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포커스]제2의 충주맨을 찾아라…웃음 뒤에 숨은 불편한 현실
- 입력 2025. 11.10. 00: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충주시 홍보 담당자 ‘충주맨’(김선태)의 폭발적 흥행 이후,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제 2의 충주맨'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SNS 릴스와 밈 패러디를 앞세운 공공기관 공식 콘텐츠가 연이어 등장하며, 이른바 ‘MZ 공무원 인플루언서’가 행정 홍보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 제2의 충주맨 누구? MZ 공무원 인플루언서 주목
‘충주맨’은 B급 감성 유머를 활용해 지자체 홍보를 대중적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충TV’는 구독자 79만 명, 누적 조회수 수천만 회를 기록하며 전국 지자체 유튜브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조회수 1,000만 회를 넘어섰다.
그 인기에 힘입어 김선태 씨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라디오스타', '전지적 참견 시점', '복면가왕' 등 주요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3'에도 출연했다. 충주시는 이를 계기로 ‘뉴미디어팀’을 신설했고, 김선태 전문관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김 씨는 “창의성은 개인의 자유에서 나온다”며 “결재 없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밝히며 ‘창의적 행정 홍보’의 방향을 제시했다.
비슷한 성공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 양산시청 홍보팀의 하진솔 주무관은 ‘밈(meme)’을 활용한 정책 홍보 영상으로 96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귀여운 이미지와 재치 있는 연출로 인기를 얻은 그는 이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했다.
최근에는 안동시청 권해미 주무관(‘래퍼 공무원’)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이수지의 ‘섹시 푸드’를 패러디한 ‘안동 푸드랩’ 영상에서 직접 랩을 선보이며 지역 음식 홍보에 나섰다. 해당 영상은 13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자발적 참여는 늘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현실
MZ 공무원 인플루언서 열풍이 확산되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기관에서는 비자발적 출연이나 강요된 참여가 문제로 지적된다.
20대 현직 공무원 A씨는 “충주맨 이후 SNS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졌지만, 초창기에는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분위기가 불편했다”고 말했다.
반면 30대 공무원 B씨는 “요즘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직원이 많지만, 보조 출연을 반강제로 요구받는 경우가 있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무리하게 영상 제작에 동원될 경우 업무 피로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공기관 홍보의 ‘B급 감성’… 도를 넘은 패러디
밈과 유행하는 유머 코드를 활용한 공공기관 홍보는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일부 기관의 사례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경상남도교육청의 ‘골반춤 밈’ 논란이다. 지난 10월, 경남교육청 공식 SNS에 여성 직원이 블랙 미니 원피스를 입고 골반춤을 추는 영상이 올라왔다. “#골반통신 #골반이안멈추는병”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걸그룹 AOA의 짧은 치마가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이 영상은 크리에이터 ‘퐁귀’의 ‘골반이 멈추지 않는 병’ 밈을 패러디한 것이었으나, 공교육 기관이 이를 활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소비한 홍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남교육청은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공식 사과하며 영상을 삭제했다.
서울 강북구청도 유사한 논란에 잇따라 휩싸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그룹 뉴진스 하니를 패러디한 영상이 외국인 조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북구청은 “외국인 차별로 비칠 수 있는 표현이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또 올해 초에는 ‘춤 면접’ 논란이 발생했다. 아나운서 및 유튜브 담당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아이돌그룹 TWS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도록 요구한 것이다.
강북구청 측은 “콘텐츠 적응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보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응시자들은 “사전 공지도 없이 춤을 요구받았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결국 구청은 “응시자에게 부담을 준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MZ 공무원 인플루언서가 남긴 과제
전문가들은 MZ 공무원 인플루언서 현상이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젊은 세대의 언어와 SNS 감성을 활용해 시민과 소통하는 시도가 행정 홍보의 문턱을 낮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흥미 유도나 선정적 연출로 ‘선을 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공공기관의 품위와 윤리 의식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공공 커뮤니케이션은 유행을 좇기보다 시민의 공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공직자의 콘텐츠 제작에도 윤리와 품위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할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안동시청, 경상남도교육청 SNS, 경상남도교육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