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 설경구, 연기의 벽을 넘어 [인터뷰]
입력 2025. 10.30. 15:54:57

설경구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로서 상대와 호흡을 맞추지 않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배우 설경구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그런 '고립된 연기'를 해야만 했다. 누구와도 시선, 감정이 섞이지 않은 채 홀로 서야 하는 인물을 그는 어떻게 그려냈을까.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영화다.

공개 직후부터 '굿뉴스'는 대한민국 TOP 10 영화 부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호평받고 있다. 공개 후 반응에 대해 설경구는 "정말 다행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기자 시사회 이후에 재밌게 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1차 관문은 잘 통과한 느낌이라 좋았다"며 "사실 그때 그 얘기를 듣고서 살짝 기대를 했다. 다행히 이후에 올라오는 리뷰들에도 좋은 말이 많아서 안도했다"고 전했다.

또한 설경구는 작품에 임한 뒤 "이걸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블랙코미디 장르니까 반응이 없으면 실패한 것 아니냐. 그래서 방대한 제작비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도 있었다. 또 일본 배우들의 분량도 많고, 비중도 크다 보니 정말 걱정이 컸다"면서도 "다행히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완성본을 보고 나서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암암리에 국가의 대소사를 해결하는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 역을 맡았다. 이름도 출신도 알려지지 않았고, 홀로 후줄근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그는 서고명(홍경)의 뒤에서 작전을 지휘한다. 또한 카메라 렌즈 넘어의 관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서고명의 생각을 읽는 등 '제 4의 벽'을 깨뜨리는 인물이다.

생소한 설정의 캐릭터는 설경구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홀로 섞이지 않는 느낌이 불편했다. 상대 배우랑 따로 논다는 말이 배우에게는 정말 최고의 악평인데, 그걸 대놓고 하려니까 답답하더라. 아무개는 투명인간 같으면서 관찰자 같기도 하다. 또 고명이 머릿속으로 하는 말을 혼자 다 듣기까지 한다. 그런데 변성현 감독이 말하길 머릿속 말을 다 듣는다는 설정도 있다고 해서 정말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답답함을 해소한 변 감독의 말은 바로 '연기'였다. 아무개는 극에 스며드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는' 느낌을 선보여야 했던 것.

"한창 답답했을 때 변 감독이 아무개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더라. 권력을 위해서 계속해서 연기하면서 열심히 하고 싶다는 느낌을 보여주면 되는 거였다. 초반에는 정말 의심을 많이 하고 '이게 맞나' 싶은 의문도 많았다. 그런데 나중에 변 감독이 계획이나 설계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믿고 갔다. 한번은 제가 너무 의문을 가지니까 편집 감독님이 '경구 너무 오버하는거 아니냐'는 피드백을 줬다가 이후에는 왜 그렇게 연기하는지 알겠다고 말해주셨다고 전해주더라. 저보고 안심하라고 전달을 해준 것 같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설경구는 "항상 저를 선택해줘서 고맙다"며 "저는 변 감독의 영화와 현장을 참 좋아한다"고 소소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변 감독은 욕심이 많은데, 그게 장르적인 부분에서 큰 것 같다. 저랑 네 작품을 했는데 누아르, 시대극, 판타지 액션, 블랙코미디까지 장르가 다 다르다. 만듦새도 더 촘촘해지는 게 보인다. 그래서 계속 발전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나가면서 나아갈 것 같다. 앞으로도 변 감독이 반복되는 장르는 안 할 것 같아서 어떤 장르를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은 생긴 것 같다."

그러면서 이번 '굿뉴스' 역시 변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경구는 "만약에 이런 캐릭터를 가지고 모르는 감독이 찾아왔다면 안 했을 것"이라며 이번 촬영을 돌아봤다.

"현장이 유쾌한 느낌은 아니고 학구적이다.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느낌의 현장인데 그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사실 고민도 있었다. 이 대본을 굉장히 할 게 많아 보여서 방대하게 읽었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변 감독이 확신을 가지고 속도를 붙이기 전까지는 밥도 못 먹었는데, 저는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들도 좋았다. 또 '불한당' 때부터 함께 하던 키스텝들인데, 촬영, 미술 감독님이 이렇게 조심스럽게 긴장하면서 찍는 모습도 처음 봤다. 진중하게 하나하나 쌓아가는 느낌이었다."



설경구는 '길복순', '하이퍼 나이프', '굿뉴스' 등 작품을 통해 최근 OTT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안 해본 역할에 대한 호기심으로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다고.

"저는 계속해서 새 작품을 찍고 있고, 당연히 하고 싶은 게 있으니 하는 거다. 거기서 다행히 안 해봤던 모습들이 보여지고, 저는 그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또 예전에 했던 것과 비슷해도 변주의 여지가 있으면 또 하게 된다. 사실 아무개도 제가 했던 역할 중에서 '오아시스'의 홍종두를 시작으로 해서 변주를 주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강철중' 얘기가 나와서 제 의도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설경구는 앞으로도 새로움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그의 다음 행보 역시 '굿뉴스'처럼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특정한 기술을 잘하는 분들을 '장인'이라고 부르는데, 연기에는 장인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할수록 폭이 좁아지고 할 게 없다. 어쩔 수 없이 계속 반복되는 모습이 보일 수 밖에 없는 거다. 제가 '오아시스'를 보고 했어도 누군가는 '강철중'을 떠올렸듯 그게 결국 다 제가 해나갔던 모습이지 않나. 저는 항상 제 속에서 나왔던 캐릭터들을 해왔기에 더 안해봤던 캐릭터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나오는 표정 같은 게 반복되는 부분이 있다는게 괴롭다. 그래서 더 반복되는 제 모습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려 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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