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포커스] 금의환향 '어쩌면 해피엔딩', 어떻게 달라졌을까?
- 입력 2025. 11.10. 07: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전 세계를 매료시킨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토니상 6관왕과 1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맞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티켓이 오픈된 전 회차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번 시즌은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지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뜨겁다.
어쩌면 해피엔딩
◆ 대학로 소극장에서 세계 무대로, 10년의 여정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21세기 후반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고물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 창작 뮤지컬로, 작가 박천휴, 작곡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뮤지컬이다.
작품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기획으로 개발돼, 2016년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현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국내 초연 무대에 올랐다. 감성적인 대사와 세련된 음악, 미니멀한 무대미학으로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으며 2017년 한국뮤지컬어워즈 4관왕을 차지했고, 탄탄한 팬층을 쌓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2017년 일본을 거쳐 2020년 미국에서 트라이아웃 형태로 상연됐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종료일을 미리 정하지 않고, 관객 반응과 흥행 상황에 따라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형식)으로 정식 개막하며 드디어 브로드웨이를 밟았다.
한국 창작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오픈런 규모 공연을 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1000석 규모 중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될 정도로 장기 흥행 가능한 작품으로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상징적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스스로를 입증했다. '2025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2024 외부 비평가 협회상' '2025 드라마 리그 어워즈' 등 유수한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고, 마침내 제78회 토니어워즈(Tony Awards) 시상식에서 극본상(박천휴·윌 애런슨), 무대 디자인상(데인 래프리·조지 리브), 음악상(윌 애런슨), 연출상(마이클 아든), 남우주연상(대런 크리스), 작품상을 석권한 것이다.
◆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 뭐가 바뀌었나
토니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4개월 만인 10월 30일, '어쩌면 해피엔딩'은 고향 한국에서 10주년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 아닐 수 없다.
브로드웨이 버전이 한국에서 상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왔지만, 이전 시즌과 동일한 버전으로 올라왔다.
여전히 두 로봇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번 시즌은 조금 다르다. 더 넓어진 무대, 더 정교해진 조명, 그리고 다시 만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온도의 차이가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이 상연되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은 550석으로, 300~350석 규모로 진행된 이전 공연보다 확연히 규모를 키웠다. 이와 관련해 손지은 연출은 "더 넓어진 무대에 새로운 시선과 해석을 더함과 동시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끌어낼 예정"이라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초연과 재연 무대를 제작한 한경숙 프로듀서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이번에도 함께 전달하기 위해 작품에 참여하는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작품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무대는 관객들에게 더 많은 요소들을 직접 보여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회전 무대를 활용해 이전 시즌에서는 소품으로 대체됐던 모텔, 반딧불이 숲 등의 장소를 구현했다. 또한 LED 스크린을 활용해 도입해 시각적 효과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친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느껴지는 무대를 반가운 배우들로 채웠다. 올리버 역의 김재범, 클레어 역의 전미도와 최수진, 제임스 역의 고훈정 등 초연 배우들이 특별 출연으로 '어쩌면 해피엔딩'의 10살을 축하한 것.
또한 정식 캐스팅으로 역대 시즌을 함께 했던 전성우, 신성민, 박지연, 박진주와 새롭게 정휘, 방민아가 합류해 신구 조화를 이루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 10주년 공연의 숙제와 의미
이번 시즌의 숙제는 넓어진 무대를 채우면서도 이전의 감성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더 넓어진 무대와 기술적 확장은 관객과의 거리감을 만들고, 작품이 지닌 아날로그 감성과 정서적 밀도는 가벼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은 단순히 '어쩌면 해피엔딩'의 '규모의 확장'이 아닌 '감정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전 시즌의 공연을 관람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다. 미니멀한 공간 속에 배우의 움직임으로 섬세하게 채워지던 소극장의 호흡, 조명과 소품 만으로 다른 장소를 표현해 내는 약속들, 배우들과 함께 여백을 채우던 상상력 등 그때의 감성과 100% 동일한 경험을 이끌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관객들의 상상력으로 채워지던 무대는 이제 연출가의 손길로 채워졌다. 스크린을 통해 올리버와 클레어가 달리는 고속도로의 전경이 펼쳐지고, 회전 무대가 돌아가면서 이들이 머물렀던 모텔이 나온다. 올리버와 클레어의 여정 속 공간들에 대한 상상력은 끊겼다.
오케스트라의 위치와 반딧불이로 인해 완전히 암전되지 않는다는 점도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인 만큼, 관객들은 반가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다양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 관객은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선이 그대로라 감동했다"며 "처음 봤을 때의 설렘이 다시 느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객은 "헬퍼봇 아파트가 리모델링됐다. 세련되고 좋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는 "홀로그램이 나올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규모가 커져서 좋았던 부분도 있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정도"라고 지적했고, "냉장고가 사라져서 아쉽다. 무대는 넓어졌는데 방은 좁아지고 동선은 많아졌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