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SBS 연기대상, 권위 뚝…‘나눠먹기’만 남은 시상식 [셀럽이슈]
- 입력 2026. 01.01.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연말을 장식하는 지상파 연기대상이 올해도 시청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화려한 조명과 축하 속에서도 씁쓸한 질문은 남는다. 과연 이 시상식에서 ‘상은 얼마나 무거웠는가?’라는 물음이다. 배우들의 땀과 노력을 기리는 자리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2025년 KBS, SBS 연기대상은 상의 권위보다는 ‘모두가 가져가는 트로피’에 가까운 풍경을 연출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웨딩홀에서 열린 ‘2025 KBS 연기대상’에서는 배우 안재욱과 엄지원이 나란히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이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대상 공동 수상을 포함해 무려 11관왕을 차지하며 시상식의 중심에 섰다. 작품의 흥행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부정될 이유는 없지만, 최고상인 대상마저 공동 수상으로 귀결되면서 ‘단 한 명을 향한 찬사’라는 상징성은 희미해졌다.
공동 대상은 과거에도 존재해 왔다. 그러나 반복될수록 대상이 지녀야 할 긴장감과 무게는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대상은 ‘최고’라는 단어가 전제된 상이다. 복수의 수상자가 등장하는 순간, 대상은 더 이상 경쟁의 정점이 아닌 조정과 타협의 결과물로 인식되기 쉽다. 올해 KBS 연기대상은 그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섰다.
SBS 연기대상 역시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2025 SBS 연기대상’에서는 이제훈이 ‘모범택시3’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만 놓고 보면 비교적 명확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시상식 전체를 관통한 키워드는 ‘상 나눠주기’였다.
최우수연기상과 우수연기상은 장르와 톤에 따라 세분화됐고, 그 결과 수상자 명단은 길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신인 연기상이다. 올해 SBS 연기대상에서는 신인 연기상 남녀 부문에서 총 8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신인상은 한 해 가장 인상적인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준 배우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그러나 수상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올해를 대표하는 신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흐려졌다.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냉정하다.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시상식”, “이 정도면 전원 수상 아니냐” 등 의견은 시상식의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상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트로피 하나가 지니는 상징성은 반비례로 줄어든다.
연기대상은 단순한 연말 행사나 배우들의 사교 무대가 아니다. 한 해 동안 어떤 작품과 연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기록하는 공식적인 평가의 장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선택과 배제가 분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더라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상을 쪼개고,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트로피를 나누는 선택은 결국 시상식의 존재 이유를 흐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평가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기록도, 기억도 아닌 단순한 연말 행사뿐이다.
KBS와 SBS 연기대상은 앞으로 ‘누가 서운해하지 않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뛰어났는지를 분명히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때가 아닐까. 선택을 회피하고 무게를 잃은 상은 더 이상 영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SBS 캡처]