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연이 사라졌다"…뮤지컬 '설공찬', 대표의 독단이 만든 붕괴
입력 2025. 10.25. 13:05:40

'설공찬'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뮤지컬 '설공찬'이 하루아침 사이에 사라졌다. 하지만 배우와 창작진은 공연이 조기 폐막된다는 사실을 관객들보다도 늦은 시점에 알게 됐다.

지난 9월 9일 개막한 뮤지컬 '설공찬'은 약 한 달간 공연된 뒤 돌연 폐막 공지를 올렸다. 제작사인 이비컴퍼니 측은 지난 5일 "여러 제작 여건 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10월 3일(금) 공연을 끝으로 조기 종료하게 됐다"며 "갑작스럽게 종료 소식을 전하게 되어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비컴퍼니의 조기 폐막 방식은 이례적이었다. 일반적으로 공연이 조기 폐막하면 공지 시점 이후 예정된 몇 차례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설공찬'은 조기 폐막 공지를 올리기 전 이미 10월 4일과 5일 공연을 돌연 취소했으며, 결과적으로 10월 3일 공연이 마지막 무대가 됐다.

이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여러 말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내부 사정에 대한 의문이 커지던 가운데, 배우들과 창작진은 결국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부당한 처우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다.



◆ 올릴 때는 다같이, 내릴 때는 대표 혼자

배우와 창작진들이 겪은 상황은 이렇다. 이비컴퍼니 대표는 '설공찬' 전작인 '머피', '낙원' 등 작품도 페이 지급이 어렵다고 계속 말했고, 당연히 '설공찬'의 페이 지급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설공찬'은 회차 조정이나 조기 폐막을 논의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10월 3일(금) 오전 11시에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모두가 모인 자리에 대표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책임한 대표의 모습에 결국 배우들이 보이콧에 나서기로 했다. 배우들은 "일단 원캐스팅으로 출연 중인 배우들이라도 페이를 먼저 지급해달라. 그렇지 않을 경우 오늘 공연을 보이콧하겠다"고 대표에게 통보했다. 이후 원캐스트 배우들의 페이 중 일부가 지급됐고, 다행히 공연은 5분 지연 후에 시작됐다.

하지만 이들이 공연하고 있던 중 제작사는 '주말 회차 취소'를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대표는 이들에게 "4~5일 이틀 동안 기다려달라"는 말을 전할 뿐이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스탠바이 상태로 이틀 간의 시간을 보냈지만, 6일 새벽에 이들이 받은 건 "공연을 접기로 했다"며 "유료 관객이 10% 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내가 계속 쌓여가는 이 빚을 감당할 수 없다. 여러분과 한 약속을 지키려면 여기가 마지막인 것 같다"는 일방적인 단체 메신저방 통보였다.

◆ 대표는 주말 이틀 간 무엇을 했나

이례적인 조기 폐막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모든 결정이 대표의 의견만으로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취재 결과 4~5일 이틀간 대표에게 연락을 받은 배우와 창작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대표는 이틀 동안 무엇을 한 걸까. 막을 내리기 전 홀로 상황을 정리했다고 보기에는 제대로 마무리된 점이 하나도 없었다.

공연 굿즈 등을 제작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집' 역시 일방적인 결정의 피해자였다. 지난 11일 스튜디오집 측은 SNS를 통해 직접 제작한 뮤지컬 '설공찬'의 MD 사진을 올리며 피해 상황을 알렸다.

업체 측은 지난달 이비컴퍼니로부터 제작 의뢰 메일을 받았으나 디자인비·제작비 입금에 대한 회신이 없어 디자인 확정 및 발주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회신을 기다리던 중, '스튜디오 집' 측도 공연 조기폐막 소식을 SNS를 통해 접하게 된 것. '스튜디오 집' 측은 이후에도 입금 고지와 관련해 재차 연락을 남겼지만, 여전히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집'의 상황으로 보아 홍보대행사 등 외주 업체들 역시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공연계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작사로부터 일부 외주비 지급이 지연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못 되면 네 탓" 잘못 모르는 책임전가 대표

조기 폐막을 통보한 대표는 라이브 방송을 통한 배우들의 공론화 이후에 상황을 인지했다. 당시 대표와 연락이 닿았던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미안하다는 사과가 아닌 "배우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할 말이 많은지 몰랐다"고 말 뿐이었다고.

심지어 그는 "해당 방송의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설공찬' 측 관계자들은 당시 방송에서 언급된 내용 모두 실제로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관계자들이 "사실과 다르게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는 경우, 그 부분을 정리해주면 바로잡겠다"고 제안했을 때에도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대표는 끝내 책임을 배우와 창작진들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실상 그가 조기 폐막을 통지할 때 말한 "유료 관객이 10%밖에 없다"는 발언 역시 책임을 돌리려는 변명에 가까웠고, 그는 피해자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도 과한 처사로 치부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대표의 가스라이팅을 평소에 자주 볼 수 있었다는 제보도 심심찮게 나왔다. 한 관계자는 "대표가 직원들과 단둘이 면담을 자주 했다. 어린 직원에게는 소리를 지르거나 '너는 무엇이 모자라다'는 식으로 자격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 "우리가 끝내야 후배들이 안전하다"

현장의 배우들과 창작진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무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대표는 실질적인 개선이나 지원 없이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 뿐이었다. 결국 '설공찬'의 조기 폐막은 단순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아니라 대표 개인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반복된 가스라이팅이 초래한 필연적인 붕괴였다.

'설공찬'의 배우들과 창작진은 단순히 미지급된 페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무게를 두지 않고, 이런 상황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우들은 "저희는 이런 선례를 더 이상 남기지 않고 싶다"며 "후배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을 강하게 전해왔다.

반면 이비컴퍼니 대표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취재진도 이메일과 문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설공찬'의 조기 폐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앞서 이비컴퍼니에서 올린 뮤지컬 '머피', '낙원' 등에도 페이 미지급으로 인한 문제가 다수 발생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본지는 해당 작품들의 피해 여부, 정산 현황 등 증거를 확보할 경우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비컴퍼니,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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