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서 눈물 “마음 무겁다”
입력 2025. 10.31. 13:14:23

문소리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배우 문소리가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함께했던 스태프를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삼켰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문소리는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이 자신과 오랜 시간 함께했던 스태프였음을 밝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시를 낭독했다.

이번 행사는 정부가 처음으로 주최한 공식 추모식으로, 정권 교체 이후 처음으로 정부 대표가 참석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수많은 시민과 유가족, 정치권 인사들이 모여 159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가운데 문소리는 조심스레 무대에 올랐다.

그는 “많이 힘드시죠?”라며 유가족들에게 말을 건넨 뒤 “많은 무대에 서봤지만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무겁다”고 입을 열었다. 문소리는 2021년 방송된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그해 경남 창원에서 6개월간 촬영을 했다. 배우 생활을 하며 한 지역에서 이렇게 오래 지낸 건 처음이었다. 아파트를 얻어 세 명의 스태프와 함께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어린 스태프가 스물한 살의 막내, 스타일리스트 보조 안지호 씨였다. 문소리는 “지호는 밝고 씩씩하고 예의 바른 친구였다. ‘지호야, 너희 부모님은 정말 좋으시겠다. 이렇게 멋진 딸을 키워내셔서 얼마나 뿌듯하시겠니’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회상했다. 촬영이 끝난 뒤 지호 씨는 복학해 의상학을 이어가며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2년 10월 29일, 그날 밤 이태원에서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문소리는 “숨을 못 쉬고 결국…”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 자리에 서달라는 말을 듣고 지호에게 편지를 써보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고, 또 아무 말도 할 수 없더라”며 “며칠 동안 편지를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아녜스의 노래’를 들으며 그 시가 마치 지호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제가 지호에게 보내는 편지 대신, 지호가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시를 읽겠다”며 시를 낭독했다. 광화문 광장은 이내 고요해졌고, 곳곳에서 흐느낌이 흘렀다.

이날 추모식 공동 주최 단체들은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은 안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출발점”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생명과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협의회 송해진 운영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켰다면 159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었을 것”이라며 “오늘의 첫 정부 추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2022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도 같은 스태프의 이름을 언급하며 “늘 무거운 옷가방을 들고 다니며 함께 일해줘서 고맙다. 사랑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때의 약속처럼, 그는 이번에도 지호와 모든 희생자들에게 마지막이 아닌 ‘기억의 인사’를 전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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