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포커스] 인이어와 키링의 공통점?…진화하는 실물 앨범의 세계
입력 2025. 11.19. 16:12:00

에스파-코르티스-아일릿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스트리밍 시대로 접어든 지 10년, K팝 앨범은 CD플레이어, 인형, 키링, 미니 MP3 등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며, '듣기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 새로운 범주로 나아가고 있다. 한때 음원을 담기 위한 그릇으로 여겨지던 '앨범'은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담는 매개체가 되었다.

◆ CDP·키링·인이어·싱잉볼까지…K팝 앨범, 어디까지 발전했나?

앨범의 굿즈화 흐름은 2022년 이후 두드러졌다. 샤이니 키가 비디오테이프(VHS), 플로피 디스크, 부클릿 등 다양한 저장매체를 모티브로 한 앨범으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어 에스파가 실제로 작동되는 CDP 버전 앨범을 발매했다. CDP 버전은 1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3차 추가 예약판매까지 진행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후 더욱 다양한 아이템들이 앨범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발매된 NCT 위시 'Steady'는 키링 버전 스마트 앨범으로도 나왔다. '위츄' 인형이라고 불리는 이 키링은 NFC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앨범인 동시에 그룹 세계관을 상징하는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그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은 귀여운 디자인으로 곧장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코르티스는 '노래하는 그릇'으로 불리는 싱잉볼을 앨범 구성품으로 집어넣었다. 멤버들이 집중이 필요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싱잉볼을 자주 쓴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데이식스는 10주년을 맞이해 발매한 정규 4집에서 '인이어 이어폰 버전'을 선보였다. 성진, 영케이, 원필, 도운 네 멤버 별로 다른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특히 원필 버전은 실제로 그가 무대 위에서 착용하는 인이어와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돼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아일릿 역시 미니 3집 '밤(bomb)' 머치(Merch) 버전 앨범에서 인이어 이어폰 버전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직접 인이어 이어폰을 커스텀 할 수 있는 파츠 스티커가 포함돼 DIY의 매력을 더했다.

오는 24일 발매되는 싱글 1집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은 영국 패션 브랜드 '애슐리 윌리엄스(Ashley Williams)’, 국내 스테디 캐릭터 ‘리틀 미미(Little Mimi)’와 협업해 파우치 버전과 키링 체인 인형 버전을 선보일 예정. 이는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기 소진되면서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 '듣는' 앨범에서 '소유하는' 앨범으로…패러다임의 전환

이전에 연예기획사들은 앨범을 팔기 위해 팬사인회, 랜덤 포토카드, 버전 다양화 등의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 구조는 환경오염 논란으로 이어졌다. 포토카드 외 다른 앨범 구성품들은 버려지기 부지기수였기 때문.

그러나 앨범은 연예기획사의 실적을 책임지는 주요 매출원으로,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앨범 판매를 포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올 상반기 기준 하이브와 SM의 음반/음원 매출액은 각각 3650억9100만원, 1643억702만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각각 30.3%, 30.7%를 차지했다.

이에 연예기획사는 일종의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CD가 주가 아닌 굿즈에 주안점을 두고 가격을 높이는 것. 이제는 NFC 기술, QR 코드 등 기술로 아예 CD가 없는 앨범도 낯설지 않아졌다.

실물 앨범의 '굿즈화' 흐름과 관련해 빌리프랩 관계자는 "K-팝 팬들에게 단순히 앨범을 소장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머치 음반을 기획하게 됐다"라며 "아일릿의 리틀 미미' 키링의 경우, 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이 아티스트와 더욱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굿즈화된 실물 앨범을 기획할 때 '실용성'과 '아티스트의 콘셉트' 두 마리 토끼를 다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빌리프랩 관계자는 "실용성 있으면서도 팀의 색깔과 앨범의 메시지와 콘셉트를 반영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라며 "그러면서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지 등 다각적으로 고려한다. (이런 앨범의 경우) 팬들을 넘어 대중에게도 화제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실물 앨범은 '듣는 용도'가 아닌 '소유하기 위한 굿즈'로 자리 잡았다. 스트리밍 시대는 핸드폰 하나로 모든 음악을 다 들을 수 있는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오히려 '소유욕'을 자극했다. 팬들은 일반 리스너와 구별되는 특별함을 가지고 싶다는 새로운 욕망을 품게 되었다.

아티스트의 브랜드 정체성을 응집해 놓은 굿즈형 앨범은 이러한 팬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찰떡이 아닐 수 없다. 일반 앨범보다 비싼 금액 역시 오히려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데 힘을 더하는 요소가 됐다.

실물 앨범이 발전함에 따라 팬들에게도 '앨범 구매' 행위에 다른 의미가 생겼다. 팬사인회를 응모하거나 랜덤 포토카드를 소유하는 것 이상의 가치, 아티스트와의 '연결감'을 사는 행위로 발전한 것.

앨범을 구매하는 행위는 변하지 않았지만, 기저에 작동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M엔터테인먼트, 빅히트 뮤직, 빌리프랩,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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