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포커스]매진 세례에도 적자?…뮤지컬 손익분기점의 현실
입력 2025. 11.03. 07:00:00

뮤지컬 \'멤피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의 여파로 공연 시장은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제작사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는데, 셀럽미디어가 뮤지컬 시장 호황의 위태로운 현실을 조명했다.

올해 10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5 3분기 공연시장 티켓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뮤지컬 시장 공연 건수는 938건(14.4% 비율), 공연 회차는 1만 1993회(34.1% 비율), 티켓예매수는 약 233만 매(35.7% 비율), 티켓판매액은 약 1387억 원(30.1% 비율)으로 집계되었다.

올해 3분기 뮤지컬 공연실적은 공연건수, 공연회차, 티켓예매수, 티켓판매액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였으며,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31만 매, 180억 원 증가하였다.

뮤지컬 시장의 양적 성장은 코로나19 이후 약 5년간 이어지고 있다. OTT로 대체할 수 없는 공연 예술의 특성상 '보복 소비'가 두드러진 탓이다.


◆ 높아지는 뮤지컬 손익분기점, 현재 인프라로 감당 안된다

뮤지컬의 손익분기점, 즉 제작비에는 배우 출연료, 로열티(해외 라이선스 비용 등), 인건비, 대관료 등이 포함된다. 한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대극장 기준 최소 40억~200억까지 천차만별이다.

제작비가 오르니 자연스럽게 티켓값도 올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5만 원 선이 대극장 뮤지컬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19만 원 티켓도 흔히 볼 수 있다. 조만간 20만 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티켓플레이션' 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는 호황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열어보면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은 마찬가지다. 한 제작사 관계자 A씨는 "1년에 5~6작품을 하면 2~3 작품 정도가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그 해에 어떤 작품을 올리는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뮤지컬 시장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티켓 가격은 매년 올라가고, 대극장을 중심으로 매진 세례가 이어지는데 왜 뮤지컬 시장의 위기설은 계속되는걸까?

A씨는 "매진이 됐다고 무조건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다. 제작비가 늘어나는 추세라 객석은 매진이어도 수익이 적게 나는 경우가 있다"라며 "2~3개월동안 하루 평균 1~2회 공연한다. 객석 규모가 한계가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결국 구조적 문제다. 국내에서 뮤지컬을 올릴 수 있는 극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특히 대극장의 경우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예술의전당, 샤롯데시어터, 블루스퀘어, LG아트센터 서울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에 장기 공연이나 오픈런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공연 횟수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공연 기간을 늘릴 수 없으니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티켓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난감할 따름이다. 티켓 가격이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는 것을 알지만 티켓 가격을 낮출 수도 없다. 1년에 더 많은 공연을 올릴 수도 없다. 말그대로 진퇴양난이다.


◆ "지금이 적기"…뮤지컬 산업 위한 '진흥법' 필요해

뮤지컬계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위대한 개츠비' 등 K-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지금을 놓치면 발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은 뮤지컬 관련 전문 인력 양성, 지식재산권(IP) 보호 시책 마련과 국내 창작뮤지컬 수출 및 지역 뮤지컬 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뮤지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뮤지컬은 산업화된 예술 분야 중 유일하게 진흥법이 제정되지 않은 장르다.

1세대 뮤지컬 배우 남경주는 지난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과위원회 종합 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 뮤지컬이 세계에서 각광 받고 경쟁력을 인정받을 때, 어떻게 하면 우리 뮤지컬이 산업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라며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뮤지컬산업진흥법이 반드시 통과돼 정부가 제도적·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뮤지컬계가 한국의 문화 브랜드로서 세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뮤지컬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며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주목받는 지금, 발 빠르게 대응해야 새로운 산업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뮤지컬 전용 극장 설립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대구에 설립 계획인 국립뮤지컬콤플렉스는 대극장(1천800석)과 인큐베이팅 중극장(500석) 중심의 창작·제작 공간과 뮤지컬 전문 자료관, 실습 및 워크숍 공간, 편의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인재 양성부터 제작·공연·유통까지 아우르는 창작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최 장관은 "대구는 뮤지컬 분야에서 비중이 큰 도시로, 대구시가 추진 중인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노트, 뉴시스,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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