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 “닫힌 문 열리고 있다”…美그래미 벽, K팝이 두드린다
입력 2025. 11.10. 13:27:34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그래미 어워즈가 변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미국 음악계의 자존심’으로 군림해온 시상식이 올해 들어 K팝을 향해 미묘한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흔들림 없던 그래미가, 마침내 아시아 음악의 흐름을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레코딩 아카데미는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각 부문별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후보 명단에 따르면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는 본상에 해당하는 ‘제네럴 필즈’인 ‘송 오브 더 이어’와 ‘레코드 오브 더 이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총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해당 시상식에서 K팝 장르가 후보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BTS) 이후 처음이다. ‘제네럴 필즈’ 후보 배출은 물론, K팝 여성 아티스트가 노미네이트된 것도 사상 최초로 눈길을 끈다.

‘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은 ‘송 오브 더 이어’와 함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리믹스로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포 비주얼 미디어’ 총 5개 후보에 올랐다.

또 캣츠아이는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지명됐다. 캣츠아이는 올해 ‘날리(Gnarly)’ ‘가브리엘라(Gabriela)’ 등 곡으로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포브스는 “K팝은 역사적으로 그래미에서 외면 받아왔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인 현상을 일으킨 장르라는 사실이 분명했지만 K팝은 음악계의 최고 행사 행사에서 제대로 대표되지 못했다”라며 “그동안 그래미에서 이름을 올린 것은 BTS가 유일했다. 하지만 올해 달라졌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트’와 ‘골든’의 후보 지명은 역사적인 일이지만 전혀 놀랍지 않다”라며 “두 곡은 그래미 후보 자격이 있는 기간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곡들”이라고 진단했다.

LA타임스는 “다수의 K팝 아티스트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K팝이 주류 팝 음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렸다”라며 “이번 변화는 그래미 심사위원들이 K팝을 팬덤 중심의 현상이 아닌 예술적 성취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가 1959년 제정한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예술적 완성도를 무엇보다 중시해왔고, 그 기준은 냉정할 만큼 엄격했다. 때문에 K팝이 전 세계 대중문화를 흔들고도 그래미의 벽만큼은 넘지 못했다는 점은 상징적이었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 등 주요 시상식을 석권하며 글로벌 아티스트로 우뚝 섰지만, 그래미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금까지 그래미 무대에서 수상한 한국인은 조수미(1993), 김기현(2011), 황병준(2012·2016) 등 클래식 분야에 한정됐다. K팝 중심의 대중문화 부문에서는 아직 단 한 번도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공기가 다르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방탄소년단, 지코,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 K팝 그룹 멤버들이 투표권자로 참여하며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이는 단순한 후보 지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K팝이 ‘주류 음악 산업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 수상 여부를 떠나, 그래미의 문이 실제로 열리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해의 상징성은 크다.

이제 관심은 오는 2026년 2월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로 향한다. 닫혀 있던 문이 처음으로 ‘안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K팝이 그 문을 완전히 열 수 있을지 세계 음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케데헌'), 하이브 레이블즈(캣츠아이) 제공, 셀럽미디어DB(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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