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희진과 김건희, 무속인과 '주사 이모'
- 입력 2025. 12.24. 11:19:22
- [유진모 칼럼] 12월 한 달 동안 연예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박나래 사건일 것이다. 연일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폭로가 쏟아지는 가운데 '주사 이모'라는 인물의 불법 의료 행위 의혹이 일파만파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연예계 최고의 뉴스는 무엇일까? 다수의 매체는 뉴진스 사태를 손꼽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자리한다.
민희진
결국 올 한 해는 무속인과 '주사 이모'로 갈무리되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손바닥에 '王'자를 새기고 등장하는가 하면 그의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당선 이후 내내 논란을 일으킨 그의 아내 김건희를 둘러싼 논란과 그녀의 배후에 건진법사 등의 무속인이 있었다는 소문과 진실 등을 지적하지 않고는 올 한 해의 사건과 사고를 거론하기 힘들다.
민희진 현재 오케이 레코즈 대표 역시 어도어 대표 시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일일이 무속인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주변의 증언과 증거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토록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무속인과 무면허 의사 등에게 전격적으로 의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으로써 그들이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이고, 얼마일까?
먼저 종교. 신은 존재할까, 그렇지 아니할까? 이는 '신이란 과연 무엇일까?'부터 시작하는 게 옳을 듯하다. 즉 신은 종교인들이 주장하는 절대적 존재자라기보다 자연의 섭리, 우주의 정기, 막연히 믿는 운명론 등 관념론적으로 보는 게 옳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단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신은 인류가 존재한 뒤 인류가 만들었다는 절대적인 팩트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신과 종교를 만들었을까? 사람은 동물의 한 종이되 다른 동물과 달랐다. 인간은 가족과 친구의 죽음을 슬퍼할 줄 알았고, 그래서 장례식을 치러 주었으며,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서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 연장자, 즉 리더는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내세와 믿음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왕권신수설이다. 그 자신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친 뒤 부족 구성원들의 공포를 극복해 줌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 죽음 뒤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그래서 자신을 부족장의 자리에 앉혔다고 주장했다. 오랜 경험으로 인해 가뭄과 장마 등을 계산해 예언을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종교가 하나가 아니고,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신도 수없이 많이 생산된 게 바로 그런 이유이다. 물론 종교는 장점이 매우 많은 문화적 믿음이다. 전술했다시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쳐 줄 뿐만 아니라 부족함이 많은 인간을 선하게, 매우 도덕적으로 이끌어 준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의 교리를 보라. 이런 도덕의 경전이 또 있을까!
그러나 그런 정통 종교로부터 파생된 이단을 비롯해 각종 사이비 종교는 교주 등 지도층의 이익과 성욕 등을 위해 교묘하게 조작된 것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다. 각 나라의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 표를 잃지 않기 위해 그것을 심하게 탄압하지 않고 도리어 각종 혜택까지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연 종교가 우선인가, 다수의 국민의 권익이 우선인가?
인간은 나약하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의사보다 예언가로 더 유명한 것은 그런 연유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무속인을 찾는 이유는 미래가 궁금해서, 그래서 미래를 성공적으로 바꾸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대화의 90%는 과거에 대한 내용이기 일쑤이다. 그것은 무속인이 자신의 내일이나 모레조차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윤석열과 김건희와 친한 무속인들이 정말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녔다면 윤석열은 계엄을 선포하지 않았을 것이고, 김건희는 뇌물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희진 역시 하이브와의 전쟁을 선포하지 않고 얌전하게 어도어 대표로서 열심히 일하다가 풋 옵션을 챙겨서 풍요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사이비의 함정이다.
'주사 이모'는 자신이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며 국내에서의 의료 행위가 정당하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중국 의사 면허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의사 면허가 없는 한 국내에서의 의료 행위는 불법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가리는 건 하늘이 아니라 제 눈일 따름인 걸 모른다.
박나래, 샤이니 멤버 키, 유튜버 입짧은햇님 등은 왜 '주사 이모' 등에게 처방을 받았을까? 명목상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평범한 회사원보다 바쁜 건 맞을 듯하지만 정당성과는 관계없다. 가슴에 손을 얹고 '특권 의식은 없었나?'라고 자문해 보자. 건전하지 못한 생각이 '불법'에 대한 확인 개념을 외면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하이브의 주장에 따르면 민희진은 걸 그룹 멤버 선정부터 회사 이름까지 회사 경영상 거의 모든 디테일을 무속인과 상의하였다. 하이브의 주장을 100%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녀가 무속인에게 회사 경영과 관련해 자문을 구한 것은 명명백백하다. 본인도 우회적으로 어느 정도 시인한 팩트이다. 그런데 뉴진스가 완패할 것을 무속인은 왜 몰랐을까?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알 만한 가장 쉬운 철학적 이항 대립은 유물론과 관념론이다. 두 이념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개체가 각 상황에 따라 어느 이론을 적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미래는 관념론보다는 유물론을 적용하는 게 확률적으로 유리하다. 역사가 중요한 게 바로 그런 연유이다. 그럴 때 경험론과 과학의 도움을 받아 계산하는 게 이롭다.
제도적이든, 비제도적이든 종교는 현재를 위무해 주는 것이지 결코 미래를 알려 주거나, 설계하게 해 주지는 않는다. 뉴진스의 민지, 다니엘, 하니는 어도어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어도어에 복귀한다고 선언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어도어의 코멘트는 없다. 그녀들의 복귀 선언 후 민희진은 '뉴진스는 무조건 다섯 명.'이라고 강변했다. 왜일까?
민희진은 오케이에 대해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설립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녀는 자신을 스카우트하고 최소한 수십억 원을 벌게 해 준 방시혁을 무시로 비판했고, 수시로 그에게 반발했다. 누구의 주장이 옳든 그녀 탓에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를 이탈한 것은 사실이고, 결론적으로 그녀들은 옳지 않았다. 이게 정녕 재미있는 회사인가?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