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 돌아가라 팬 곁으로
- 입력 2025. 11.12. 10:50:13
- [편집자주] 걸 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는 과연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바람직할까? 지난달 30일 소속사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어도어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뉴진스 측 법무 법인 세종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법조계나 연예계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는 의견이 올라왔다. 지난 8일 강호석과 박건호 변호사가 강앤박 변호사 채널에서 '2027년까지 뉴진스를 못 볼 수도 있는 이유-뉴진스 소송 완패, 이제라도 돌아가야 하는 이유'라는 영상을 통해 부정적 의견을 전한 것. 이전부터 뉴진스가 질 가능성이 99%라고 이야기를 했었던 두 변호사는 영상에서 "장담하는데 뉴진스는 2026년에도 활동 한 개도 못한다."라고 확언했다.
법 전문가의 해석과 전망을 참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관행과 기존 질서, 그리고 여론의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분쟁이 시작되자마자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여러 관련 단체의 '뉴진스여, 어도어로 돌아가라.'라는 식의 한목소리를 보더라도 올바른 관행과 그릇된 혁명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었던 공기의 흐름이었다.
지난 4월 민희진 어도어 당시 대표와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와의 전면전이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 1심 판결까지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 항소에 들어가면 또 1년 동안 뉴진스는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다수의 대중이 뉴진스와 어도어의 분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최종 승리자가 누구일지 궁금한 것은 맞는다. 그러나 누가 이기든 대다수의 대중과는 별 상관은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뉴진스 멤버들은 곰곰이 대차대조표를 따져 보아야 한다. 그녀들의 활동이 중단된 지난 1년 동안 걸 그룹 판도는 많이 바뀌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집계한 2025년 10월 걸 그룹 브랜드 평판 30위 순위는 아이브, 블랙핑크, 트와이스, 레드벨벳, 오마이걸, 르세라핌, 아이들, 키키, 에스파, 아일릿, 베이비몬스터, 에이핑크, 우주소녀, 하츠투하츠, 하이키, 마마무, ITZY, 프로미스나인, 키스오브라이프, 피프티피프티, 엔믹스, 스테이씨, 이즈나, 리센느, 트리플에스, 캣츠아이, 케플러, 소녀시대, 유니스, 우아 순서였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뉴진스는 이런 순위의 상위권에 랭크되었었는데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이 순위에서 현재 걸 그룹 인기 지표를 읽을 수 있다. 블랙핑크와 마마무는 개별 활동에 주력하는 가운데 그룹 활동은 거의 1~2년에 한 번꼴인 연례 행사에 불과함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녀시대는 사실상 해체와 다름없는 데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건 멤버들끼리는 물론 이전 소속사와도 소통이 활발하다는 증거이다.
또 뉴진스보다 후발 주자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키키, 아일릿, 베이비몬스터, 하츠투하츠, 키스오브라이프, 이즈나, 리센느, 트리플에스, 캣츠아이, 유니스 등이다. 그건 뉴진스가 1년 쉬는 동안 뉴진스를 제외한 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확실한 물증이다.
뉴진스는 이 시점에서 한 번쯤 뒤를 돌아보면서 한숨 쉴 필요성이 절실하다. 동물이 싸우는 이유는 먹이 경쟁 혹은 포식, 번식, 그리고 영역 다툼 등 세 가지이다. 그런데 결국 미 모든 것은 생존 하나로 귀결된다. 먹는 것도, 자신의 DNA를 퍼뜨리는 것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것도 모두 생명 연장을 위함이다.
그러나 인간의 다툼은 조금 다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항상 전쟁을 치러 왔다. 그 목적은 생존이었고, 사실상 그 저변에는 욕심이 깔려 있기도 했다. 가져도, 또 가져도 자족할 수 없는 인간만의 천박한 과욕이다. 그런데 다른 편으로는 명분 다툼도 있어 왔다. 그건 인간이기에 내세울 수 있는 명예로운 분쟁의 이유였다.
서구 사회에는 고대 시대부터 결투 문화가 존재해 왔고, 특히 게르만족 사이에는 페데라는, 나름대로 신사적인 규칙을 적용한 결투 문화가 버젓이 행해졌었다. 중세 때 특히 빈번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 결투의 끝이 커다란 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복수와 명예라는 명분 아래 한시적으로 거행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문화였던 것은 맞는다.
즉 인간은 동물적 본능으로 실속을 챙기려, 더 나아가 과도한 욕심 탓에 싸움을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명예를 지키거나 되찾으려고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렇다면 뉴진스는 현시점에서 실속과 명분 두 가지를 다 따져 보아야 하지는 않을까?
만약 지난해 11월 뉴진스가 전속 계약 무효를 선언했을 무렵부터 독자적인 활동을 펼쳤더라면 지금쯤 뉴진스는 돈방석에 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무리수였음이 드러났다. 1년 전의 열렬했던 팬덤은 이미 상당히 식었다. 향후 1년 안에 활동을 속개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설령 내년 중에 컴백한다고 하더라도 안정된 인기는 오리무중이다.
지금 걸 그룹 판도도 바뀌었는데 1년 뒤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게다가 요지부동의 인기를 자랑하는 '탑 오브 탑'들도 건재하지 않은가! '타도 에스파'를 캐치프레이즈로 출발한 뉴진스는 에스파는커녕 자신들의 후발 주자들에게조차 추월당한 현재의 성적표를 쥐고 있다.
결론적으로 뉴진스는 지난 1년여 동안 실속 면에서 실패했다. 그렇다면 명예나 명분은? 여론을 보면 답은 나온다. 강앤박 변호사는 어도어 측 법률 대리인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경쟁 관계 중 한 축이다. 그런데 왜 어도어 편을 들어 줄까? 편들어 주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회사와 채널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당연히 검증 끝에 진실에 가까운 주장을 하는 게 마땅하다. 뉴진스는 아직 스무 살 전후의, 앞날이 창창한 미래의 자원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을 널리 자랑하고, K-팝을 많이 판매할 애국의 스타이다. 지금 그녀들이 싸워야(경쟁해야) 할 대상은 소속사가 아니라 아이브와 에스파이다.
뉴진스는 뉴진스의 존재의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걸 그룹은 팬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들이 설 곳은 법정이 아니라 무대이다. 그리고 '어른'이라고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제 3년이나 지난 프로페셔널으로서 깨우쳐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뉴진스와 어도어는 많은 돈을 손해 보았고, 현재도 돈뭉치가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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