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포커스] AI 앵커부터 숏드라마까지…방송가에 스며든 AI
입력 2025. 10.27. 07:00:00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올해 방송업계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제작·편집·보도부터 서비스와 고객 응대까지 방송사의 전 영역에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제작비 절감과 효율 향상이라는 기대 속에서도, 윤리적 혼란과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 국내 콘텐츠 기업 5곳 중 1곳, 생성형 AI 활용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5년 2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과 ‘CONTENT with AI: 콘텐츠산업 AI 활용 동향 및 일자리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기업의 20%가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전국 2,513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하반기 대비 7.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게임(41.7%)과 방송·영상(30.8%) 분야에서 활용이 두드러졌으며, AI가 주로 사용되는 단계는 콘텐츠 제작(63.0%)과 창작 기획(43.0%) 순이었다.

AI를 사용하는 기업의 100%가 향후에도 계속 활용하겠다고 응답했지만, 비활용 기업 중 사용 계획이 있는 곳은 27.7%에 불과했다.



◆ AI 숏드라마 제작 확산… 효율성 ‘확실한 효과’

콘텐츠 기업 스푼랩스(대표 최혁재)는 AI 기반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Vigloo)’를 통해 10월 2일 ‘지옥에서 찾아온 나의 구원자’와 ‘서울: 2053’ 두 편을 공개했다.

AI가 기획부터 후반작업까지 전 과정에 투입돼 시각효과·촬영 비용을 90% 절감, 제작 기간도 절반으로 단축했다. 특히 ‘서울: 2053’은 실제 촬영이 어려운 장면을 AI로 구현해 국내 제작사와의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스푼랩스 최혁재 대표는 “AI 제작 기법을 숏폼 콘텐츠의 표준으로 확산시켜 창작자와 플랫폼 모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STUDIO X+U와 공동 제작, 네이버 투자작인 ‘스퍼맨’은 하일권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AI 숏드라마로,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년 AI 영상 콘텐츠 제작지원’ 장편 부문 최종 과제에 선정됐다.

제작사 스튜디오티나는 AI 합성 기술과 버추얼 스튜디오를 활용해 배경을 실시간 생성·수정하며 촬영 효율과 연출 유연성을 크게 높였다. 업계는 이를 “AI 숏드라마 제작의 실질적 성과이자 산업적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튜디오티나 관계자는 “정부지원사업에서 인정받은 것은 한 작품의 성과를 넘어 AI 영상 제작 시장이 제도권과 산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OTT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가상 앵커의 시대… AI와 인간이 함께 뉴스 전한다

세계 각국 방송사들이 AI 앵커를 속속 도입하며 가상 인물과 인간 앵커가 공존하는 시대가 열렸다.

중국 신화통신은 2018년 세계 최초로 AI 뉴스 앵커를 선보였고, 이후 쿠웨이트의 ‘페다(Fedha)’, 그리스 공영방송 ERT의 ‘에르메스(Hermes)’ 등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MBN이 2020년 ‘김주하 AI 앵커’를 공개하며 국내 방송사 중 처음으로 AI 진행자를 도입했다. 이후 KNN, 딜라이브 등 지역 방송사로도 확산되며 뉴스뿐 아니라 날씨·예능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해외 방송사, AI 가이드라인 ‘이미 시행 중’

AI 활용 확산에 따라 해외 주요 방송사들은 일찌감치 내부 기준을 마련했다.

영국 BBC는 AI가 작성한 뉴스 문장을 반드시 기자 검증을 거치도록 규정했고, 일본 NHK는 AI 합성 음성·가상 앵커 활용 시 인간의 판단과 편집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AI 오보 사례에서 비롯됐다. 과거 미국 국방부 청사 폭발이라는 허위 정보가 AI 이미지와 함께 SNS에 퍼지며 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건은, AI 콘텐츠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 KBS, 국내 첫 ‘AI 가이드라인’ 제정

KBS는 최근 국내 방송사 최초로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핵심 원칙은 ‘인간 중심의 AI’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모든 제작 과정에는 인간의 감독과 승인이 필수다.

또한 방송에서 AI가 사용될 경우 시청자에게 이를 명확히 고지해야 하고, 사용 내역을 기록·보존하도록 했다.

뉴스·시사 프로그램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AI 결과물 사용을 금지하고, 오류 발생 시 즉시 수정 및 원인 분석 절차를 의무화했다.

아울러 초상권·저작권 보호 조항도 포함됐으며, 시청자가 AI 콘텐츠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시각적 표시 가이드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도엽 KBS미디어연구소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AI 기술 활용과 공공성 준수라는 두 가지 가치의 균형적 달성을 위해 노력했다”면서”며 “제작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세부 AI 기준을 향후 마련할 계획이며, AI로 인한 권리 침해 문제 등에 대해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련 연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방송의 미래, ‘기술과 인간의 조화’가 관건

AI는 방송 산업의 효율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관리 체계와 윤리 기준이 미비하다면, 콘텐츠 신뢰성과 직업적 가치의 붕괴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방송의 미래는 ‘기술과 인간의 조화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AI는 일자리를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AI 윤리 교육 강화 ▲전문 인력 양성 ▲산업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는 방송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신뢰와 책임이 동반되지 않으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감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스푼랩스, 스튜디오티나, KBS 제공, MBN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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