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포커스] “영화, AI가 찍는다”…제작비 절반·시간 3분의 1로 줄인 비결
- 입력 2025. 10.27.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AI가 영화까지 만든다고요?”
\\\'중간계\\\'
상상 속 이야기 같지만 이미 현실이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장편 영화 ‘중간계’(감독 강윤성)가 스크린에 걸리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F)는 국내 영화제 최초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AI 기술이 영화의 연출·편집·시각효과(VFX)를 대신하며 제작비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AI 필름 메이킹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제작비 반토막, 후반작업은 ‘5개월→2개월’
영화 ‘범죄도시’로 천만 관객을 모은 강윤석 감독의 신작 ‘중간계’는 SF 판타지 장르에 AI를 본격 도입한 첫 사례다. AI로 생성한 영상은 기존 컴퓨터그래픽(CG)보다 빠르고 저렴했다. 총 제작 기간은 5개월. 통상 1년이 걸리던 후반작업을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 강 감독은 “차량 폭발 장면을 CG로 처리하면 4~5일이 걸리지만, AI로는 1분 만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중간계’의 AI 연출을 맡은 권한슬 프리윌루전 대표는“AI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지만 CG 제작비를 저예산 수준으로 낮추는 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중간계’의 흥행 성적에 따라 후속편 제작이 결정될 예정이다.
영화제도 AI 전쟁…“소라·런웨이·젠3, 새 감독이 됐다”
AI는 이미 세계주요 영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4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만들고, 시나리오·영상·음향 등 한 가지 이상 AI 기술을 활용한 작품만 출품을 받았다. 30명 정원의 AI 영화 제작 워크숍엔 600명 이상이 몰려 60명으로 정원을 늘릴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미국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도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로 만든 영화 6편이 상영됐다. AI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국제 AI 영화제 대상을 받은 권 감독은 “전기요금 외엔 0원으로 만든 영화”라며 “실사 촬영 없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AI는 도둑이 아니라 동료”…비용 앞에서 무너진 저항감
불과 1년 전, 할리우드 배우·작가 조합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창작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적”이라며 파업했다. 하지만 지금, AI는 예술의 적이 아니라 ‘생산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시나리오 초안을 일주일 만에 완성하거나, 대규모 스턴트 장면을 AI로 대체해 제작비를 절감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눈 덮인 자작나무숲 환각 장면을 AI로 구현했고, LG유플러스는 자체 AI ‘익시(EXY)’를 활용해 광고 제작비를 25% 줄이고, 기간도 3분의 1 단축했다. 한 영화 제작자는 “군중 장면이나 폭발 장면처럼 인건비가 많이 드는 신은 이제 AI로 대체할 수 있다”라며 “비용 앞에 장사 없다”라고 했다.
기술과 예술의 ‘중간계’에 선 영화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 폭력적 이미지 필터링, 빠른 액션 장면 구현의 한계 등은 여전히 숙제다. 그럼에도 업계는 AI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본다.
강윤성 감독은 “누군가는 먼저 시도해야 했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기술도, 영화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고 밝힌 바. AI는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다시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CGV,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