역시 광고 기반 무료 일반 회원제를 도입하며 콘텐츠 접근성을 확대했다. 광고만 보면 월 이용료 없이 계속해서 무료로 쿠팡플레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것. 무료로 OTT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쿠팡플레이가 국내최초다. 뿐만 아니라 선택형 부가 서비스인 '스포츠 패스' 일반 회원 요금제도 출시했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들이 다양하고 훌륭한 콘텐츠를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기존의 문법을 탈피한 혁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왓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