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크고 더 섬세하게" 한국인 창작자 3인이 밝힌 '주토피아 2' 비하인드[인터뷰]
- 입력 2025. 12.02. 12:27:34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가 전 세계적인 흥행 열기를 이어가며 한국에서도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작품의 성공과 함께 주목받는 인물들이 있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창작자들, 이현민 애니메이터·최영재 애니메이터·이숙희 세트 익스텐션 슈퍼바이저가 그들이다.
주토피아 2
세 사람은 2일 진행된 화상 기자 간담회에서 ‘주토피아 2’ 제작의 뒷이야기와 캐릭터, 세계관 확장에 담긴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주토피아 2’는 다시 돌아온 ‘주토피아’ 최고의 콤비 ‘주디’와 ‘닉’이 도시를 뒤흔든 정체불명의 뱀 ‘게리’를 쫓아,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며 위험천만한 사건을 수사하는 짜릿한 추적 어드벤처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영화 '주토피아 2'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익 5억 5,640만 달러(한화 약 8,179억 6,364만 원)를 돌파하며 2025년 글로벌 오프닝 흥행 1위에 등극했다. 이는 '모아나 2',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겨울왕국 2' 등 역대 흥행작들을 모두 제치고 애니메이션 글로벌 오프닝 1위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그 의의를 더하고 있다.
또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이어 역대 글로벌 오프닝 흥행 4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며 이번 작품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이러한 흥행 열기에 힘입어 '주토피아 2'는 개봉 5일 만에 2025년 전 세계 흥행 TOP 10위에 진입하는 등 올겨울 최고 기대작다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가족을 키우는 마음과 비슷하다”고 표현하며, 관객의 호응이 크다는 소식에 남다른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는 “캐릭터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작업했다”며 “관객들이 그 노력과 감정을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숙희 세트 익스텐션 슈퍼바이저 역시 관객 반응을 직접 접하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작품을 보며 배경에 대한 반응을 확인했을 때 감동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풍경과 공간들이 관객들로부터 관심과 칭찬을 받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뜻깊은 경험”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경도 드러냈다. “눈, 진흙, 물 등 디테일 하나하나에 혼신을 쏟는 동료들을 보며 ‘역시 디즈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주토피아2'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흥행 이유에 대해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이 서로 충돌하고, 또 보완하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에서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는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백 명의 아티스트가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보완하며 작업한다는 점도 영화 속 메시지와 닿아 있다”고 전했다.
'주토피아' 시리즈는 1편 이후 10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주디와 닉을 중심으로 익숙한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해 반가움과 새로운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1편 이후 10년이 흐른 뒤 다시 주디를 작업하게 된 소감에 대해 “시간이 흘렀어도 캐릭터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무엇보다도 1편과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2편에서 새롭게 맞이하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 역시 “각각의 동물적 특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애니메이터들이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파충류 캐릭터들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파충류 캐릭터 ‘뱀 게리’ 캐릭터를 예로 들며 “팔·다리가 없는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얼굴, 꼬리, 몸통의 미묘한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와 고민이 필요했다"고 했다.
시즌2를 작업할 때 가장 크게 느꼈던 변화는 무엇일까. 세 사람은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의 기술 발전과 관객 소비 방식의 변화도 언급했다. 스트리밍 시대에 관객이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되면서 “프레임 하나하나의 디테일에 더욱 신경 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토피아 2'는 전편보다 훨씬 더 넓어진 세계를 보여준다.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감독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주토피아’의 더 확장된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의 팀이 집중한 환경에는 영화 초반 추격 신을 위한 ‘주토피아’ 도시 확장, 새로운 ‘습지 마켓(Marsh Market)’, ‘허니문 산장(Honeymoon Lodge)’, 그리고 ‘툰드라 타운’과 사막 지역의 확장이 포함된다.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1편보다 더욱 크고 화려한 세계’를 원했다”며 “주토피아의 기존 도시를 확장하는 동시에, 습지 마켓, 허니문 산장, 툰드라 타운 등 전혀 새로운 공간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공간을 보여주면서도 '이 곳 모두가 주토피아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주토피아의 아이코닉한 빌딩 등을 곳곳에 배치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신이 가장 애정을 쏟은 공간으로 ‘습지 마켓’을 꼽았다. “가장 먼저 페인팅 작업을 시작한 공간이기도 하고, 생태계 리서치도 많이 했던 곳”이라며 “주토피아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주토피아 2'의 인기의 중심에는 메인 캐릭터 주디와 닉이 있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주디의 매력 포인트를 질문받자 “귀여운 외형 속에 담긴 용기, 세련됨, 똑똑함의 조화”라고 답했다. “주디는 눈·코·입의 오밀조밀한 디테일을 많이 신경 쓴 캐릭터”라며 “귀여움과 강단 있는 면모가 동시에 드러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닉의 능청스러움과 여유, 주디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만나 독특한 케미를 만든다”며 “표정의 미세한 움직임, 코의 실룩임, 얼굴 골격 변화까지 섬세하게 조절하며 ‘보고 또 보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주디와 닉이 커플로 연결 될 수 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질문에 대해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웃으며 “제가 생각하는 것과 회사의 방향이 다를 수 있다”며 “장편이 또 만들어진다면 두 사람의 색다른 케미가 이어지면 좋겠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여지를 남겼다.
전 세계에서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토피아 2’ 제작에 참여한 한국인 창작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더욱 실감하고 있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최근 글로벌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을 예로 들며 “주토피아2 작업 당시에도 동료 애니메이터들이 먼저 ‘케데헌 봤냐’고 묻고,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며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를 직접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25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한국인인지 묻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며 “요즘엔 우버 택시만 타도 ‘한국인이냐’고 먼저 물어보고, 아이들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한국이라는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고 반가워해준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가 관심을 갖는 만큼, 한국의 좋은 모습과 한국인 아티스트들의 역량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숙희 세트 익스텐션 슈퍼바이저 역시 업계 내 한국 창작자의 증가를 자연스럽게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한국인이 거의 없던 시절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리 회사만 봐도 거의 모든 부서에 최소 1명씩 한국인이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토피아 2'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