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 포커스] 8090 감성 시대극…어떻게 모두를 사로잡았나
입력 2025. 10.27. 07:00:00

각 작품 포스터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세대 불문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그때 그시절'을 소환하는 향수에 그치지 않고, 청춘의 감정과 가족·우정 서사를 오늘날의 정서에 맞게 풀어내 전 세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여기에 시대 소품과 생활양식을 세밀하게 복원한 고증 작업이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 시청률·화제성으로 증명된 시대극 열풍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인 '레트로 붐'을 일으킨 작품은 tvN '응답하라' 시리즈다. 지난 2012년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응답하라1994', '응답하라 1988'은 1990년대를 완벽하게 재현해 볼거리뿐만 아니라 이웃과 친구, 가족의 관계를 중심에 둔 서사가 전 세대 향수를 자극했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의 경우 2016년 1월 종영 당시 평균 시청률 19.6%, 최고 시청률 21.6%를 기록하며 케이블 드라마 최고 기롤을 세웠다.(닐슨코리아 기준)

지난 19일 종영한 JTBC '백번의 추억'도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다. 1980년대 100번 버스 안내양들의 빛나는 우정, 그리고 두 친구의 운명적 남자를 둘러싼 애틋한 첫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첫 회 3.3%에서 시작해 최종회 8.1%, 최고 순간 9.1%를 기록했다. 10월 1주차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주인공인 신예은, 김다미, 허남준이 각각 출연자 화제성 4, 5, 7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1980년대 시내버스를 무대로 한 세밀한 시대 고증이 시청자 몰입을 높였다는 평가다.

11일 첫 방송된 tvN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 작품. 첫 방송 5.9%로 시작해 단 4회 만에 최고 시청률 9.0%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IMF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과 정서를 포착하며 향수를 자극하고, 그 시절의 물건과 풍습, 풍경을 화면에 재현해 잊혔던 정서와 시대의 온도를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방영 2주차에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권) 부문 주간 순위 5위로 진입하며 글로벌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투둠, 10월 13일~10월 19일 기준)

이 밖에도 넷플릭스 '애마' '폭싹속았수다' '청춘의 역사', 디즈니+ '파인:촌뜨기들' 등이 그 시절 정서와 시대의 온도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 꾸준한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8090 시대물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시절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성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자극적인 서사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작용한다. 청춘의 사랑, 우정, 가족 간 갈등과 화해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중심에 둔 서사가 세대를 넘어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백번의 추억' 양희승 작가는 "그 시절을 거쳐 간 분들께는 추억을 소환하며 때로는 흐뭇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가슴을 적시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 시절을 겪지 못한 분들께는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이 겪는 첫사랑과 우정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 따뜻하게 닿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추억은 현재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때의 경험과 감정,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백번의 추억’도 시청자들에게 수채화 같은 한 조각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태풍상사' 장현 작가는 "시대 고증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온기를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근본적 기반은 가족애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든, 사회적으로 맺어진 가족이든 우리가 온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눈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용기와 사랑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서는 가치일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IMF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지만 절망이나 슬픔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희망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의 주인공이 비극적인 순간에서도 작은 낭만을 찾아 내듯이, 시청자분들의 피곤한 하루 끝에서 ‘태풍상사’가 작은 휴식이 되어드렸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 세트·소품이 만든 정서의 리얼리티

시대 고증은 감성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세트, 의상, 음악, 소품까지 모두 당시 실물을 참고해 재현했다. '백번의 추억'은 그 시절 실제 운행했던 옛 버스를 공수했해 그 시절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태풍상사'는 90년대의 생활 방식과 정서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돌돌이 대신 옷 먼지를 뗐던 테이프, 겨울 아궁이의 연탄, 내비게이션이 아닌 종이 지도 운전, 90s K-방향제인 모과 바구니, 통장 편지, 알루미늄 도시락 등,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의 결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극 중 인물들은 당시 유행했던 아이템들을 그대로 재현하는가 하면, 구하지 못한 의상은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 재현은 시청자 몰입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장기적 인기를 견인했다.

이와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복고 형태 작품이라는 건 세대 폭을 되게 넓힐 수 있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일종의 추억, 향수 이런 느낌을 소구하는 면이 있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경험해 보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라며 "이렇게 두 가지 관점에서 다뤄지기 위해서는 복고를 한다하더라도 대부분 주인공은 젊은 친구들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세대들이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시대극들은 사실 소품, 세트 같은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안 썼다. 요즘은 고증에 상당히 예민해졌다. 일종의 투자라고 볼 수 있다"라며 "당대에 진짜 그런 게 있었는가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정반대로 이야기하면 고증이 잘되면 오히려 흥행 포인트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고증에 투자를 많이 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대물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복고라는 건 없어지는 어떤 트렌드가 아닌 계속 도는 트렌드이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건 시대극이 과거하고는 조금 달라진 경향들을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상 과거에는 거대 서사를 많이 다뤘다면 요즘은 보통 서민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시대 고증이라든지 문화 코드 같은 걸 끌고 와서 흥행으로 연결하는 포인트들도 최근에 생기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앞으로도 생겨날 걸로 본다. 시대극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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