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설공찬'은 어떻게 무너졌나…이비컴퍼니 회피형 대표의 민낯
- 입력 2025. 11.10. 13:25:33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뮤지컬 '설공찬' 조기 폐막 사태 이후, 제작사 이비컴퍼니 대표 A씨의 비상식적인 행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설공찬'
'설공찬' 조기 폐막 사태가 발생한 뒤, A씨의 또 다른 문제적 언행들이 속속 제보됐다. 페이 미지급은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 제작 과정에서의 일방적 결정, 고압적 언행 등이 계속됐던 것.
이에 셀럽미디어는 A씨가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고 공연을 올리며 저질렀던 기행에 대해 취재했다. 내부 직원, 외주 직원들의 제보를 통해 이번 조기폐막 사태는 A씨의 비정상적 운영과 의사소통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이비컴퍼니 대표 이름은 B씨?…이중구조 운영의 진실
대중문화예술종합정보시스템에 '이비컴퍼니'를 검색하면 대표자에 A씨의 이름이 아닌 B씨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비컴퍼니 작품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건 A씨였고, 과거 제작사 대표로 매체 인터뷰에 나선 것도 A씨였다.
취재 결과, B씨는 A씨의 배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비컴퍼니가 아닌 '아트플랫폼 동화'라는 법인을 본인 명의로 운영 중이었다. 아트플랫폼 동화에서는 A씨는 어린이 음악극 '나무의 아이', 소리음악극 '이도' 등 공연을 올렸다.
이는 결국 A씨가 전형적인 법인 쪼개기 형태로 두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한 사람이 두 회사를 운영하면 제작 인력과 자금 흐름이 뒤섞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구조 자체가 사실상 책임 회피를 위한 장치였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 문제 생기면 나 몰라라…회피형 대표의 등장
이처럼 불투명한 구조 속에서 나타난 A씨의 행보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A씨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가 작품의 운영 전반에서 한발 물러난 채 행동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같은 기행으로 인해 항상 모든 공연의 엔딩은 A씨와 배우·창작진의 갈등과 결별로 이어졌다고.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노원어울림극장에서 '나무의 아이' 공연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공연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페이, 연습 등 기본적인 조건들이 지켜지지 않았고, 공연이 진행될 때 필요한 음향, 무대 스태프들도 전혀 섭외되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와 창작진만 극장에 보내놓고 전화도 받지 않는 행동이 계속 반복되면서 당연히 A씨와 이들은 계속해서 갈등을 빚게 됐다. 심지어 A씨는 무대 디자인, 작곡가, 작가 등 창작진들에게 약속했던 저작권료마저도 뒤늦게 주지 못하겠다며 회피했다고.
하지만 이후에도 '나무의 아이' 공연은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고, 당장 지난달 말에도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 '나무의 아이' 공연이 진행됐다. A씨는 저작권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공연을 무단으로 계속 올리고 있었다.
최근 문제가 됐던 '설공찬'의 개막도 쉽지 않았다. A씨가 독단적으로 상상스테이지챌린지 등 사업을 신청하고, 무대 감독을 구하지 못하는 등의 기행을 펼쳤던 것. 이에 당시 내부 직원들은 연출과 A씨가 다투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전했다.
A씨의 독단적인 결정이 이어지면서 '설공찬'의 개막 여부를 두고 논의가 계속됐고, 결국 제작진은 개막을 불과 3주 앞둔 시점에서야 티켓 오픈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공연이 최소 한 달 이상의 기간을 두고 1차 티켓을 오픈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공찬'은 이례적으로 촉박한 일정이었다.
이후 리허설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혼선이 이어졌다. 영상 팀이 페이 미지급의 이유로 영상프로젝터 장비를 철수시켰고, 연출은 극장 리허설 당일에 이를 통보 받았다. 이로 인해 '설공찬' 배우와 스태프들은 동선, 연출 등을 공연 직전에 급히 바꿔야 하는 상황까지 놓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 폭언·무시·모욕…사람을 도구로 보는 대표
회피성 행동 다음으로 가장 공통됐던 제보는 A씨의 폭언이었다. 평소 A씨의 가스라이팅, 폭언, 돈 미지급 등이 꾸준히 문제가 되면서 이비컴퍼니에는 입사 후 1~2달 만에 퇴사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제보에 따르면 평소에도 A씨는 사무실에서 "다 죽여야된다", "법만 없었어도" 등의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내부 직원들도 책임 전가의 예외가 아니었다. A씨 밑에서 일했던 다수의 직원은 모두 "너 때문이다"와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증언했다. '설공찬' 관련 업무를 맡았던 직원은 티켓 판매 문제를 두고 대화하던 중 욕설과 함께 "X짱뜰까?"와 같은 폭언까지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태도는 안전 문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과거 '나무의 아이' 공연 연습 중 한 배우가 낙상 사고를 당했을 때도 A씨는 부상자보다 공연 회차를 먼저 챙겼다. 그는 바로 부상 배우를 챙기기는커녕 다른 배우에게 전화를 걸어 "무조건 공연 회차를 채워라"라는 지시만 내릴 뿐이었다.
직원 안전에 대한 무관심도 도를 넘었다. 운전이 미숙한 사회 초년생 직원을 지방 행사 차량 운전에 반복적으로 투입했고, 이로 인해 잦은 사고가 이어지던 중 겨울철 고속도로에서 큰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A씨는 대인 처리를 문제 삼으며 크게 화를 냈고, 다친 직원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비컴퍼니 측 대표는 여전히 취재진의 연락을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 A씨로부터 아직 정산 받지 못한 사람들조차 입을 모아 그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말할 뿐이었다.
결국 비정상적인 운영의 중심에는 A씨 개인의 독단과 책임 회피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노동의 가치와 안전, 그리고 예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설공찬'의 조기 폐막은 어쩌면 예고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비컴퍼니, 아트플랫폼 동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