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이순재·김지미 이어 ‘영원한 아그네스’ 윤석화도 떠났다 [셀럽이슈]
- 입력 2025. 12.19. 11:07:58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한국 연극·영화계를 지탱해온 거목들의 이별이 이어지고 있다. 현역 최고령 배우로 무대에 섰던 이순재,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불린 원로 배우 김지미에 이어 ‘영원한 아그네스’로 기억되는 배우 윤석화까지 세상을 떠나며 문화예술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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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는 19일 오전 9시 50분께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향년 69세. 고인은 악성 뇌종양 투병 끝에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이후,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다. 특히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서 보여준 강렬한 존재감은 그의 이름 앞에 ‘영원한 아그네스’라는 수식어를 남겼다. 이후에도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굵직한 작품을 통해 무대 위에서 인간 내면의 고통과 존엄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연극계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연극에 국한되지 않았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와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연기뿐 아니라, 제작과 연출에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2002년 대학로에 소극장 ‘정미소’를 개관해 ‘19 그리고 80’ ‘위트’ 등을 선보이며 창작 환경 확장에도 힘을 보탰다.
윤석화의 마지막 무대는 투병 중에도 이어진 연극에 대한 애정이었다. 2022년 ‘햄릿’ 공연 도중 연극 출장지에서 쓰러진 뒤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수술과 치료를 이어갔다. 이후 2023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토카타’에 약 5분간 우정 출연하며 관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몸은 쇠약했지만 무대를 향한 열정만큼은 끝까지 꺼지지 않았다.
앞서 한국 연극·방송사의 산증인이었던 이순재는 지난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오가며 70년 가까이 활동한 그는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현역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며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김지미 역시 최근 향년 8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50~90년대를 아우르며 700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한 그는 배우이자, 제작자로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짧은 기간 잇따른 원로·중견 배우들의 별세는 한국 공연예술계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인간의 삶을 연기해온 이들의 발자취는 작품과 기억 속에 오래 남아 관객과 함께 숨 쉬게 될 전망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