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포커스] 박진영-시진핑 회동, ‘한한령’ 해빙 신호에 ‘K콘텐츠’ 봄 올까
- 입력 2025. 11.10.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멈춰 있던 한류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 총괄 책임자(CCO, 대중문화교류위원장)가 한중 정상회담 만찬 자리에서 시 주석에게 ‘베이징 K팝 공연’을 제안한 것. 이에 시 주석이 “좋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양국의 문화 교류가 다시 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증시에서 JYP엔터테인트는 4%대 상승세를 보이며 관련 종목 중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4대 기획사 역시 나란히 강세로 출발했다. 엔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POP 포커스’, ‘KODEX 웹툰&드라마’, ‘TIGER 미디어컨텐츠’ 등도 동반 상승하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업계는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닌 ‘한한령(限韓令)’ 해제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사실상 봉쇄됐던 중국 내 한류 콘텐츠 시장이 8년 만에 다시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한중 문화교류는 조금씩 재개되고 있다. 트와이스와 아이브의 중국 팬사인회가 성황리에 열렸고,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중국 개봉을 확정했다. 음악·영상 콘텐츠 전반에서 한류 복귀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여전히 K팝의 성장 여력이 가장 큰 지역”이라며 “공연이 재개되면 신규 팬덤 유입뿐 아니라 기존 팬들의 충성도 회복도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제는 단순한 시장 재진입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확장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콘텐츠 업계는 한한령 해제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엔터·미디어 산업 구조 자체가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본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열리면 단기적으로는 구작 판권 판매, 중기적으로는 한중 동시 방영, 장기적으로는 오리지널 시리즈 공동 제작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곧 수익 구조 다각화와 제작 퀄리티 향상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OTT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제작자들은 새로운 유통 파트너와 공동 제작 네트워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플랫폼과의 협업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이 다시 열린다면 한류는 단순한 수출이 아닌 문화 파트너십의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아시아 콘텐츠 허브로서 입지를 재정립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진영, 시진핑 주석의 짧은 대화가 던진 파장은 단순한 외교 미담을 넘어, K콘텐츠 산업 재편의 서막이 되고 있다. 한 대 한한령으로 막혔던 시장이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K팝 공연부터 드라마·영화·예능·OTT·오리지널 시리즈까지 콘텐츠 생태계 전반이 재가동될 조짐이다. 업계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중국 시장을 단순한 수출처가 아닌, ‘제2의 제작 및 소비 허브’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주도 하에 편중됐던 K콘텐츠의 공급 구조가 한중 공동 제작·투자 모델로 다변화될 경우,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균형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크다. 결국 이번 만남은 외교 무대의 짧은 장면이었지만 그 안에 향후 10년 K엔터테인먼트의 성장축을 ‘리셋 신호’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박진영 인스타그램, JYP엔터테인먼트(트와이스), 스타쉽(아이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미키17')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