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 핵심 질문엔 "기억 안 난다"는 민희진의 책임 떠넘기기[종합]
- 입력 2025. 11.27. 21:32:55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민희진 측과 하이브 측이 풋옵션 청구 소송 세 번째 변론기일에서도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 전 대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이는가하면, 계속되는 양측의 날 선 신경전에 재판장이 제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민희진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민희진과 하이브 간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및 민희진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청구 소송 세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2018년 12월 SM엔터테인먼트 퇴사 후 수 많은 엔터테인먼트의 협업 제안에도 방시혁 의장과 함께한 것에 대해 "방 의장의 엄청난 구애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민 전 대표는 "SM엔터 퇴사 이틀 만에 방 의장에게 연락이 왔다. '희진님이 인간 SM이라고 생각했고 퇴사할 줄 몰랐는데 퇴사하게 돼서 너무 반가웠다. 희진님 같은 인재를 꼭 영입하고 싶었다'라며 엄청난 구애를 했었다"라며 "기존 엔터업계에 대한 불신, 비판 기조로 업을 쇄신해 보고 싶다, 새롭게 나가보고 싶다, 걸그룹 하고 싶은데 민희진이 필요하다. 글램이 심하게 망했기 때문에 희진님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했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함께 식사하던 자리에서 우연히 부모님께 전화가 왔는데 부모님과 통화할 정도로 거의 무릎 꿇는 상황이라서 제 입장에선 이렇게 날 믿어주고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여기가 괜찮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시혁님의 의지가 나빠보이지 않고, 내가 내 회사를 차릴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서포트를 해주고 무한의 지원을 해준다라고 하는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저를 간섭한다면 이 회사와 일 못한다. 저를 내버려두면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이야기 했었다"라고 설명했다.
민 전 대표는 방 의장이 쏘스뮤직 소상진 대표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민 전 대표는 입사 초기부터 독자 레이블 설립을 원한다고 밝혔으나, 방 의장은 쏘스뮤직 소속 연습생 활용을 이유로 쏘스뮤직과의 협업을 요구했다며 방 의장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민 전 대표는 "입사하기 전 걸그룹 만들자고 했을 때 저는 제가 주도하는 걸그룹이라고 생각했었다. 입사하고 나서 시혁님이 제안한건 쏘스뮤직 레이블을 샀는데 제작능력이 없다면서 저한테 다이렉트로 소상진 대표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 했었다"라며 "나는 다른 레이블보다 내 레이블로 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그걸로 실갱이가 있었다. 방 의장은 '쏘스뮤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3자 코웍(협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라고 밝혔다. 방 의장이 제안한 '3자 협업'은 방 의장이 음악, 민 전 대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쏘스뮤직이 매니지먼트를 맡는 구조다.
또한 하이브 측이 사쿠라, 김채원 등이 포함된 쏘스뮤직의 차기 걸그룹(르세라핌)을 민 전 대표가 준비하던 팀(뉴진스)보다 먼저 데뷔시켜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당시 하이브 대표는 민 전 대표에게 "민희진 걸그룹으로 홍보했던 팀을 쏘스뮤직 차기 팀으로 데뷔시켜야 한다"고 전했고, 민 전 대표는 "이건 대중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고 나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회사가 양아치처럼 느껴졌다. 몇 년 동안 날 속인거다. 내가 하이브 상장의 재물이었구나, 이 사람은 상장을 위해 내가 필요했던 거구나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민 전 대표는 뉴진스 데뷔 초부터 하이브의 견제가 심했으며 "하이브 홍보팀은 뉴진스의 성적을 제대로 홍보해 주지 않았고, 광고팀은 오히려 뉴진스에게 들어오는 광고를 다른 레이블로 돌리려 했다"고 했다. 이어 "박지원이 르세라핌이 민희진이 하는 것처럼 헷갈리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 두달 정도 참았다. '유퀴즈' 출연 제의를 받고 거절했었는데, 뉴진스 홍보를 못 하게 돼서 직접 '유퀴즈' 작가에게 전화해서 일부러 출연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진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아일릿도 언급됐다. 민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뉴진스 부모들과 만난 것에 대해 "아일릿과 너무 유사한 느낌이라고 연락이 먼저 오셨다. 뉴진스 성적이 홍보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같은 회사에서 카피 당했다는 자체가 멸시라고 느꼈다. 본인이 날 오퍼한 이유가 내 것을 마음껏 베끼기 위해서였나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이어진 하이브 측 반대신문에서 하이브 측이'프로젝트 1945' 문건을 제시하며 "민 전 대표의 지시로 작성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민 전 대표는 "해당 문건은 이 전 부대표가 개인 노트북에 끄적거린 메모일 뿐이다. 하이브는 나와 이 전 부대표를 동일시하지만, 직원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메모까지 내가 알 수는 없다. 지난해 가처분 소송 때 해당 문건을 처음 봤다"라고 반박했다.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든다"는 발언에 대해선 "앞뒤 맥락을 자른 악의적 왜곡"이라며 "내 풋옵션 대금이 어도어의 영업이익에 비례하는데,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일부러 회사 가치를 떨어뜨려 내 돈을 깎아먹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지는 증인 신문에서 이 부대표가 민 전 대표에게 어도어 지분의 0.3%, 약 30억원을 댓가로 받기로 한 증거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민 전 대표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은 협박당해서 한 말"이라며 "이 전 부대표가 희진님에게 변심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소재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서 모씨의 주선으로 싱가포르투자청 등 투자자를 만난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대해선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은 서 모씨는 민 전 대표와 이 부대표에게 ‘프로젝트 1945’문서를 전달 받아 검토 의견을 주고,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주주간계약서도 검토해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신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밖에도 민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이던 시절 그의 지시 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부대표로서 재직했던 직급이 명백히 사실로 확인되고, 적지 않은 액수의 댓가를 약속한 증거들이 추가로 제시됐다. 민 전 대표가 이모 전 부대표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보이며 사실상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난 카카오톡 대화를 제시했을 때도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했다.
외부 투자자 접촉 의혹에 대해서는 "현실성 없는 망상"이라고 부정하며,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쥐고 있는 대주주인데, 지분 18%에 불과한 내가 무슨 수로 경영권을 찬탈하고 회사를 매각한다는 말이냐"며 "모든 지분 매각은 하이브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는 가운데, 재판부는 12월 18일을 끝으로 변론 절차를 종결할 예정이다.
한편, 민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초 하이브에 어도어 주식에 대한 풋옵션 행사 의사를 통보했다. 같은 날 신모 전 어도어 부대표와 김모 전 이사도 동일한 의사를 밝혔다. 풋옵션은 일정 조건 충족 시 주주가 보유 주식을 사전에 정해진 가격에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가 체결한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풋옵션 행사 시 어도어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의 13배에 자신이 보유한 지분율의 75%를 곱한 금액을 하이브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다.
민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통보한 기준연도는 2022~2023년이다. 해당 기간 어도어는 2022년 40억 원 영업손실, 2023년 335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민 전 대표가 풋옵션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6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2024년 7월 '뉴진스 빼가기' '경영권 친탈 시도'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이 시점에 이미 계약이 해지됐으므로 풋옵션 행사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 전 대표는 계약이 해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풋옵션을 행사했으므로 대금 청구권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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