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포커스]‘골때녀’ 열풍 속 2030 여성 풋살 급증…부상 경각심은 실종
- 입력 2025. 12.01. 07: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풋살이 새로운 취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여성 전용 팀에 가입하거나 직장인·동호인 리그에 참여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 주말이면 풋살장이 북적이는 풍경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풋살을 취미로 시작했다가 스포츠 의류 사업까지 하게 된 20대 A씨는 “운동을 원래 좋아했는데 지인들의 추천을 계기로 풋살을 접하게 됐다. ‘골때녀’의 영향도 컸다. 팀워크를 맞춰 뛰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에 비해 여성 풋살 인구가 크게 늘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2030 여성 풋살팀을 운영 중인 30대 B씨 역시 “‘골때녀’ 첫 방송 즈음 풋살을 시작했다가 팀을 창단해 운영하게 됐다”며 “전국적으로 여성 팀이 정말 많이 늘었고, 직장 내 여성 풋살팀도 계속 생기는 추세다. 여성 아마추어 대회도 각종 지역에서 활발히 열리고 있으며, 수준별 전문 코칭을 받을 수 있는 여성 전용 클래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구·도봉구에서 성인 아마추어 축구·풋살 클래스를 운영하는 SF.FC 지용범 감독은 최근 여성 전용 클래스를 추가했다. 그는 “대부분이 축구·풋살을 처음 접하는 20~30대 여성 입문자들이다. 남성 초보자에 비해 공을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아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기본기에서 나쁜 습관이 없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 ‘풋살 붐’ 이면의 부상 위험… “기초 체력·근력 준비 부족”
빠르게 늘어나는 여성 풋살 인구와 달리, 전문적인 트레이닝 체계와 부상 예방 교육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입문자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아카데미나 클래스에 참여하더라도, 실전 기술 위주의 수업이 많아 기초 체력·근력·유연성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풋살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30대 인플루언서 C씨는 “풋살은 작은 부상부터 큰 부상까지 자주 발생한다. 스트레칭 부족, 피로 누적, 경기 중 충돌, 몸풀기 중의 돌발 부상 등 원인도 다양하다”며 “저도 운동량 증가로 무릎과 인대 사이에 피가 고이거나, 스트레칭 소홀로 피로골절을 겪기도 했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
풋살 대회 중 큰 부상을 당해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은 20대 D씨는 “여성끼리 한다고 해서 운동 강도나 부상 위험이 낮은 게 아니다”라며 “입문자들에게 부상의 위험성과 예방 운동을 더 강조해주었으면 좋겠다. 준비 운동·스트레칭뿐 아니라 기본 근력 보강 루틴도 반드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은 “여성 풋살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기초 체력 준비 없이 바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하체와 코어 근력 부족은 발목·무릎·햄스트링 등 다양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직장인 여성의 경우 부상이 곧 본업에 지장을 주는 현실적 문제가 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흔한 발목 염좌부터 무릎 인대 손상, 허리 통증 등은 회복에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 있다.
김화수 스포츠 재활 트레이너는 “최근 풋살로 다쳐 찾아오는 여성 환자가 30~40% 증가했다”며 “발목 인대 염좌, 전방십자인대 손상, 슬개대퇴 통증증후군이 가장 흔하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은 구조적으로 골반이 넓어 ‘Q-angle(큐 앵글)’이 큰 편인데, 이는 무릎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방향 전환이나 급가속·급감속 동작에서 부상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입문자 필수 기초 루틴’
김화수 트레이너는 풋살 입문자라면 경기 전후로 반드시 기본 루틴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응 능력을 높이는 코디네이션 훈련과 짧은 시간 안에 반응하는 순발력 운동 같은 보강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또 “몸을 완전히 깨워 긴장도를 높여주는 동적 스트레칭을 경기 전에 충분히 시행해야 갑작스러운 움직임에도 다칠 위험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방향을 바꾸는 동작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풋살 특성상 좁은 공간에서 빠르고 잦은 스텝 변화가 많은 만큼, 이러한 움직임 패턴을 미리 연습해 신체가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해당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 실전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어 부상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부상이 있다면 재활을 꾸준히 해야 하며,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짧게 나눠서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처럼 일상 속에서 재활을 병행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과감히 휴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라고 조언했다.
◆인프라 부족도 해결 과제
여성 풋살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즐기는 문화’를 넘어 안전하게, 그리고 오래 즐길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플루언서 C씨는 “서울은 특히 풋살장이 부족해 이동 시간이 길고, 오래된 구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며 “노후된 잔디나 불안정한 바닥 탓에 다칠 위험도 있다. 여성 풋살 참여자가 늘고 있는 만큼, 지역별로 접근성 높은 안전한 구장과 인프라가 확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SF.FC 지용범 감독도 풋살장 시설 관리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풋살장이 산 중턱이나 외곽 지역에 덩그러니 자리한 경우가 많은데, 남녀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화장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다”며 “시설이 좋지 않다 보니 이용자들도 대충 사용하게 되고, 특히 여성들은 이런 환경 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탈의실까지는 바라기 어렵다 해도, 화장실만 깨끗하게 관리된다면 그 안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위생 환경만큼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SBS 제공,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