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포커스] 대한민국은 사랑 중독…'K연애 예능' 이젠 피로감만 남았다?
입력 2025. 12.01. 07:00:00

연애프로그램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나는 솔로' 등이 히트하면서 어느새 연애 예능은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그러나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도파민만을 추구하고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방송가에서는는 매일 연애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매주 수요일 방송하는 '나는 솔로'는 목요일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금요일 '지지고 볶는 여행' 등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기획해 공격적으로 세계관을 넓혀가고 있다.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환승연애' 시리즈는 리뷰 콘텐츠 시청까지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으며 화제성을 긁어모으고 있다.

이 밖에도 모태솔로들의 연애를 지켜보는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남매끼리 출연해 연애 상대를 찾는 '연애남매', 결혼정보회사 시스템을 도입한 대규모 연애 서바이벌 '커플 팰리스' 연예인 자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내 새끼의 연애' 등 다양한 콘셉트의 연애 예능이 등장했으며, 시즌제로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역시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SBS는 무속인들의 연애 리얼리티 '신들린 연애', MBC는 동창 간의 연애 프로그램 '솔로 동창회 학연'을 선보인 바 있으며, KBS2는 연상연하 연애 리얼리티 '누난 내게 여자야'를 방송하고 있다.

심지어는 기존 프로그램에서도 러브라인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미운 우리 새끼' '조선의 사랑꾼' '오래된 만남 추구'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의 소개팅 장면을 삽입해 핑크빛 분위기를 풍겼다.

연애 예능의 인기에는 '대리만족'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는 업계 관계자 A씨는 "일상이 타이트해 연애와 거리가 있을 때, 타인의 연애를 보며 도파민과 만족감을 채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특정 출연자에게 몰입한다기보다는, 상황 자체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 크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연애 프로그램의 범람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즌제로 이어지는 방송에 시청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사실 이러한 피로도는 구조상 불가피한 요소다. 시즌이 계속되면서 시청자들은 패턴을 읽게 되고, 제작진은 예측 가능함 속에서 새롭고 극적인 순간을 위해 장치가 추가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억지 요소는 다시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안기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시즌이 바뀌면서 제작진이 변경될 경우, 껍데기만 똑같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원하는 본질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리스크도 작용한다.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출연진들이 유명세를 얻으면서 인플루언서를 희망하는 이들이 출연자로 대거 출연하면서 연애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의문을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학교 폭력, 사기, 범죄 등이 검증되지 않은 출연자의 논란이 반복되면서 몰입을 깨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A씨는 "피로감의 원인은 결국 진정성 결여에 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피로감을 느낀다. 연애 예능이 인플루언서의 데뷔 무대로 소비되지 않도록 제작진의 검수 과정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 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가 출연진의 외모 스펙과 관계없이 사랑받았던 이유 역시 진정성에 있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최근에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다루는 제작진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기리에 방송 중인 '환승연애4'의 경우 자극적인 장면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며 특정 출연자를 밉상으로 보이게 만들어 출연자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씨는 "출연자들은 기본적으로 일반인인 만큼 지켜줘야 할 영역이 분명하다. 방송 경험이 적어 카메라 앞에서 돌발 행동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이런 부분은 연출진이 보호해 줘야 한다. 촬영이 끝나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프로그램 속 모습은 그대로 '박제'된다. 이 지점을 지켜주지 않으면 시청자 입장에서도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연예인과 다르다는 부분을 더 조심해야 하는데, 제작진은 오히려 가이드라인이 덜 빡빡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제작진이 일반인이라는 점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더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더 강하게 생겨야 할 듯싶다. 이대로면 지금처럼 간단한 이슈가 아니라 범죄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충분히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피로도가 쌓이면서 시청자들은 연애예능의 본질에 집중한 콘텐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때때때'를 통해 공개 중인 '72시간 소개팅'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남녀가 72시간 동안 낯선 해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유병재 매니저로 이름을 알린 블랙 페이퍼 유규선 대표가 기획한 콘텐츠다.

'때때때' 채널의 구독자는 9만 명에 그치지만, 조회수는 수십만에 이른다. 가장 인기를 끈 삿포로 편의 1부는 조회수 119만 회를 넘어섰다.

'72시간 소개팅'은 낯선 이와 낯선 곳에서 온전히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 외에 특별한 장치나 감정을 극에 달하게 만드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순수하게 출연자들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72시간 소개팅'에 환호하고 있다.

도파민은 보상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 기대보다 큰 보상이 주어질 경우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 반대의 경우 도파민 뉴런의 활동은 감소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더 즉각적이고 큰 자극을 쫓게 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도파민 중독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보상 회로가 과부하에 걸리면 뇌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도파민 분비를 억제하거나 자극적인 행동을 회피한다. 지나친 자극에 피로를 느끼며 잔잔한 콘텐츠로 눈을 돌리는 시청자들이 증가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무자극이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다. 연애 예능,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환승연애4' '나는 솔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하트시그널' '내 새끼의 연애' 포스터, 유튜브 채널 '때때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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