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포커스] OTT 돌파구 된 ‘숍 인 숍’…비용 줄이고 존재감 키운다
입력 2025. 11.25. 09:00:00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글로벌 OTT 시장의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가운데 새 돌파구로 ‘숍 인 숍(shop in shop)’ 전략에 속속 눈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가입자를 확보한 글로벌 OTT 내부에 브랜드관을 개설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데 드는 서비스 운영·서버·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티빙을 둘러싼 두 건의 대형 파트너십 일본 디즈니+ 입점과 아시아태평양 HBO 맥스 브랜드관 론칭은 이 전략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국내 OTT의 글로벌 사업 전략이 기존의 ‘직접 진출’에서 ‘입점형 확장 모델’로 구조적 전환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아태 진출, ‘직접 서비스’ 대신 글로벌 OTT 안에 ‘가게’ 연다

티빙은 지난 4일 디즈니+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일본 디즈니+ 내 ‘티빙 컬렉션’을 5일부터 선보인다고 밝혔다. 디즈니+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외부 OTT의 브랜드관을 열어주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2024년 기준 약 11조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 최대 OTT 시장이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 현지화 인력, 고객센터, 결제 시스템까지 자체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OTT 업계에서 일본은 비용 부담이 상상을 초월하는 시장이다. 자체 플랫폼을 들고 들어가면 최소 수백억이 든다. 그런데 글로벌 플랫폼 내 브랜드관 방식은 그 리스크를 거의 제거한다”라고 말했다.

티빙은 브랜드관 개설 직후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를 일본·한국·아태 19개국에 동시 공개하며 콘텐츠 공급 속도를 높인다. 디즈니+ 입점 자체가 이미 브랜드 신뢰도를 증명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티빙은 물리적 인프라 없이도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확장할 수 있다.

CJ ENM과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가 앞서 발표한 협력 역시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양사는 HBO 맥스 내 티빙 브랜드관을 아시아태평양 17개국에 론칭하고, 콘텐츠 공동 제작과 유통 확대까지 포괄적으로 협업한다. 내년 초 정식 오픈 예정으로 사실상 티빙이 한 번에 아시아 전역에 ‘입점’하는 구조다.



‘숍 인 숍’이 뜨는 이유

숍 인 숍 전략이 급부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 대비 효과 극대화다.

해외에서 자체 OTT를 운영하려면 서버 비용, 결제 시스템 연동, 24시간 고객센터, 현지 마케팅, 규제 대응 등 최소 수천억 원대 고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OTT 안에 브랜드관을 설치하는 경우, 이 비용의 90%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또한 글로벌 OTT의 기존 가입자 기반을 바로 활용할 수 있어 인지도 상승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디즈니+나 HBO 맥스처럼 수백만, 수천만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에 입점하면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눈에 띄는 노출’이 자동으로 확보된다.

한 관계자는 “OTT가 해외에서 실패하는 패턴은 거의 같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수익이 바로 안 난다는 것”이라며 “숍 인 숍은 고질적인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특성은 K-콘테츠의 글로벌 확장에도 최적화돼 있다. 한국 콘텐츠는 이미 해외에서 높은 수요를 확보했지만 플랫폼 자체는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 많았다. 숍 인 숍이 콘텐츠 인지도와 플랫폼 인지도 간의 간극을 빠르게 메운다는 분석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 공동 제작과 브랜드관 확장의 이중 전략

CJ ENM과 WBD의 협력은 숍 인 숍 전략에 더해 공동 제작을 통한 글로벌 유통 확대까지 결합했다. 양사는 시리즈·예능·영화 등 장르 전반에서 공동 기획·제작을 추진하며 완성된 콘텐츠는 HBO 맥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된다.

이는 단순 입점을 넘어 K-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과 생산 단계부터 손잡는 구조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즈니+ 역시 K-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자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최근 몇 년간 ‘로컬 라이브러리’ 확보 경쟁을 하고 있는데 한국 콘텐츠는 그중에서도 글로벌 적합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다.

‘숍 인 숍’은 OTT 생존이자 확장 전략

티빙의 연이은 글로벌 파트너십은 국내 OTT 시장의 지형 변화가 글로벌 확장 방식까지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시장 포화, 제작비 부담,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현실 앞에서 숍 인 숍 전략은 누구도 피해가기 어려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숍 인 숍 모델은 결국 글로벌 플랫폼과 K-콘텐츠 플랫폼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구조”라며 “해외 플랫폼에 입점하는 가게 하나가 한국 OTT의 글로벌 입지를 크게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콘텐츠가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안 숍 인 숍은 K-OTT 플랫폼의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글로벌 진출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