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포커스] 단순 장르 넘어 서사로…2025 대학로 록뮤지컬의 부상
입력 2025. 12.01. 07:00:00

'보이스 오브 햄릿'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올해 대학로 공연장은 작은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라이브 밴드가 어우러진 공연 속에서 관객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앵콜까지 즐기는 모습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공연계에는 록 뮤지컬이 강세를 보였다.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마하고니', '백작', '트레드밀', '쉐도우' 등을 비롯해 현재 공연 중인 '후크'와 '트루스토리', 그리고 개막을 앞둔 '트레이스 유'와 '이터니티'까지, 대학로 곳곳이 록 넘버로 채워지고 있다.

물론 록 뮤지컬이 사랑받은건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올해 공연된 작품 중 다수가 재연 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록 뮤지컬은 이미 여러 차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장르다. 그럼에도 올해는 유독 다양한 극장에서 록 뮤지컬이 연이어 등장하며 잔잔한 '열풍'의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왜 다시 록 사운드에 열광하는 걸까.



◆ '라이브'의 힘, 관객 참여로 확장되다

먼저 관객들이 공통으로 꼽는 이유는 '현장감'이었다. 관객 A씨는 "라이브 밴드와 함께한다는 점이 좋았다"며 "평소에도 밴드 노래를 즐겨듣기 때문에 그런 현장감이 뮤지컬에 합쳐졌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록 뮤지컬 관람 이유를 밝혔다. 관객 B씨 역시 "록 뮤지컬은 기존 배우들이 사용하는 핀 마이크 대신 핸드 마이크를 사용해 음향 등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며 "라이브 밴드와 진행해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공감했다.

특히 최근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 앵콜을 이어가는 록 뮤지컬도 다수 볼 수 있다. '백작', '트루스토리' 등 공연에서는 공식 MD로 앵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원봉을 판매하기도 했다. A씨와 B씨 모두 공연장에서 응원봉을 구입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앵콜에서 응원봉을 들고 배우와 관객들이 같이 뛰고 놀 수 있는 게 좋았다"며 객석과 무대의 소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관객 C씨는 이와 같은 앵콜과 관련해 "극의 결말, 분위기와 상관없이 다같이 노래를 즐기는 앵콜 자체의 여운 또한 짙어서 해당 작품에 대한 이미지가 싱어롱의 이미지로 남는 경우가 강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는 결국 라이브 사운드에서 비롯된 현장감이 자연스럽게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공연의 전체적인 에너지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단순히 무대를 '보는' 경험을 넘어,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상호작용은 록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장르가 아닌 서사가 된 '록 뮤지컬'

또 다른 이유는 록 사운드가 특정 서사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드는 기능에 있다. 몇몇 작품에서 록은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극의 주제와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장치로 작동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작품 중 '이터니티'를 꼽을 수 있다. '이터니티'는 1960년대 전설적인 글램록 스타 '블루닷'과 현재의 스타 지망생 '카이퍼', 그리고 두 세계를 잇는 신비로운 존재 '머머'를 통해 외로움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이터니티' 측은 글램록 장르를 택한 것에 대해 "글램록은 단순한 음악적 스타일을 넘어, 작품의 주제인 '시간'과 '기억'을 관통하는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극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블루닷'은 한때 찬란했지만 지금은 잊힌 과거의 스타다. 작품이 '언젠가 분명 반짝였지만 이제는 빛바랜 과거가 되어버린 노래, 그 시간 자체'에 집중했기에 글램록 사운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가 된다. 지나가 버린 과거의 영광을 청각적으로 소환함으로써,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존재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 장르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터니티'에서는 글램록이 과거와 현재, 시간의 흐름이라는 작품의 핵심 개념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소재가 됐고, 자연스럽게 '이터니티'의 서사 구조와 감정선을 강화하기 위해 '록 뮤지컬' 형식을 택하게 것이다.

최근 성료한 뮤지컬 '트루스토리'도 작품의 서사에 록이 사용된 케이스다. '트루스토리'에서는 극 중 캐릭터들이 국립공원 유력 후보지 선정 기념 축제의 초청 아티스트인 '콜링 스톤즈'를 막고 대신 무대에 선다.

화려한 축제 뒤의 상황을 알게 된 주인공들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는 설정은 기존 공연을 막고 자신들이 대신 무대에서 노래하는 세 주인공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이들의 선택을 관객이 납득하게 만드는 동력을 무대로 표현하면서 록은 주인공들의 행동과 서사적 전환을 끌어내는 필수적인 장치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최근 대학로에서 등장한 록 뮤지컬들은 단순히 유행을 따른 장르적 실험으로 보기는 어렵다. 각 작품의 서사, 주제, 캐릭터의 정서에 꼭 맞는 음악적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록 뮤지컬의 증가'는 작품 다양성이 확장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 록 사운드가 여는 대학로의 미래

결국 록 뮤지컬의 연이은 등장은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공연계가 관객의 참여 방식과 서사 전달 방식 모두에서 새로운 지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된다. 관객은 무대의 에너지를 체감하며 작품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고, 창작진들은 이를 토대로 장르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

향후 대학로 무대에서 록 사운드를 활용한 시도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록이 단순 장르를 넘어 극의 구조와 메시지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난 만큼, 창작진들은 음악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실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관객은 자신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현장감을 선호하면서, 극장 안에서의 참여 방식도 다양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의 흐름은 단순한 록 뮤지컬 열풍을 넘어 새로운 공연 형식의 등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모셔널씨어터, 아떼오드·엠제이스타피시 ,알앤디웍스,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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