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작 설 자리 없어"…허지웅·황석희, '대홍수' 혹평 사태에 입 열었다[셀럽이슈]
- 입력 2025. 12.24. 10:22:51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작가 허지웅에 이어 번역가 황석희도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혹평 세례에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대홍수'
황석희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영화 커뮤니티는 '대홍수' 평으로 시끌벅적하다. 내가 신뢰하는 주변인들 평을 보자면 대단한 수작은 아니어도 평작 수준. 감탄할 건 아니지만 재밌게 볼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라며 "몇 년 전부터 느끼는데 관객들 평이 점점 짜다. 그리고 평의 염도에 비례해 표현이 과격해진다"고 적었다.
이어 "'망작이다', '졸작이다', '후졌다', '거지 같다', '쓰레기다' 등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엄청 아픈 말이긴 해도 여기까진 그러려니. 악평이야 익숙하니까. 그리고 평은 관객의 권리니까"라면서도 "그런데 대게 저런 평 뒤에 가장 싫은 사족이 붙는다. '죽어도 보지 마라', '돈 버린다', '이딴 영화사는 망해야 한다', '이딴 영화를 수입한 영화사는 그냥 망해라', '감독은 차기작이 없길 바란다' 등 싫으면 싫은 거지 이럴 필요가 있나. 자기표현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지 남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석희는 "요즘 영화는 대체로 후지다고들 하지만, 만듦새를 보자면 졸작, 평작, 수작의 비율은 아마 과거에 비해 지금이 나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수작들만을 기억하니까 요즘 세상에만 망작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라면서 "관객의 눈높이는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는데 프로덕션은 그 눈높이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현실적으로 모든 영화가 수작일 순 없는데 영화 평이 지천에 널린 요즘은 애초에 수작만을 골라보려 하니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100편 중 졸작을 포함해 평작이 6~80편은 될 텐데 수작만을 고르는 세상이니 볼 영화가 없다. 이제 평작은 설 땅이 없다"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황석희는 "'대홍수' 평들을 보고 있으면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일 일인가 싶다"며 "호평이든, 혹평이든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선의 평을 보고 싶다. 저주가 아니라 그 글을 쓴 사람의 취향을 듣고 싶다"고 한탄했다.
황석희에 앞서 허지웅도 SNS를 통해 이번 혹평 사태와 관련해 의견을 전했다. 허지웅은 '대홍수'를 언급하며 "의견이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정말 X까고 있다 생각한다.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체감할 수 있는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는 시대"라며 "시작하자마자 관객의 도파민을 충족하지 못하는 컨텐츠는 외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홍수'가 그렇게까지 매도되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도파민을 시기 적절한 시점에 치솟게 만들지 못하는 컨텐츠를 저주한다. 더불어 권리라고 생각한다. 저주를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는 최소한의 논리를 갖추어야 한다"라며 "배달 플랫폼에서 '우리 애기가 먹어야 하는데 내 기대와 달랐으니 너 X새끼는 장사를 접어'는 식의 리뷰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허지웅은 창작자들에게도 "그들은 당신에게 밥숟갈을 놓으라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하지만 니가 고민한 시간의 천분의 일도 쓰지 않았다. 그러니 힘을 내라"며 "복수 심리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윤제균식 기획 영화를 만드는 데 영혼을 팔지 마라. 당신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언젠가 칭찬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혹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대홍수'는 글로벌 시청 지표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대홍수'는 279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정상에 올랐다. 93개국에서 10위권에 진입했으며, 그중 대한민국, 스페인, 브라질, 카타르, 태국을 비롯한 54개국에선 1위를 차지했다.
허지웅과 황석희의 질문은 작품의 완성도를 두둔하기보다는, 평작조차 설 자리를 잃은 지금의 관람 문화를 향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비평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분노를 소비하고 있는지, 그 경계를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