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할리우드에서 좌절한 박찬욱, 히트작과 함께 돌아오다”
입력 2025. 12.28. 11:16:11

박찬욱 감독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박찬욱 감독이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미국에서 제작하려다 좌절을 겪고, 결국 한국에서 완성하기까지의 오랜 여정을 미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박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해고된 관리자가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미국 스튜디오들의 투자를 끌어내지 못했고, 결국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 하나의 히트작을 손에 넣었다”고 전했다.

NYT는 박 감독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한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불편할 정도로 강렬한 호러적 미학을 결합해온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이 출발부터 미국을 무대로 한 영화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감독은 원작인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 역시 미국에서 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야기”라며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준비 과정에서 미국 전역을 돌며 거대한 제지 공장들을 살펴봤고, 그러한 산업 공간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상상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할리우드 투자자들이 제시한 제작비는 그가 구상한 규모에 크게 못 미쳤고, 수년간의 협상 끝에 프로젝트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결국 박 감독은 프로듀서의 조언을 받아들여 배경을 한국으로 옮겼다. 그는 “지금 와서 보면 왜 더 일찍 한국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NYT는 이 작품에서 박 감독이 가장 고심한 지점으로 주인공 ‘만수’의 살인 동기를 설득력 있게 구축하는 문제를 꼽았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관객의 공감을 영화의 필수 조건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나 예술의 목적이 반드시 ‘나라면 저렇게 했을 것’이라는 동일시를 끌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세상에는 나와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인물들을 통해 관객과 독자의 상상력,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확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성탄절을 전후해 미국 주요 5개 도시에서 제한 개봉되며 현지 관객과 만났다. 이 작품은 내달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남우주연상(이병헌)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쇼트리스트에도 포함됐다.

박 감독은 시상식 시즌을 앞두고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봉 감독이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기라”고 조언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이어지는 각종 행사에 대해 “칵테일을 들고 낯선 사람들과 계속 대화하는 문화가 한국인에게는 상당히 낯설다”며, 자신과 봉 감독 모두 내성적인 성격이라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NYT는 별도의 리뷰 기사에서 이 영화를 “잔혹한 시대를 향한 잔혹한 이야기”라고 평가하며, 박찬욱 특유의 시각적 정교함과 슬랩스틱 코미디의 절묘한 배치를 호평했다. 다만 영화의 톤과 분위기 조율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만큼 더 균형 잡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덧붙였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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