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 패소와 사회 계약론
- 입력 2025. 10.31. 18:01:18
- [유진모 칼럼] 걸 그룹 뉴진스(NewJeans)가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 분쟁에서 모두 패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오전 9시 50분 어도어가 뉴진스 다섯 멤버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의 선고 공판에서 "어도어가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한 것만으로 전속 계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뉴진스
뉴진스와 어도어는 2029년 7월 31일까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번 소송으로 1년 가까이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결과로 인해 전속 기간이 그만큼 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판결 후 어도어는 뉴진스의 활동 속개를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 앨범 제작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다시 한 번 뉴진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나 뉴진스 멤버 전원(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 법인 세종은 "뉴진스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이미 어도어와의 신뢰 관계가 완전히 파탄이 난 현 상황에서 어도어로 복귀하여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라며 여전히 어도어에 복귀할 의사가 '1'도 없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더불어 즉각 항소할 뜻을 밝히며 "멤버들은 항소심 법원에서 그간의 사실 관계 및 전속 계약 해지에 관한 법리를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살펴 현명한 판결을 내려 주시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향후 뉴진스의 전망에 대해 살펴보자. 뉴진스와 어도어의 분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는 최근 기획사 오케이를 설립했다고 알렸다.
민지와 하니가 21살이고, 막내 혜인이 17살이다. 법정 투쟁을 하다 보면 또 1년이 훌쩍 지나갈 것이다. 만에 하나 항소심에서 뉴진스가 이긴다고 할 경우 어도어 역시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특히 투자한 돈이 상당하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까지 할 가능성이 높다. 법정 다툼은 장기전으로 갈 것이고, 그 사이 걸 그룹의 판도 역시 바뀔 것이다.
이미 지난해 말 본격적인 다툼이 알려진 이후 이미 뉴진스를 떠난 팬덤이 상당함은 온라인과 분위기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댓글은 그런 분위기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당분간-어쩌면 2029년까지-뉴진스는 오케이에서 활동할 수 없다. 민 대표가 뉴진스를 받아들일지, 뉴진스의 앨범을 제작하고 활동을 지원할지에 대해서도 미지수.
가장 중요한 것은 공백기이다. 뉴진스의 활동 중단은 방탄소년단 5명의 군 복무로 인한 여백과는 차원이 다르다. BTS는 약간씩 차이를 두고 입대하는 가운데 산발적, 개별적으로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SNS로 꾸준히 팬들과 소통했다. 게다가 당당하게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한 빈틈이었으므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뉴진스는 법과 질서를 어김으로 인해 활동에 차꼬와 족쇄가 채워졌으므로 BTS와는 수준이 다르다. 물론 '어도어와의 신뢰 관계가 완전히 파탄이 났다.'라는 뉴진스의 주장을 보면 어도어 혹은 모기업 하이브에 얼마나 질렸는지 짐작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체제, 약속, 그리고 팬 서비스에 대한 프로의 자세가 중요하다.
뉴진스는 전 세계 수백만, 수천만 명을 상대하는 월드 스타로서 프로 중의 프로이다. 멤버당 정산금을 50억 원씩 받는 프로페셔널.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사람은 팬이고, 기준점으로 삼아야 할 덕목은 법과 질서이다. 사회 계약론은 토마스 홉스에서 시작해, 존 로크, 장 자크 루소로 이어지며 민주주의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홉스는 자연 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보고 계약을 통해 절대 권력을 리바이어던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크는 생명, 자유, 재산 등 개인의 자연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국가)와 계약을 맺되 침해당할 경우의 저항권을 주장했다. 루소는 일반 의지를 주권, 법, 정부의 기초로 보고 절대 불가양, 불가분이라며 직접 민주제를 추구했다.
이는 군주제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개개인의 자유, 사유 재산, 사회적 질서 등을 유지하기 위해 법을 제대로 정립하고 시민이 권력자를 정하되 그 권력자는 오직 시민을 위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발생했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합했다. 즉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다른 이념이기는 하지만 2인 3각의 파트너인 것.
만약 하이브가 뉴진스 멤버들을 뽑아 주지 않았다면 그녀들이 단숨에 50억 원을 벌 수 있었을까? 명문 대학교를 졸업한,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후 1~2년 만에 50억 원을 벌 수 있을까? 하이브는 뉴진스에 수백억 원을 투자했고 그 결과 뉴진스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서 수십억 원대의 부자가 되었다. 10대 후반에.
이는 '사회 계약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멤버들은 하이브라는 대기업과 계약을 맺었고, 그 계약대로 하이브는 수백억 원을 투자해 그녀들을 최고의 상품 가치를 지닌 톱스타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서로 '윈-윈' 했지만 만약 하이브가 그녀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면 절대 있을 수 없었던 결과였다는 점을 멤버들은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그리스 신화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조상들의 삶을 반영해 교육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영웅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 낳은 혼외자이기에 헤라의 저주를 받으며 12 과업 및 각종 고난과 역경을 겪어야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이겨 냈기에 그는 사람에서 신으로 추앙되었다. 시험을 긍정할 때 시험은 실험의 완성을 선물하기 마련이라는 교훈.
[유진모 칼럼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