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포커스] 제작비 10분의 1도 안되는데…치솟는 숏폼드라마 인기
입력 2025. 10.27. 11:12:00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숏폼을 즐기다 보면,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짧은 드라마를 종종 만나게 된다. 바로 중국에서 제작된 '숏폼 드라마'다. 중국에서 시작돼 미국 등 전세계를 강타한 숏폼 드라마는 어떻게 K-콘텐츠의 새로운 전략으로 각광받게 됐을까.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숏폼 이용률은 70.7%로 전년 대비 12.6%p 증가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영상 시청 시 선호하는 콘텐츠 유형에서 숏폼이 41.8%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숏드'라고도 불리는 숏폼 드라마의 열기가 뜨겁다. 숏폼 드라마는 한 회당 1~5분, 50회~100회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캐릭터 설정 등이 특징이다.

숏폼 드라마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제작사에도 구미가 당기는 먹잇감이다. 우선 최근 K-콘텐츠 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히는 제작비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드라마 제작비용이 300∼2000만 달러(약 43~288억 원)에 이르는 데 비해 숏폼 드라마의 제작비용은 18만∼25만 달러(약 2억 6000만 원~3억 6000만 원) 수준이다.

제작비 대비 수익도 높다. 숏폼 드라마의 촬영 기간은 짧게는 2주로, 수개월이 걸리는 드라마에 비해 짧다. 이에 제작비 회수도 빠른 편이다.

제작의 측면에서 부담이 덜어지니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T나 드라마 작품이 줄어들면서 신인 감독이나 신인 배우들의 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숏폼은 이들을 등용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현재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을 이끌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카카오벤처스는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를 13조 원으로 추산했다. 중국 미디어 분석 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는 2027년에는 이 시장이 19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작은 중국에서 되지만 사실상 돈을 벌어들이는 곳은 미국이다. 전 세계 숏폼 드라마 수익 49%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중국계 플랫폼 릴숏과 드라마박스는 현지화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두 플랫폼은 2025년 1분기 인앱구매 수익으로 각각 1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900억 원), 1억 2000만 달러(1700억 원)를 기록했다.

'후발주자'인 한국의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65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업계에서는 숏폼 드라마가 K-콘텐츠가 맞닥뜨린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크다.

이에 국내에서 숏폼 드라마 시장의 문을 두드리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폭스미디어가 국내 최초 플랫폼 '탑릴스'를 출시했고, 이어 스푼랩스의 '비글루'가 오픈했다.

국내 OTT들도 숏폼 드라마를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웠다. 티빙은 어플 내 쇼츠 탭을 개시하고 자체 제작 숏폼 콘텐츠 '티빙 숏 오리지널'을 선보이고 있으며, 왓챠는 '숏챠'를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 7월 드라마박스와 손을 잡고 숏폼드라마 공모전을 개최했다. 네이버와 LG유플러스 등도 숏폼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국내 OTT 기업의 숏폼 콘텐츠 제작 지원을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총 1조원 규모의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조성 계획이라는 국내 OTT 기업이 AI 제작·변환 기술을 활용해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숏폼 드라마 신드롬에 국내 OTT가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물론 국내 숏폼 드라마는 갈 길이 멀다. 지난 1월 론칭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 펄스픽는 배우 윤현민, 박하선 등을 기용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으나 이용자 확보와 수익 구조 안착에 실패하며 출범 4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국내 OTT 중 최초로 쇼츠 드라마 전문 플랫폼을 시작한 왓챠의 '숏챠'도 미국 시장을 겨냥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숏폼 드라마를 K-콘텐츠의 미래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생태계를 꾸려나갈지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중국과 어떠한 차별점을 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수다. 숏폼 드라마의 선발주자이자 대표주자인 중국은 불륜, 출생의 비밀, 재벌 2세, 참교육 등의 소재로 점점 더 자극적인 스토리를 양산해 내고 있다.

일부 한국의 숏폼 드라마들은 더빙을 입히거나 리메이크하는 방식으로 이를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서는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과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무분별한 콘텐츠 양산으로 질적 하락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K-드라마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숏폼 드라마를 만들어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망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드라마박스, 드라마웨이브, 티빙, 비글루, 숏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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